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성수기에 천만관객 돌파한 '파묘', 결국...

[파묘 1000만] "시기보다 더 중요한 건…" 흥행 법칙도 바꿨다
'파묘' 촬영 중 대화 중인 유해진과 장재현 감독. 사진제공=쇼박스

'파묘'와 '서울의 봄', 두 1000만 관객 영화가 흥행의 법칙을 바꿔놓고 있다.

'파묘'(감독 장재현·제작 파인타운 프로덕션)는 2월22일 개봉해 32일째에,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지난해 11월22일 선보여 33일째에 1000만 관객을 모았다.

특히 극장가의 전통적인 비수기로 인식되어 온 2월과 11월에 각각 개봉해 큰 흥행 성적을 거뒀다. 이를 계기로 영화계는 개봉작의 새로운 배급 전략을 세워야 할 시기라는 데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26일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파묘'와 '서울의 봄'의 흥행 성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며 "작품이 화제가 되느냐, 궁금증을 유발하느냐가 중요하지 성수기에 블록버스터를 개봉하느냐, 안 하느냐는 더 이상 중요한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작품이 재미가 있으면 성수기든 비수기든 시기에 상관없이 관객은 영화를 찾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시기보다 대진운, 즉 경쟁작과 부딪치는 상황이 흥행을 가르는 더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파묘'와 '서울의 봄'은 비수기에 개봉하면서 다른 기대작들과 경쟁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파묘'의 경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듄: 파트2'의 공세가 예상되는 시기에 일주일 먼저 개봉하는 전략으로 관객을 선점할 수 있었다. '듄: 파트2'는 국내에서 뚜렷한 흥행 성과를 내지 못해온 정통 SF장르인 데다 전편을 보지 않은 관객으로서는 높은 진입장벽에 부딪혀야 하는 상황의 반사이익을 누렸다.

지난해 성수기 개봉작들의 흥행 부진 사례도 대진운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밀수' '비공식작전'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7말8초'(7월 말에서 8월 초)라 불리는 여름 시즌의 극성수기에 개봉한 가운데 '밀수'만이 514만명으로 여유롭게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웃었다. 나머지 작품은 흥행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거미집'이 9월27일 나란히 개봉했지만, 이를 피해 연휴 마지막 날 개봉한 '30일'만이 흥행을 거뒀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제작자인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관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작품의 재미이다. (개봉)시기가 아니다"면서 "다만 영화가 재미가 있어도 여러 편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관객들은 분산되기 마련으로, 앞으로는 점점 더 경쟁작 상황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흐름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암울했던 극장가는 '서울의 봄'과 '파묘'의 흥행으로 활력을 되찾는 분위기이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개한 '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2월 극장 관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78.4% 증가한 1146만명을 기록했다. '파묘'의 흥행이 극장에 활력을 돌게 했다고 분석됐다.

'서울의 봄' 촬영 중 웃고 있는 김성수 감독과 황정민.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CJ CGV 황재현 전략지원 담당은 "'서울의 봄'과 '파묘'에 이어 큰 흥행이 예상되는 '범죄도시4'가 4월에 개봉하는 등 확실히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파묘' 이후 달라진 극장가의 분위기를 주목하며 "얼마나 빨리 라인업을 확정짓고, 그에 맞춰 마케팅에 돌입하느냐가 앞으로 흥행 성과에 중요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