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새겨진 삶의 흔적을 짚다…은희경의 ‘시간의 감촉’ ‘새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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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점연합회가 '2026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작가'로 소설가 은희경을 선정했다. 지난 6월 7년만의 신작 '시간의 감촉'을 출간한 은 작가는 몸에 새겨진 시간과 나이 듦,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삶을 작가 특유의 필치로 탐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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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쇄 기록, 성장소설의 클래식…‘새의 선물’
7년만의 신작, 몸과 나이듦 사유…‘시간의 감촉’
■시간의 감촉

‘새의 선물(1995)’의 유년기, ‘빛의 과거(2019)’의 청장년기를 잇는 은희경 시간 3부작의 완결편이다. 작가는 7년 만의 신작에서 “한 사람의 몸에 담긴 시간과 공간과 사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발견과 성장의 여정’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 3부작’의 대미라 부를 법 하다.
‘시간의 감촉’은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몸’이라는 조건하에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안나와 경선이라는 자매의 모습을 통해 잔잔하게 펼쳐보이고 있다. 같은 해 1월에 태어난 안나와 12월에 태어난 경선은 서로에게 무심하다. 연금 생활자로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형편인 안나는 경선이 살고 있는 신도시의 고층 아파트로 이사하고, 종양수술을 하는 경선을 간병하며 자매는 서로에게 언니가, 동생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을 되짚는다.
은 작가가 펼쳐낸 자매 이야기엔 일반화된 ‘노인’의 모습 보단 개별적인 여자들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친척 결혼식장에서 하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할 정도로 예쁜 아기였던 경선은 외모 품평을 즐기는 노인이 됐고, 어깨가 넓고 머리가 큰 아이로 태어났던 안나는 자신은 무관심에 초연한 반면 나이든 경선은 나이들어 받는 푸대접을 부당하게 여긴다고 느낀다.
소설의 문장들은 철저한 현재형 시제로 쓰여 동시대적 시간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타인의 겉과 속을 모두 느끼게 하는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장면의 디테일, 삶과 죽음의 사유로써 잊지 못할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새의 선물

1995년 출간된 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성장소설의 새로운 이정표로 자리매김한 ‘새의 선물’은 사랑스러운 인물들과 1960년대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 한국어의 묘미를 일깨우는 풍부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한국소설을 그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은 결정적 작품으로 손꼽힌다.
소설은 12세 소녀 진희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섬세하게 관찰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출간 당시 ‘환멸의 학습을 통해 인간 성숙을 그린 뛰어난 성장 소설이자 지난 연대 우리 사회의 세태를 실감나게 그린 재미있는 세태소설’이란 평을 들었던 이 작품은 인생 자체에 대한 냉소로부터 비롯된 시니컬한 진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어린 화자의 성장과 함께 등장하는 당대 인물군상들은 서로 부대끼며 희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고 삶의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한다.
작가의 영혼과 정신의 거센 혼돈과 인간의 삶과 세계를 꿰뚫는 빛나는 통찰이 엿보이는 역작으로 조숙한 소녀 진희의 시선을 통해 제시되는 삶에 대한 모험적, 도전적 통찰은 그간 우리를 지배해왔던 삶의 금기와 규범체계, 지식 따위의 고정관념들을 통렬하게 해체하며 출간 20년이 지나도록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00쇄 출간을 기념해 ‘새의 선물’ 개정판을 선보인 작가는 자신의 첫 출발점에 대해 이렇게 회고한다.
“이 소설을 쓰던 시절의 내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내 삶을 개정판으로 편집해보는 상상을 하는 가운데, 삶을 다르게 쓰고 편집했어도 나는 결국 이 자리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 시절 사랑했던 존재들과 함께.”
조혜정 기자 hjc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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