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SON과 엔지의 아이들, 우승 갈증 리그컵으로 해갈할까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정말 멋지다. 최신식의 시설과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다. 축구 경기 뿐만이 아니라 미식축구(NFL) 경기도 할 수 있다. 여기에 각종 콘서트도 열린다. 또한 지하에는 카트 경기장도 있다. 첨단 다목적 구장의 표본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공간이 있다. 바로 메인 로비 안에 있는 트로피 장식장이다. 볼만한 것이 없다. 6개 정도의 트로피만 전시되어 있다. 초라하다. 맨유는 자신들의 우승 트로피를 구단 박물관 중 거대한 공간에 전시해놓고 있다. 아스널 역시 마찬가지이다.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토트넘은 그저 덩그러니 몇몇개만 전시해놓고 있다.

왜? 우승의 횟수가 적다. 1부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8회, 리그컵 우승 4회, 유로파리그(당시 UEFA컵) 우승 2회, UEFA 컵위너스컵 우승 1회 등 17번의 우승을 거두었을 뿐이다. 그마저도 리그 우승은 1961년이 마지막이었다. 모든 대회 통틀어서 가장 최근 우승은 2008년 리그컵 우승이었다. 이후 벌써 17년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이런 토트넘이 트로피 획득의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토트넘이 리그컵 결승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8일 오후(현지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컵 4강 1차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물론 2차전이 남아있다. 그래도 1차전에서 승리하면서 분명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사진캡쳐=BBC

#토트넘과 리그컵

리그컵은 잉글랜드 풋볼리그(EFL)가 주관한다. 프로리그(1~4부리그)에 소속된 팀들이 토너먼트를 벌인다. 1960년부터 시작됐다. 최다우승팀은 리버풀이다. 10회 우승했다.

리그컵은 상위권 팀들에게는 계륵이다. 전력을 다 투입하자니 다소 급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깔끔하게 포기하기도 애매하다. 그래도 메이저 타이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렇기에 최정상급 팀들은 리그컵을 유망주들이나 비주전 선수들의 경험치 획득 기회로 활용한다. 맨시티는 올 시즌 토트넘과의 리그컵 16강전에서 맥아티나 오라일리, 루이스 등을 선발 출전시켰다. 준결승 1차전 상대였던 리버풀은 치미카스, 콴사, 브래들리, 엔도 등 주전에서 뛰지 못했던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그러나 토트넘에게는 다른 이야기다. 토트넘은 트로피가 고프다. 맨유, 리버풀, 아스널, 맨시티, 첼시 등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명문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우승컵이라는 촉매제가 필요하다. 프리미어리그나 유럽대항전 우승이면 좋겠지만, 일단 어떤 대회라도 우승을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 우승의 경험은 팀과 팬들에게 깊이 각인될 것이고 자신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우승을 통해 팀 발전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다.

그렇기에 토트넘은 최근 10여년간 리그컵에도 꽤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최대한 쓸 수 있는 가용자원을 투입해 승리를 노렸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013~2014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10시즌동안 최대 성적은 준우승(2014~2015, 2020~2021)이 전부였다. 4강 2회, 8강 1회의 성적만 거둘 뿐이었다.

최근 10년간 두 번의 준우승은 그 결이 다소 다르다. 2014~2015시즌 토트넘은 리그컵 준우승으로 전성기 시작를 알렸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젊었던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에릭 다이어, 얀 베르통헌, 휴고 요리스를 데리고 팀을 만들었다. 이후 델리 알리와 손흥민 등이 영입하며 팀을 강화했다. 2018~2019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금자탑의 기초를 마련했다.
반면 2020~2021시즌 준우승은 토트넘의 전성기가 마무리되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등이었다. 결승전을 일주일 남겨두고 토트넘은 주제 무리뉴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우승 도전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다. 경기에서 진 후 손흥민은 눈물을 흘렸다.

무리뉴 감독은 틈만 나면 "토트넘에서만 트로피가 없는 이유가 이해할 수 없는 그 경질 때문"이라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이후 토트넘은 감독 교체를 수시로 단행했고, 팀도 흔들렸다. 리그 성적 역시 7위, 4위, 8위, 5위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사진캡쳐=토트넘 SNS

#캡틴 손흥민과 엔지의 아이들

이번 시즌 리그컵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손흥민과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더욱 크게 다가온다. 손흥민을 명실상부 월드클래스이다. 토트넘 소속으로 431경기에 나서 191골-90도움을 기록했다. 리그 득점왕도 차지했다.

2016~2017시즌 이후 8시즌 연속 리그 10골 이상을 넣고 있다. 이미 토트넘 역사상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움(68개)을 기록한 선수이기도 하다. 이 기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손흥민은 우승이 없다. 성인 무대에서 우승한 것은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뿐이다. 이마저도 사실 23세 이하 무대로 마이너 우승이다. 클럽에서나 국가대표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이 없다. 우승이 고프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손흥민의 최대 강점은 스피드와 슈팅이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올 시즌 팀을 위해 스스로 미끼 역할을 하고 있다. 손흥민은 왼쪽 윙어 자리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끌어들인다. 그공간에 동료 선수들이 침투하면 날카로운 패스로 찬스를 만들어낸다. 감독이 원하고, 팀을 강하게 할 수 있는 헌신적인 팀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자신의 골이나 도움보다는 팀의 우승을 위해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우승이 절실하다. 시즌 초 "나는 보통 팀에서 2년차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고 했다. 농담섞인 이 말 한마디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압박하는 카드가 되고 있다. 그는 "그 이야기의 속뜻은 그게 아니었다"고 설명을 하고는 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담기에는 늦었다. 자신의 말에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우승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캡쳐=토트넘 SNS

여기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찍고 데려온 어린 선수들이 이번 리그컵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10년전 포체티노 감독이 그랬듯이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리그컵을 통해 어린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4강 1차전은 90분 내내 어린 선수들의 성장 드라마였다. 긴급 수혈된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는 2003년생, 센터백인 라두 드라구신은 2002년생, 아치 그래이는 2006년생이다. 각각 22세, 23세, 19세에 불과하다. 수비의 핵심이 된 이들은 90분 내내 리버풀의 강력한 공격을 막아냈다. 특히 드라구신과 그래이는 갈수록 발전하는 수비력을 선보였다. 결승골의 주인공인 2006년생 19세 루카스 베리발은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초반 안정적이었지만 로드리고 벤탕쿠르가 나간 이후 어려운 경기를 했다. 포지셔닝도 애매했고, 실수도 많았다. 여기에 거친 태클로 퇴장 위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 결승골을 집어넣으면서 경기의 영웅이 됐다. 자신감도 충전했다. 이들을 데리고 리그컵에서 우승한다면 팀 전체가 탄력을 받게 된다.

물론 과제도 있다. 2월 6일 열릴 2차전에는 판 더 벤, 로메로, 데이비스, 우도기 등이 돌아올 예정이다. 분명 전력은 강해진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성향이 문제다. 안필드에서도 경기를 지배하고자하고, 공격적인 모습으로 나선다면 리버풀에게 역공을 맞을 수 있다. 분명 리버풀은 토트넘을 더 잘 분석했을 것이고, 토트넘의 약점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공격적 성향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내용을 추구하느냐 결과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2차전 결과가 바뀌게 된다.

과연 캡틴 손흥민과 엔지의 아이들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