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제작 나선 '전, 란', OTT 첫 부산영화제 개막작 된 이유? "탁월한 재미"[종합]

모신정 기자 2024. 10. 2. 20: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전, 란'의 김상만 감독과 주연배우들.(김상만 감독,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사진 왼쪽부터) 사진=모신정 기자

[부산=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 란'이 언론시사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2일 오후 12시 30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전, 란'(김상만 감독)의 기자시사회가 진행됐다. 

영화 '전, 란'은 '걸스카우트'와 '심야의 FM'을 연출한 김상만 감독의 신작으로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소년 시절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나누며 지내지만 왜란의 시대에 적이 되어 다시 만나 파란의 세월을 헤쳐나가는 스토리를 그렸다. 종려의 집안 노비들이 난을 일으켜 일가 모두가 죽자 종려는 천영이 주동자라고 오해하고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천영은 의병으로 종려는 왕의 호위무사로 왜란을 겪은 뒤 두 사람은 끝내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게 되는 이야기다.  

'전,란'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했고 장르 영화에 탁월한 감각을 보여온 김상만 감독이 연출을 맡아 제작 당시부터 화제에 올랐다.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등 호화 캐스팅도 작품을 향한 관심을 뜨겁게 만든바 있다.  

기자시사회에 이어 이날 오후 3시 20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전, 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첨예하게 질문과 응답이 오간 내용은 OTT 작품인 '전, 란'을 독립영화의 메카로 불려온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개막작으로 택한 이유에 대한 부분이었다. 

박도신 부집행위원장은 이에 대해 "대중적으로 너무 잘 다가갈 작품이라고 판단됐다. 무엇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저희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는 처음 시도해본다. 그동안 완성도 높은 독립영화들을 개막작으로 선정해 왔다. 그 기조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성이라는 측면을 생각할 떄 OTT 작품에도 문이 열려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전, 란'의 김상만 감독과 주연배우들.(김상만 감독,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사진 왼쪽부터)

이어 박 부집행위원장은 '전, 란'의 선정 이유 중 대중성을 제외한 특별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다시 한번 "제가 프로그래머를 20년 했다. 프로그래머를 하다보면 어떤 작품은 객관적으로 보게 되지만 주관성이 들어갈 때도 있다. 어떤 작품을 보면 '이건 꼭 개막작으로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있다. 작품을 봤을 때 꼭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 'OTT냐, 등급이 18금 아니냐' 같은 이유와 상관 없이 '이 작품은 꼭 소개 시켜야 겠다'하는 마음이 들었다. 저 뿐만 아니라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도 같은 마음이었다. 어떤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많은 상업 영화를 봐왔지만 이 작품은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영화제를 이끄는 가장 큰 축은 독립영화라는 것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연출을 맡은 김상만 감독은 "10년 만에 영화를 찍게 돼 기대와 설렘이 섞여 있다. 부국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고 해 한편으로는 안심했다. 옆에 있는 훌륭한 배우들과 즐겁게 촬영했다"고 밝혔다. 김상만 감독은 이어 "요즘 영화가 어렵다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시대마다 그런 고비가 한번씩은 있었다. 통과 의례 같은 시대가 변하면서 생긴 일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없어지는 일은 없을 거다. 감히 부산영화제에서 좀 오만한 말씀 같지만 영화는 계속 생명력을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중 타고난 검술 실력을 가진 노비 출신 천영 역을 연기한 강동원은 "자유분방하게 검을 쓰는 인물이다. 자기가 상대했던 인물의 검술을 흉내낼 수 있는 천재 검투사다. 여러 인물들과 싸우는 장면들이 많았기에 인물 상대방들에 대한 분노와 수련할 때의 즐거움 등 다양한 감정들이 있었다. 무술팀 감독님과 잘 이야기해서 감정을 잘 담아서 찍어봤다"고 말했다.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이자 노비 천영과 우정을 나누는 종려 역의 박정민은 "천영과 헤어지기 전에는 비슷한 검술을 쓰다가 헤어지고 나서 7년 정도의 시간동안 왕을 호위하면서 군대 안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가지고 돌아온 인물이다. 천영과 다른 검술을 구현하고 싶어서 감독님, 액션팀과 상의를 많이 했다. 종려는 천영보다 굵고 큰 검을 쓰고 세로의 형식으로 펼쳐지던 검술을 가로의 형식으로 가져가는 방식으로 고민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최근 국내 영화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영화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이 치열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그 노력을 놓지 않고 좋은 영화제에 계속 좋은 영화 들고 올수 있을 것 같고 앞으로 한국영화도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만 감독은 엔딩신에서 천영과 종려, 겐지(정성일) 등 3인이 싸우는 장면에 대해 "시나리오에는 3인이 뭉쳐서 싸운다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 그 액션 을 설계하는 것이 어렵기는 했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총격 액션신에서는 그런 설정이 있어서 래퍼런스 삼아서 봤지만 검술로는 어렵더라. 그래서 고민하다가 생각한 아이디어가 안개 설정이었다. 서로의 상대가 계속 바뀌면서 오리무중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해무를 통해 표현했다"고 말했다. 

