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리포트] 규제 변화가 불러온 보험사 양극화

규제 변화 주주환원 확대로 보험사 양극화 심화

기본자본 등 실질 자본여력이 보험사 가치 척도

한화·동양생명 현대해상 롯데손보 자본확충 등 시급

이재명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이 ‘금융 소비자’와 ‘시장 투자자’ 보호를 중심에 두고 불공정과 불합리를 개선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소비자 보호와 투자자 보호는 서로 상충하는 듯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에서 출발한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투자자의 관심을 유지하려면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영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은 지난해 시작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이어 신정부 출범과 더불어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이 현실화되면서 저평가된 기업의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특히 보험업종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히며 6월 현재 KRX보험업 지수가 1년 전 대비 19% 이상 상승하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인다.

하지만 보험업 내부적으로는 기초체력 상위사와 중하위사 간의 격차가 심화되는 양상이며 이는 주로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과 자본력 제약에 기인하고 있다. 특히 상당한 순이익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지만 주주환원에 애로를 겪는 국내 상장 보험사들이 최근 보험업 자본 규제 등 제도 변화를 투자 심리 환기와 기업 가치 향상의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지 관심이 크다. 25일 기준 삼성화재 삼성생명 DB손보의 PBR은 1.21배 0.75배 0.79배로 1년 전 대비 각각 28% 102% 21% 상승했지만 현대해상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은 0.44배 0.31배 0.21배로 여전히 0.5배 이하에 머물고 있어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 변화를 겪은 동양생명은 0.54배로 50% 상승했다.

지난해 현대해상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은 결산 배당을 하지 못했다. 이익은 많이 냈지만 K-ICS 비율이 규제 수준을 충족하지 못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으로 배당을 할 수 없었다. 대다수 보험사가 영업을 강화하고 신계약 판매를 늘리지만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규모가 비례적으로 늘어나 순이익이 증가해도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현대해상은 순이익이 1조 307억원으로 사상 최대였지만 K-ICS비율(155.8%)이 규제 수준(200%)을 미달해 배당 여력에 도움이 되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완화 혜택을 보지 못했다. 한화생명 역시 연결기준 순이익이 8660억원으로 전년대비 4.8% 증가했지만 K-ICS비율 163.7%가 배당의 걸림돌이었다. 동양생명도 2024년 순이익이 3143억원으로 전년대비 31% 증가했지만 K-ICS비율이 155.5%로 규제 미달이었다. 2024년말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액은 현대해상 4조 183억원, 한화생명 2024년 3분기 3조 6650억원, 동양생명 2025년 1분기 6402억원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사 자본관리 애로사항을 덜어주기 위해 K-ICS 규제 비율 등 관련 제도를 변경했다. 먼저 후순위채 중도상환이나 인허가에 필요한 K-ICS비율을 130%로 하향 조정하고 해외 자회사 채무보증 기준도 장기적으로 130%로 완화하기로 했다. 특히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 완화(80%) 조건을 2025년부터 K-ICS비율 170%로 낮추고 2029년까지 130%까지 인하해 주주환원 여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또한 종전 당기 순손실이나 보험영업 손실 발생 시에만 가능하던 비상위험준비금 환입 규정을 삭제해 손해율을 초과하는 준비금은 손실 보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규제 완화 조치는 보험사 자본관리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다.

하지만 새로 도입되는 ‘기본자본K-ICS’ 제도는 실질 자본력이 부족한 보험사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당장 올 해 하반기부터 손실 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보통주, 이익잉여금, 일부 신종자본증권 등) 비율을 별도 감독기준으로 의무화해 자본의 질적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K-ICS 비율 규제 완화로 현대해상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을 비롯한 일부 보험사는 배당 재개 가능성이 열리면서 투자자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수혜자가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자본비율 규제와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 등으로 순이익 달성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보험사가 시장 투자자의 관심을 받으려면 바뀌는 자본규제 비율을 준수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자본 규제 비율을 충족하기 위한 전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K-ICS 규제 비율이 170%로 완화돼도 이를 준수하지 못하는 보험사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을 피할 수 없다. 2025년 1분기 상장 보험사 중 K-ICS 비율 170% 수준이 부담되는 회사는 현대해상 159.4%, 한화생명 154.1%, 동양생명 127.2%, 롯데손보 101.6% 등이다. 선제적인 자본증권 발행과 보험부채 포트폴리오 조정 등 근본적인 지급여력 확충으로 규제 변화와 예상 못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올 해 하반기에 도입할 ‘기본자본 K-ICS비율’은 상장 보험사의 배당 재개 가능성에 또다른 변수가 될 것이다. K-ICS비율 규제가 완화됐지만 자본의 질을 관리하지 못하는 보험사는 배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한화생명 동양생명 현대해상 롯데손보 등 상장 보험사는 단기적인 배당보다 적극적인 이익 유보와 자본 확충으로 장기적 주주환원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향후 상당 기간 동안은 예상 못한 시장 변동이나 규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본의 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2025년 상장 보험사 기본자본 K-ICS비율은 삼성화재 158.6%, 삼성생명 141.4%, 미래에셋생명 127.1%, DB손보 74.4%, 한화생명 64.7%, 동양생명 57.4%, 현대해상 46.7%, 롯데손보 -15.6% 등이다.

또한 2027년부터 예정된 판매수수료 분급체제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본자본 확충을 위한 수익성 제고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판매수수료 분급체계가 도입되면 신계약 판매 시 현재보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자본 비율 규제와 판매 수수료 분급 등 제도 변화 효과를 높이기 위한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이나 내부관리시스템을 정비하고 미래 재무적 부담 예측과 안정적 배당 정책을 추진할 장기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 보험사의 배당 지속 가능성은 주주환원 시장 신뢰를 넘어 계약자 보호를 위한 손실 흡수능력 확보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이재명 정부의 금융경제 정책 방향이 불공정과 불합리를 개선하고 시장 투자자와 소비자 이익의 보호에 맞춰지고 있는 점은 보험업 경영과 투자 환경 개선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다.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 강화는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장기 성장을 유도하는 핵심 요소다. 현대해상이나 한화생명 등 ‘돈을 잘 버는’ 상장 보험사가 시장의 재평가를 받고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규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국내 보험업계를 선도하는 모범 사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근본적인 자본력 확충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배당여력을 확충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는 물론 기업가치 향상과 투자자 신뢰를 얻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허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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