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카드론 효과 톡톡, 카드사 호실적 향한 싸늘한 시선
카드업계 상반기 순이익 5% 증가, 카드론 잔액 41조 돌파 ‘사상 최대’ 경신
고금리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카드업계가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자 고금리 대출인 카드론 영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결과다. 단기간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이로 인한 카드업계 건전성 악화와 가계부채 확대 등 부작용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고금리·경기침체에도 카드사 실적호항…주요 카드사 순이익 두자릿수 증가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업계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5220억원이다. 전년(1조4469억원) 대비 5.2% 증가한 수치다. 카드업계 ‘빅4’(신한·삼성·KB국민·현대)는 현대카드를 제외하고 모두 상반기 당기순이익 성장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롯데카드를 제외하곤 대부분 수익성이 개선됐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상반기 37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전년 대비 1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의 당기순이익은 2906억원에서 3626억원으로 24.8% 늘었다. 국민카드는 2557억원을 기록하면서 32.6% 증가했다. 하나카드 당기순이익은 1166억원으로 전년(725억원) 대비 무려 60.8% 증가했다.
현대카드와 우리카드는 당기순이익이 개선되긴 했지만 증감률이 한자릿수에 그쳤다. 현대카드는 1637억원으로 전년(1572억원) 대비 4.1% 증가했고, 우리카드는 지난해 상반기 81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38억원으로 2.3% 늘어나는데 그쳤다. 롯데카드의 경우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62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79.5% 감소했다.
통상 고금리와 경기침체는 카드업계 수익에 직격타로 작용한다. 고금리 상황에선 카드사의 조달금리가 올라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 경기가 침체되면 소비자들의 신용구매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수차례 인하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카드사의 호실적은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카드업계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등이 지목된다.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풍선효과로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로 몰린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카드사들 역시 수익성 개선을 위해 대출영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 결과 카드론 잔액은 매달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와 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41조2266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7.96%, 전달과 비교하면 1.53% 증가했다.
카드론 잔액이 40조원을 처음 넘긴 건 지난 5월이다. 이후에도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연속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현금서비스 역시 지난달 말 기준 잔액이 6조7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달보다 1.19% 증가했다.
고금리 카드론·현금서비스 골몰…소비자 이자부담, 카드사 건전성 악화
카드업계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덕분에 호실적을 내긴 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고금리 대출상품에 따른 이자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고, 카드사 입장에선 가계부채 확대에 따른 건전성 악화 우려가 높아질 수 밖에 없어서다. 카드사의 단기 대출상품은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에 비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 금리가 두자릿수이고, 현금서비스는 대개 법정최고금리에 육박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지난달 기준 14.35%에 달했다. 카드론 평균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우리카드로 15.79%에 달했다. 금리가 가장 낮은 전업계 카드사는 현대카드로 13.67%였다. 특히 카드론은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대부분 고금리가 적용된다.
신용점수가 900점이 넘는 우량 신용자라고 해도 카드사의 카드론 금리는 모두 두자릿수가 넘는다. 급전이 필요한 금융소비자가 카드론을 이용하는 만큼 10~12%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상품임을 감안하면 카드론 증가는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론뿐 아니라 현금서비스는 금리 수준이 더 높다. 신용점수가 900점을 넘는 우량 신용자라도 적게는 13% 많게는 16%에 달했다. 카드업계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 역시 18%를 가볍게 넘는다. 법정 최고금리가 20%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현금서비스 이용자는 대부분 법에서 정하는 최고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카드사의 건전성 악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업계의 실질 연체율은 1.76%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1.6%보다 증가했다. 실질 연체율은 1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로 카드사 건전성을 엿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가계부채 문제를 의식한 정부가 은행과 저축은행 등을 중심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하자 그에 따른 반대급부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카드사에서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카드론 대출영업 경쟁이 치열한데, 연체율 증가 등 카드사 입장에서도 마냥 좋아하긴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