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투자업계, 기관투자 난항…'AI' 승부수 띄운 "사명 교체"
핀테크(금융+기술)로 분류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 업계의 기관투자 길이 막히면서 침체를 겪는 가운데, 타개책으로 '인공지능(AI)'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사명까지 바꾸며 AI 특화 이미지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2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온투업 대출 잔액은 1조800억원으로 전년동기(1조950억원)보다 줄어들었다.
온투업은 온라인으로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대안금융 서비스로 2020년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됐다. 현재까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부재로 기관투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온투업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에 시행될 기관투자를 기다리고 있지만 전산 개발 등으로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자 온투업 상위 3개사인 어니스트펀드·피플펀드·8퍼센트는 주요 사업 부문에서 AI를 전면에 내세우고 사명 혹은 기업 수식어도 AI 관련 내용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달 어니스트펀드는 어니스트에이아이로, 올 3월 피플펀드는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는 기업 수식어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사'에서 'AI 기반 금융 솔루션'으로 바꿨다.
AI 열풍의 간접적인 영향도 있지만,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며 실질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신사업에 초점을 맞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챗GPT 등 AI에 대한 관심도 기업들의 선택에 영향을 줬겠지만, 당국이 원하는 포용금융을 위한 방향성 중 하나로 대안신용평가모형이 고도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니스트에이아이는 사명 변경의 배경으로 기술금융회사로서의 '정체성 강화'를 꼽았다. 향후 핵심 역량인 AI 신용평가기술을 기반으로 여신심사에 대한 변별력과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는 해외 사업 추진을 꼽았다. 지난해부터 AI를 접목한 기업간거래(B2B)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사업인 신용평가 겸 리스크 관리 솔루션이 국내의 다수 금융기관에서 호응을 얻자 해외 시장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피플펀드라는 회사명의 의미와 기대하는 제품 혹은 서비스의 정체성 사이에 간극이 큰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가장 많은 자원을 AI에 기반한 금융기술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리브랜딩으로 기술기업의 입지를 분명히 표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다른 분야의 핀테크 기업 또한 주력 서비스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해빗팩토리는 AI 보험상품 분석과 추천 서비스로 설계사들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핀다는 AI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으로 사업자 대출 시장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전 산업에서 시도되는 분야로 금융 또한 한 축으로 활로를 찾아나가고 있다"며 "금융은 규제 산업이고 보수적인 측면이 있어 AI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느냐'가 다음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