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서 본 듯한 세리머니
며칠 전이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뜨겁게 끓어오른다.
주인공은 김서현이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이글스의 마무리 투수다. 그의 동작 하나에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이른바 승리 세리머니 때문이다. 경기를 끝낸 뒤 자축하는 포즈가 논란이 됐다.
27번째 아웃을 잡아낸 뒤다. 파트너(포수)와 합을 맞춘다. 악수하며 손을 잡는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손가락 총을 발사한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다. 맞다. 얼핏 파이널 보스가 생각난다. 비슷한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꽤 있었다. 몇몇 팬들도 마찬가지 느낌인 것 같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시끌시끌하다. 반응은 나뉜다. ‘마무리의 전설 아닌가. 오마주 한다는 생각이겠지.’ 좋게 보자는 의견들이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상당수다. ‘언짢다’라는 말도 많았다. ‘원조가 엄연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데….’ 그런 논리가 등장한다.
그러던 중이다. 문장 몇 줄이 발화점이 된다. 누군가의 SNS 스토리라고 퍼 나른 글이다. 내용이 강하다.
(줄 바꿈, 띄어쓰기, 표기는 원문 그대로다.)
‘따라할꺼면
티안나게
조금의 창의성이라도 넣든가
리스펙트라도 하던가
참 대놓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기가차네 새대**도 아니고’

2~3일 만에 잠잠해진 논란
‘새대**’. 마지막 줄의 단어 하나가 무척 자극적이다. 절묘하게 팀의 멸칭을 떠오르게 만든다.
자조 섞인 말도 돈다. ‘그럼 이제부터 별명은 ‘새대**’가 되는 거야?’ 오히려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번뜩이는 재치도 등장한다. ‘맞다. 영어로 하면 Bird Boss다.’ 한편으로는 즐거운 놀이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 유명인도 참전했다. 오래된 이글스 팬을 자처하는 걸그룹 출신이다. 그녀 역시 세리머니 영상을 공유했다. 따지고 보면 양쪽 팀과 모두 각별한(?) 관계다. 그래서 더 화제가 됐다.
논란은 삽시간에 퍼진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곳저곳에서 불길이 크게 번진다. 제시된 SNS의 출처가 놀라운 탓이다. 스토리를 올린 것은 파이널 보스의 가까운 친지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몇몇은 추적을 통해 입증하려는 시도도 벌였다.
하지만 더 이상은 확대되지 않았다.
일단 당사자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스토리는 세리머니에 대한 얘기가 아니었다. 상관없는 다른 개인적인 일에 관한 언급이었다. 제발 남의 SNS 좀 퍼 나르지 말아라. 그런 취지의 해명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해결해 준다. 이후 부글거림은 점차 가라앉았다. 2~3일간의 논란은 잠잠해졌다.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열기는 조금씩 식어간다.

이슈에 대처하는 자세
이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고…. 그런 걸 따지자는 뜻이 아니다. 소모적인 논쟁이다. 득보다는 해가 더 많을 얘기다.
다만, 그럼에도….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다. 논란과 이슈에 대한 주인공의 자세, 혹은 태도다.
처음 세리머니가 등장한 다음이다. 새로운 의식(儀式)에 대한 질문에 이런 대답을 내놓는다.
“이재원 선배님이 한번 만들어보라고 하셔서 일주일 동안 고민했다. 총처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는 의미도 있고, 한화라는 팀이 폭죽을 많이 쓰니까 폭죽을 쏜다는 의미도 담았다.” (6일 스포츠경향 “일주일 동안 고민했습니다”…‘세이브 1위’ 김서현, 대선배 포수와 합동 V세리머니)
그리고 며칠 뒤 논란이 불거졌다. 세상이 시끄러워진다. 하지만 일체의 대응이 없다. 굳이 변명이나 해명하려는 모습도 없다. 묵묵히 마운드에 오른다. 오직 자신의 일에만 집중한다.
물론 모를 리는 없다. 20세 청년 아닌가. 피가 끓는 감성이다. 승리를 지킨 다음 날이다. 문제의 세리머니 사진을 자신의 SNS에 버젓이 올린다. 정면 돌파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보인다.

입단 초의 기억
사실 팀이나, 팬들에게는 그럴 것이다. 조마조마한 지점도 있다. 유독 파란만장한 캐릭터다. 이런저런 일도 많았다. 소셜미디어 탓에 겪은 일도 있다. 그런 기억이 떠오른 탓이다.
입단 초창기다. 비공개 계정에서 괜한 말을 했던 게 드러났다. 비난이 빗발쳤다. 이로 인해 공개 사과를 해야 했다. 전임 감독과는 특별 면담 시간도 가졌다. 제법 심한 성장통을 겪었다.
이제 겨우 20세다. 마운드에서는 아직 서툴고, 거칠다. 여전히 미숙함도 드러난다. 그걸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부족함을 이겨내는 장점을 가졌다. 직관적인 강력함이다. 괜히 돌아갈 필요가 없다. 정면에서 힘으로 붙는다. 상대는 압도될 수밖에 없다.
프로 3년 차다. 그런데 벌써 어엿한 마무리가 됐다. 그것도 1위 팀의 9회를 지킨다. 기적을 일으키는 이글스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33년 만의 12연승에도 분명히 그의 지분이 있다.
사연도 많았다. 우여곡절도 겪었다. 고질적인 들쭉날쭉 때문에 고생도 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제구력을 고민하는 대신 스트라이크 존을 정면 돌파한다. 더 강하게 던지면 이길 수 있다. 그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마찬가지다. 볼 컨트롤을 극복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슈와 논란에도 꿋꿋이 마주 서면 그뿐이다. 괜히 휘둘릴 필요 없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면 된다. 그게 프로의 감정 컨트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