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 올 상반기 사상 첫 매출 2조원.. '필리핀펩시'가 이끌었다

롯데칠성음료 CI /사진 제공=롯데칠성

롯데칠성음료가 처음으로 상반기 매출 2조원을 넘겼다. 주요 해외 자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고, 소주와 즉석음용음료 등으로 주류의 수익성이 개선돼 음료사업부의 실적부진을 상쇄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99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8.1%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1.8% 증가한 602억원이다. 상반기 전체로는 매출 2조361억원, 영업이익 97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38%, 18.1% 늘었다. 상반기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자회사의 매출 증가가 실적호조를 이끌었다.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93.6% 증가한 3850억원, 영업이익은 113.3% 상승한 211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사업 매출은 롯데칠성 전체에서 47%를 차지했다.

현재 롯데칠성은 필리핀, 미얀마, 파키스탄 등에 현지법인을 운영하는데, 특히 필리핀법인(PCPPI)이 글로벌 부문 총매출의 74%를 점유했다. 파키스탄과 미얀마의 2분기 매출도 전년동기 대비 모두 30%대의 증가율을 보이는 등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다.

앞서 음료 사업을 해외로 확장하기 위해 해외법인의 경영권을 취득한 전략이 유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롯데칠성은 필리핀펩시 지분을 추가 소유해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이후 마운틴듀와 펩시콜라 등 탄산음료가 필리핀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필리핀은 열대계절성 날씨로 시원한 음료 사업을 확장하기에 좋은 곳"이라며 "롯데칠성 편입 전에도 이미 현지에서 음료 업계 2위였던 만큼,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롯데칠성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주류 사업은 소주와 순하리 레몬진 등 즉석음용음료(RTD) 등의 성장이 눈에 띈다. 2분기 매출이 각각 8.4%, 38.7% 늘며 성장을 이끌었다. 이로써 전체 주류 사업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 늘어난 2022억원, 영업이익은 35.8% 높아진 32억원이다. 롯데칠성은 '처음처럼'에 이어 2022년 출시한 '새로'가 성공하며 매출이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소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처음처럼을 리뉴얼하고, 신제품 '새로 살구'를 출시하기도 했다. 다만 맥주와 와인은 1.8%, 2.4% 감소했고, 스피리츠는 -26.4%로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부진한 음료 사업...'제로'로 반등할까

상대적으로 2분기 실적이 부진한 부문은 음료 사업이다. 해외 사업과 달리 국내 음료 사업은 침체돼 있다. 2분기 매출은 5379억원으로 전년과 같았지만 영업이익은 354억원으로 26% 떨어졌다. 에너지드링크와 스포츠음료를 중심으로 증가했지만 탄산, 커피, 생수, 주스 등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매출이 감소했다.

원재료비가 오르고 생산 능력이 커지면서 고정비 부담이 높아진 것이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오렌지 및 과일 농축액 가격이 크게 올라 영업이익 하락으로 이어졌다. 롯데칠성 측은 "2021년부터 예산편성 비용을 원점부터 검토하는 ZBB(Zero-based Budget) 프로젝트를 통해 비용을 최대한 줄여나가고 있지만 원부자재 가격 변동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이 지난 30일 주스 생산을 위해 구비한 6000톤 규모의 음료 탱크(6기)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예전만큼 주스 소비가 줄었고 원료인 오렌지 수급이 어려워졌다"며 "최근에는 농축액을 드럼 형태로 들여오고 있어 탱크가 이전만큼 필요하지 않아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직 매각 대상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음료 제품 가격 인상 효과의 수혜로 수익성이 개선될 수는 있다. 롯데칠성은 올 6월 탄산음료, 에너지스포츠음료 등 6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다. 하반기부터 본격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되면 제조원가 부담이 일부 해소될 수 있다.

주스 및 음료 소비는 줄었지만 롯데칠성이 강점을 지닌 '제로 탄산음료'로 반등할 계획이다. 제로 탄산음료 매출이 상반기 기준 전년동기 대비 6% 올라 매출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로 탄산시장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올 상반기 '밀키스 제로 딸기&바나나' '칠성사이다 제로 그린플럼' '펩시 제로슈거 제로카페인' '마운틴듀 제로블루' 등을 출시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여름 성수기에 맞춰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영업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