차승원은 극중 선조 역할을 연기한 것에 대해 "선조는 손이 많이 탄 캐릭터여서 경우의 수가 별로 없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주 고약한 면을 드러내고 싶었고 또 왕으로서의 위엄있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마치 뱀이 또아리 틀 듯 자리 잡아서 한 장면안에서 파생시킬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고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저울의 기울기가 기울듯 우스꽝스러워 보이면서도 경계를 잘 타야하는 캐릭터여서 감독님이 여지를 많이 주셔서 캐릭터의 살을 충분하게 붙이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의병 범동 역을 연기한 김신록은 "김자령 장군의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인물 범동 역을 연기했다. 생각이나 관념 같은 것을 믿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깨친 삶의 순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국가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 아닌 자신이 나고 자란 산천초목과 가족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다. 대본에 처음에는 남자 캐릭터였는데 김상만 감독님이 캐스팅 제안을 주셨을 때 함께 이야기 나누며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체제를 위해 싸우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반체제적 일을 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겠다. 신념이나 체제가 원동력이 아닌 삶의 경험이 원동력인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김상만 감독은 제작자이자 각본가로 나선 박찬욱 감독의 역할에 대해"영화 'JSA' 미술감독일 때 처음 뵈었다. 그때 제가 감독 입봉을 앞두고 있었다. 박찬욱 감독님은 제게 감독으로서 스승 같은 분이다. 이번 작품에서 시나리오 단계부터 박찬욱 감독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시나리오의 완성 이후 각색 작업을 하면서 디벨롭하는 과정에서 박찬욱 감독님이 '동조자' 촬영 중에 한참 바쁘실텐데 새벽에 일어나서 시나리오 일일히 컨펌 보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구체적 조언을 주셨다.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현장에는 많이 못오셨는데 한번 현장에 오시면 대사 한마디에도 섬세하게 조언을 해주셨다. 강동원 배우의 대사 중 장음, 단음 처리에도 말씀을 주시더라. 제가 관성적으로 편집한 부분도 일일히 뜯어보시고 잘 찍어 놓고 왜 이렇게 편집했냐며 잘 지적해주셨다"고 말했다. 

김상만 감독은 '전, 란'의 연출을 맡게 된 계기에 대해 "시대에 대한 내용과 계급에 대한 내용은 이전에도 관심이 있었다.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시대에 대한 관점 다 다르게 가지고 있다. 그런 지점이 탁월했다. 사람마다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 틀리다. 모든 캐릭터들이 다 다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 잘 담아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사극 연출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고증이 선명한 시대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임진왜란이라는 가장 큰 사건의 중요한 7년 빼고 이전 상황과 이후 상황만 다루고 있는 점도 독특했다. 그런 것에 끌려서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