식품회사 풀무원이 만드는 김치냉장고, 경쟁력 있을까
식품전문기업 풀무원이 김치냉장고를 선보이며 가전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본업인 식품과 연계한 가전 제품을 출시하며 영역 확장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충성도가 높은 대형 가전시장에서 풀무원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지난달 9일 '풀무원 김치냉장고'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1987년부터 쌓아온 풀무원의 김치에 대한 노하우를 담은 제품으로, 김치 보관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OEM(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중국 항저우의 전자 제품회사와 손잡고 탄생했다. 식품회사가 김치냉장고를 출시한 것은 풀무원이 처음이다.
풀무원의 가전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풀무원의 계열사 풀무원건강생활은 각종 생활·주방 가전을 내놓으며 가전 시장에 노크해왔다. 2015년 인덕션을 시작으로 공기청정기, 무선 진공청소기, 안마의자 등을 출시했지만 유의미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풀무원은 굴하지 않고 다시 가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1년부 6월 오븐형 에어프라이어 '스팀쿡 에어프라이어'를 출시한데 이어 오븐토스터기, 멀티그릴 등을 연이어 출시하며 제품군을 늘려가고 있다. 풀무원에 따르면 가장 판매가 두드러지는 제품은 에어프라이어이며, 해당 제품은 출시 직후 6개월만에 누적 판매 1만대를 돌파했고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풀무원이 가전 시장에 뛰어든 것은 본업인 식품 사업과 연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풀무원'으로 쉽게 접근이 가능하며, 자사의 대표 제품의 조리법을 함께 제공하며 차별점을 제고할 수 있다. 에어프라이기에 풀무원의 식물성 브랜드인 ‘풀무원 지구식단’ 제품 전용 자동조리 모드를 탑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자사 제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전을 출시하며 식품 뿐 아니라 가전까지 영역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김치냉장고 같은 대형 가전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가성비' 위주로 소비가 이뤄지는 소형 가전 시장과 달리, 대형 가전은 교체 주기가 길고 가격대가 비싸 소비자들이 구매에 신중하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치냉장고는 브랜드 충성도가 더욱 높은 편인데, 김치냉장고 시장의 강자라고 불리는 위니아는 지난해 경영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가 생산을 중단했다 재개했는데도 여전히 올해 시장점유율 약 40%를 차지하며 시장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가전은 소비자들이 신중히 고르는 경향이 있고, 대체로 업력이 긴 익숙한 브랜드를 선택한다"며 "특히 김치냉장고는 전통 강자들이 버티고 있어 풀무원 김치냉장고가 특별한 차별점 없이는 시장에 자리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격 측면에서도 타사 제품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풀무원 김치냉장고(148L)의 가격은 84만9000원인데 LG전자의 디오스 김치냉장고(324L) 제품의 가격도 비슷하게 80만원대로 판매된다. 대형 가전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데도 가격이 비싸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풀무원은 앞으로 가전 제품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계열사인 풀무원생활건강의 가전 사업부를 풀무원 본사로 이전하고 본격적으로 가전 제품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가전 부문은 시작 단계라 매출 규모를 밝히기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성장세다"며 "향후 생활 가전을 중심으로 카테고리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