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부터 마을 리조트까지... '머무르는 거제' 만들기 실험은 계속된다
거제 장승포. 장승포항 주변 지역을 말하는데 행정구역으로는 장승포동에 속한다. 지금 거제시는 1995년 도농통합 때 장승포시와 거제군이 통합한 것이데, 장승포동은 장승포 시청이 있던 원도심이다. 장승포항은 1930년 방파제를 쌓으면서 어항과 무역항으로 발전하기 시작해 2010년 거가대교가 생기기 전까지도 거제와 부산 잇는 해상교통의 요충지였다. 장승포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거제 최고 번화가였다. 지금은 쇠퇴한 도심이지만, 구석구석 맛집이 많아 늘 사람들이 찾는다. 편의시설도 잘 돼 있고,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싼 편이라 젊은 사람들이 찾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공간도 많이 생겼다. 2022년까지는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을 주제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했다. 장승포에 도착한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피난민 1만 4000명이 쏟아져 나와 돌아다니던 골목들을 기적의 길이라고 이름 붙이고 곳곳에 이야기를 담은 조형물을 만들었다.
◇지역에서 즐겁게 지내는 방법 = ㈜공유를 위한 창조는 2019년 장승포에 자리 잡은 '동네기획사'다. 장승포항 곁 오랜 주택가에 커뮤니티 공간 밗, 메이커스 캠프 등 공유공간을 만들고 청년마을만들기 사업 '아웃도어 아일랜드', 장승포권역 어촌앵커조직 '포포포 프로젝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 동구 원도심 초량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하던 이들이 거제 장승포로 본거지를 옮긴 건 캠핑 같은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서다. 박은진 공유를 위한 창조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부산이랑 가까우면서 바다가 있는 도시를 찾고 싶었어요. 거제, 통영, 남해 3곳을 답사했는데, 그중에 거제를 선택했어요. 거제에서도 장승포에 온 건 원도심 지역이라 편의점이나 병원, 약국 등 생활 기반 시설이 잘 되 있고, 바로 앞에 바다가 있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사업을 벌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거제 장승포는 공유를 위한 창조 구성들에게 일종의 블루오션이었다. 장승포를 기반으로 아웃도어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프로그램을 하면서 부산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주민들과 함께 즐거운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들의 고민은 늘 거제에서 어떻게 즐겁게 지낼 수 있는가다.
장승포를 중심으로 아웃도어 여행, 한 달 살기 등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했는데, 대표적인 게 지난해 진행한 '아웃도어 워케이션'과 '건전 캠핑'이다. 지난해 4월 29일 진행한 건전 캠핑은 장승포 근처 능포수변공원에서 진행됐다. 현재 능포는 캠핑이 금지된 곳인데, 차박 명소로 알려지면서 쓰레기와 소음 문제가 심했기 때문이다. 거꾸로 생각해 쓰레기와 소음 등 환경과 주민 불편 문제를 해결하면 능포가 지역 캠핑 명소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보였다. 그래서 건전 캠핑을 통해 건전한 캠핑문화 만들기와 지역 홍보활동을 겸했다. 참가자 모집이 이틀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아웃도어 워케이션은 지난해 9~10월 두 달에 걸쳐 4박 5일 혹은 5박 6일씩 진행됐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친 말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업무도 보고, 휴가도 즐기는 것을 말한다. 공유를 위한 창조는 산도 있고, 바다도 있는 장승포를 중심으로 일할 곳, 머물 곳, 쉴 곳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낮에는 바다를 보며 일하고 저녁에는 훌적 캠핑도 떠나보는 일상이었다. 와디즈 펀딩으로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목표 금액을 368% 달성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나인투식스(9 to 6·출퇴근 시간이 정해져있는 생활)의 삶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원하는 장소, 원하는 시간, 원하는 근무 형태 이런 것들을 결정하면서 살아볼 수 있는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데, 실제로 나쁘지 않다, 이런 선택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어촌 관광을 위한 실험 = 지난해까지 한국관광공사 지역관광추진조직(DMO) 사업을 거제에서 진행한 거제 로컬디자인 섬도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지역 여행에 접근했다. 전국 DMO들이 대부분 워케이션에 집중할 때 섬도는 어촌과 주민 자체를 비즈니스 주체로 설정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거제시 하청면 칠천도 내 송포마을에서 어촌 관광 활성화를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거제가 경남에서 해수욕장이 가장 많아요. 해수욕장이 많다는 건 그만큼 어촌이 많이 있다는 뜻이에요. 지금 어촌은 심각한 인구 감소로 공동화 위기에 처해 있어요. 그래서 정부에서 어촌 뉴딜이니 하는 사업들을 진행한 건데, 주로 건물 짓기 등 하드웨어 중심이어서 여행객 등 생활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젊은이들이 와서 무언가를 하도록 정책적인 부분이 뒷받침되면 어촌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모델로 어촌 관광 활성화 프로그램을 실험해 볼 수 있겠다 라고 생각을 했어요."
섬도는 어촌 마을을 하나의 휴양시설인 리조트로 설정했다. DMO란 개념이 일본 산골 마을에서 진행한 마을호텔 프로젝트에서 나왔기에 김 대표도 여기서 실마리를 얻어 거제 어촌을 대상으로 진행할 마을호텔 프로젝트를 고민했다. 어촌은 호텔이란 개념보다 리조트란 개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리하여 지난해 12월 9일에서 10일까지 송포마을에서 여행 및 관광전문가를 대상으로 1박 2일 체류형 '어촌 리조트 송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거제 DMO가 기획을 했지만,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게 중요했다. 결국은 주민들이 모든 걸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대상 마을 공모를 했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게 송포마을이었다. 거제 DMO 기획자들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을 창고를 웰컴 라운지로, 마을 공터를 코스모스 라운지로 꾸미고 구체적인 일정을 준비했다. 요리교실, 바비큐 파티와 공연, 불멍과 밤하늘 별 보기, 숙소 근처 편백숲에서 진행하는 아침을 깨우는 산책과 차담, 숙소 1층에서 열린 포럼 등이다. 부대 행사로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바닷가 포장마차 송포 스낵바와 송포 요트 투어도 마련했다.
실제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직접 가보니 송포마을은 입지 자체가 조용하게 휴식하기 좋았다. 무엇보다 숙소 어매니티에 감동했다. 어매니티는 호텔 같은 숙소에서 숙박객에게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편의용품을 말한다. 대표 색깔을 정해 통일되게 잘 디자인된 로고는 마치 온 마을이 함께 한다는 느낌을 줬다. 송포마을에서 재배하는 양배추와 사과를 넣은 웰컬드링크 '마음담아양', 바닷가 숲 내음을 품은 쑥과 도라지로 만든 티백 '송포'와 세면용품까지 모두 마을이나 거제통영 등 지역 생산자들이 만든 것이었다. 아침 차담와 간단한 산책도 좋았는데, 이른 아침에 차를 마시며 여행객들과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경험은 여행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다만 이런 일들이 일회성이 아니라 거제 DMO 기획자들이 빠지더라도 꾸준히 이어지도록 해야 하는데, 과연 고령화된 어촌 마을에서 가능한 일일까. 그렇다면 실제 일을 주도적으로 맡아줄 젊은이들이 마을에 정착하도록 할 방법은 뭘까. 이는 지난해 송포 어촌 리조트가 남긴 큰 숙제였다.
/이서후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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