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알려줌] <이노센트> (The Innocents, 2021)
글 : 양미르 에디터

'이다'(라켈 레노라 플뢰툼)는 자폐 증상이 있는 언니, '안나'(알바 브륀스모 람스타드) 때문에 엄마와 아빠의 관심을 오롯이 받을 수 없어 속상하다.
말도, 감정 표현도 서툰 '안나'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한 '이다'는 종종 부모님의 눈을 피해 그를 꼬집거나, 일부러 상처를 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다'와 '안나'는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한 직후, 또래인 '벤자민'(샘 아쉬라프), '아이샤'(미나 야스민 브렘세스 아샤임)와 친구가 된다.
'안나'는 '아이샤'를 만나고 고립되어 있던 자신만의 세계를 이해받기 시작하며, 점차 자폐 증상이 나아진다.
'벤자민'과 '아이샤'와 놀며 잠재되어 있던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게 되고, 네 명의 아이가 마음을 연결해 주는 중심이 된다.
한편, '벤자민'은 엄마의 무관심과 때때로 행해지는 가정 폭력에 익숙한 듯 살아가고 있었다.
여름 방학을 맞아 함께 놀던 동네 친구들이 여행을 떠나자, 외톨이가 되어버린 '벤자민'은 숲속에 자신만의 아지트를 꾸리게 됐다.
혼자 놀던 중 자신에게 사물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사람의 마음을 지배할 수 있다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이샤' 역시 아무도 알 수 없었던 '안나'의 마음을 알고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안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안나'가 직면하는 상황을 눈치채고, '안나'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있기에 종종 의사소통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이다'는 '벤자민'과 '아이샤'를 통해 '안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인지, 그가 느끼고 있는 고통까지도 알게 되며, 점점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벤자민'이 분노라는 감정을 통해 친구들을 비롯해 주변에 위협을 가하기 시작하자, '안나'는 '이다'와 '아이샤'를 지키기 위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영화 <이노센트>는 동심의 이면, 가장 본능적이고 잔인했던 모두의 세계를 포착한 작품으로, 네 명의 아이들이 숨겨진 초능력을 발견한 이후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2021년, 신진 감독의 영화를 선보이는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초청 상영된 <이노센트>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2년)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지명된 바 있는 에실 보그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이디어의 시작에 대해서 에실 보그트 감독은 "나에게도 아이가 생기며, 그 세상을 이해하려는 아이들의 어설프고 서투른 시도를 목격하면서 이 영화가 시작됐다"라면서, "유년 시절의 중요한 기억이 아닌 무작위로 떠오른 기억들이 생겼고, 내가 어린이였을 때 얼마나 근본적으로 달랐고, 얼마나 강렬한 감정을 느꼈으며, 또 얼마나 개방적이었는지, 심지어 시간을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경험했는지 깨달았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그 시간 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었다는 감독은 "아이들을 관찰할 때, 특히 아이들이 부모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때 느끼는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가령, 부모가 학교로 픽업을 하러 가서 자신들을 보지 못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있을 때 볼 수 없었던 비밀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는 것.
또한, 감독은 "선과 악의 경계점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 도덕성이란 어른들의 가르침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진정한 도덕적 감각은 스스로가 깨닫고 느껴야만 정착이 가능하다"라는 점을 지적, "사악한 행동을 하는 아이를 일차원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지점이 영화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언급했다.
영화는 바로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당시의 악의 없던 행동들이 나비효과로 이어져 얼마나 큰 공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그 어떤 공포보다 섬뜩한 공포를 선사한다.
에실 보그트 감독은 <이노센트>가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관객 스스로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길 바랐고, 이를 위해 '딱지를 뜯는 손', '모래알을 만지는 손가락' 등과 같은 디테일을 촘촘히 쌓아 나갔다.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을 추구함으로써 인위적인 공포 대신, 자연스럽게 심연을 건드리는 심리 드라마를 완성한 것.
특히 주인공들의 연령대는 7세부터 11세로, 감독은 캐스팅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에실 보그트 감독은 12세가 되면 이미 10대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될 뿐만 아니라, 본인의 섹슈얼리티를 알게 되는 시기이기에 <이노센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위해 어른이 되기 전, 마법 같은 나이에 접근하고 싶었다고.

그는 장장 1년 반이라는 긴 시간을 할애해 캐스팅에 집중, 워크숍 과정까지 거쳤다.
대개 아역 배우를 캐스팅할 때는 성인 배우와 닮거나 긴 금발을 가진 공주 같은 이미지를 염두에 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캐스팅을 진행한다면, 선입견이 생기며 재능을 가진 배우들을 그냥 지나칠 수 있다고 말한 캐스팅 디렉터 케르스티 폴센의 조언에 에실 보그트 감독은 각본가, 그리고 감독으로서 구상한 캐릭터들에 관한 아이디어는 잠시 내려놓고, 훌륭한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집중을 했다.
그렇기에 원래 대본과는 다르게 성별, 인종까지도 모두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러한 방식은 아역 배우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영화의 중심이 되며 모든 캐릭터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안나' 캐릭터 캐스팅에 가장 공을 들였다.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퇴행성 자폐 스펙트럼의 경우, 4세를 기점으로 언어 구사 능력을 잃으며 자기 내면에 숨어 버린다는 인터뷰에서 아이를 비롯한 부모의 마음에 대한 것까지도 영감을 얻기도 했다.
에실 보그트 감독은 배우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남달랐다.
네 명의 아이에게 동일한 이미지를 보여준 뒤 이야기를 창작해 보라는 과제를 주는 등의 과정에서 어른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들의 상상력과 내면세계를 발견하는 일들이 매혹적이었다고.

또 하나의 규칙은 '아이들의 모든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앉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너무 많은 정보가 되겠다고 생각했기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모든 것을 점진적으로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대화의 방식을 택했다.
또한, 연기가 처음인 배우들을 위해 본인의 감정에 다가가는 것을 터득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했다.
배우들이 무섭다고 느끼는 이미지를 가져오게 한 후, 이미지를 봤을 때 반응을 자각할 수 있도록 호흡법, 느끼는 감정의 경험을 연기에 접목할 수 있도록 가르친 것.
이처럼 에실 보그트 감독만의 특별한 노하우로 영화 <이노센트>는 더욱 풍성해질 수 있게 됐다.
- 감독
- 에스킬 보그트
- 출연
- 라켈 레노라 플뢰툼, 알바 브륀스모 람스타드, 샘 아쉬라프, 미나 야스민 브렘세스 아샤임
- 평점
- 5.5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5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