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젬픽 급여기준 ‘빗장’…비만 오남용 막다 당뇨병 치료 접근성 저하

이재원 기자 2026. 1. 2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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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항비만 오남용 차단’ 명분으로 별도 급여 고시 행정예고
HbA1c·BMI 등 다중 조건에 의료계 “현실과 괴리”
마운자로 등 GLP-1 급여 논의에도 영향 전망
오젬픽 프리필드펜. /사진 출처=노보노디스크 홈페이지.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보건복지부가 노보노디스크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오젬픽프리필드펜,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해 별도의 급여기준을 신설하는 행정예고를 내놓으면서 임상 현장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항비만 목적의 오남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에서는 "당뇨병 치료제임에도 접근성이 지나치게 제한됐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복지부는 최근 행정예고를 통해 오젬픽프리필드펜주에 대해 별도의 개별 고시를 신설하고, 투여 대상·병용 요법·평가 방법·처방기간 등을 세부적으로 규정했다. 복지부는 "허가사항은 제2형 당뇨병이지만, 급여 범위를 벗어난 사용 시 항비만 약물로 오용될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급여 대상, 'HbA1c 7% 이상 + BMI 25kg/㎡ 이상' 등 다중 조건

행정예고안에 따르면 오젬픽은 경구제 병용요법과 인슐린 병용요법으로 나뉘어 급여가 인정된다.

경구제 병용요법의 경우, 메트포르민과 설포닐우레아(SU) 계열 약제를 2~4개월 이상 병용 투여했음에도 HbA1c가 7% 이상인 환자 중 ▲BMI 25kg/㎡ 이상이거나 ▲인슐린 요법이 불가능한 경우로 급여 대상이 한정된다. 투여는 메트포르민·SU·오젬픽의 3종 병용요법만 인정되며, 이후 현저한 혈당 개선이 있을 경우에만 2종 병용요법(메트포르민+오젬픽)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인슐린 병용요법 역시 조건이 까다롭다. 기저 인슐린(단독 또는 메트포르민 병용)을 2~4개월 이상 투여했음에도 당화혈색소(HbA1c)가 7% 이상인 경우, 또는 오젬픽+메트포르민(+SU) 치료에도 혈당 조절이 실패한 경우에 한해 기저 인슐린과의 병용이 인정된다.

또한 최초 처방 시 약제 투여 이력, HbA1c, BMI 등 객관적 자료 제출이 의무화되며, 이후에도 3개월마다 HbA1c와 BMI를 반복 제출해야 한다. 처방기간 역시 초기 3개월은 최대 4주분으로 제한되고, 이후에야 최대 3개월 처방이 가능하다.

복지부는 "저용량으로 시작해 증량이 필요한 약제 특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의료현장에서는 행정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BMI는 당뇨 치료의 필수 기준 아냐…진료 가이드라인과 괴리"

이에 대해 개원가에서는 급여 기준 설정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강창원 대한내과의사회 보험정책단장(강창원 내과)은 "기준이 많이 깐깐하다. 만족되는 환자가 드물 것"이라며 "당화혈색소 7% 이상에 BMI 25 이상인 환자들은 아주 드물다"며 "선택폭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 보험정책단장은 "(환자의 조건이) 만족된다면,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을 최우선으로 쓰기는 하지만, 만족시키는 환자가 드물다"고 덧붙였다.

박정환 한양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도 이번 급여기준이 조금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당화혈색소(HbA1c)를 급여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 자체는 당뇨병 치료제인 만큼 큰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BMI 기준을 급여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부분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BMI가 낮다고 해서 이 약을 쓰면 안 되는 근거는 없고, 반대로 BMI가 유지되거나 감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치료를 제한하는 것은 의학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 기준이 사실상 기존 GLP-1 수용체 작용제인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와 유사한 구조를 띠고 있음에도, 선행 치료 요건을 지나치게 고정적으로 설정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박 교수는 "메트포르민 이후 다양한 조합 치료 실패 시 GLP-1 계열로 넘어가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DPP-4 억제제 등 다른 조합 실패 사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복지부가 비만 치료 목적의 오남용 가능성을 과도하게 우려한 나머지, 정상적인 당뇨병 진료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는 불만도 크다. 실제로 이번 고시안에서는 급여 기준을 벗어난 제2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전액 본인부담 처방'(임의비급여 등)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박정환 교수는 "임의 비급여까지 전면 차단한 것은, 지나치게 규제적인 행정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마운자로 등 다른 GLP-1 계열 당뇨 적응증 급여의 '전례' 될까

이번 오젬픽 급여기준이 향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 등 차세대 GLP-1 계열 치료제의 급여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교수는 "현재 기준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마운자로 역시 거의 동일한 조건으로 급여가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마운자로에 있는 고용량 제품의 전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선제적 통제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방식이 최선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학회 차원에서도 의견 수렴이 진행 중이다. 박 교수는 "당뇨병학회에서도 오늘까지 의견을 수렴해 복지부에 공식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비만 오남용을 막으면서도 진료 가이드라인과 조화를 이루는 급여기준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