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
“일정 부분 포기하고, 일정 부분 인정하고. 그러면서 지내다 보면 나이에 ‘ㄴ’자가 붙습니다. 서른이지요.” 가수 고(故) 김광석이 자신의 노래 ‘서른 즈음에’를 소개하면서 덧붙인 말이다. 자기 뜻이 확고하게 선다는 ‘이립(而立)’의 나이, 서른. 하지만 여전히 아픈 구석은 남아있고, 그 아픔을 마음껏 티 낼 수도 없어서 많은 것을 포기한다. 그러다 자기 삶에 ‘한계’라는 말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서른은, 그래서 비로소 어른이다. 대학야구 최고의 좌완 투수, 그리고 빛나는 신예 호타준족. 이제 그는 자신을 설명하던 말들 위에 새로운 색깔을 덧댈 때다. 서른의 변곡점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Hoeha Jeong Location Gwangju-KIA Champions Field
#새로운 의미
2022년 3월 호 이후로 꽤 오랜만이에요. 출연 소감이 궁금합니다. (1월 15일 인터뷰)
오래전에 인사드리고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더그아웃 매거진>은 여러 선수를 만나잖아요. 팬분들이나 야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잡지를 통해서 선수들의 근황이나 살아가는 모습을 알릴 수 있죠. 그래서 ‘화보 다시 한번 찍고 싶다’라고 생각하면서 기다렸어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기회가 찾아왔네요.
휴식 기간이에요. 어떻게 지내고 있었어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후에 곧장 가족이 있는 창원으로 가서 쉬었어요. 차로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집안일도 하면서, 그동안 못 했던 아빠 노릇을 했죠. 그렇게 2주 정도를 보낸 뒤엔 계속 훈련했어요. 중간중간에 축승연이나 광주 카퍼레이드 등 행사에도 참석하기도 했지만, 줄곧 훈련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년보다 운동을 빨리 시작한 건데, 그러다 보니까 시간이 빠르게 흐르더라고요.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 반지예요. 첫 우승 때와는 느낌이 다른가요?
그때도 정말 좋았어요. 첫 우승이었으니까요. 다만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라 아쉬운 점은 있었어요. 마스크도 착용해야 했고, 팬분들이 관중석에서 한 자리씩 띄우고 앉아야만 했으니 야구장에 많이 찾아오실 수 없었거든요. 시즌 개막이 지연된 탓에 한국시리즈 개최가 11월 말로 미뤄진 것도 안타까웠어요. 추운 날씨 탓에 저희 홈이 아닌 고척 스카이돔에서 중립 경기를 펼쳤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우승은 상황이 달라졌죠. 팬분들이 경기장에 가득 계셨고, 저도 이적 후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거라서 의미가 남달라요.
‘우승 주장’이 됐다는 점에서 더 그럴 것 같아요.
물론이죠. 누구나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니잖아요. 주장인 시즌에 우승한다는 건 꿈만 같은 일이죠. 그래서 지난 시즌에 팀 차원에서도,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어요. 통합 우승, 갖가지 기록, 광주에서의 37년 만에 우승, 주장으로서 우승… 여러 수식어가 붙었으니까요.
우승을 가장 많이 한 타이거즈지만, 광주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건 1987년 이후로 자그마치 37년 만이었어요.
저는 팀을 옮겨왔기 때문에, 우승한 후에나 기사를 통해서 한국시리즈에 관한 팀 기록들을 접했어요. 그러면서 이번 우승이 대단했다는 걸 깨달았죠.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무패’ 역사도 시리즈를 치르면서 기사로 접했어요. 한편으로는 그게 부담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만약 우승하지 못한다면 팀 역사상 첫 패배가 되니까요.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결과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적 직후 본지 인터뷰에서 ‘타이거즈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것’으로 “당연히 우승”이라고 말했죠. 이젠 목표를 업데이트해야 하려나요?
그래도 여전히 우승입니다. 당장은 한국시리즈 2연패고요. 해 보니까, 우승은 언제나 좋더라고요. 그래서 비시즌 때도 모든 선수가 애써서 준비해요. 얼마 남지 않은 선수 생활 동안 최대한 여러 번 우승하고 싶어요.
우승 직후 아들 정재 군이 마이크를 잡고 본인 응원가를 ‘술텐(?)’으로 불러주더라고요. 온 가족이 ‘아파트(APT.) 챌린지’에 나설 정도의 ‘인싸력’이니, 집안이 잠잠할 날이 없을 듯한데요?
제가 가족 네 명 중에서 제일 조용합니다. 아내도 활발한 성격이고, 아이들도 흥이 많아요. 집에서도 노래 부르고, 응원가 부르는 일이 다반사예요. 딸은 원래 절 닮아서 조용한 편이었는데, 오빠랑 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성격이 변하더라고요.
광주는 야구 열정이 뜨거운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금남로 카퍼레이드에서 감격의 눈물을 짓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요.
그렇게 신기한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은 분이 찾아오셨더라고요. ‘아, 또 우승해야 하겠구나’라는 다짐과 목표가 자연스레 생길 수밖에 없었어요. 후배 선수들도 똑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2024시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언제일까요? 단,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순간은 빼고!
8월 16일, 잠실 LG 트윈스전이었어요. 그때 저희가 1위였고, LG가 2위였던 상황에 주말 3연전을 치렀죠. 3연전 첫 경기에서 계속 2점 차로 끌려가다가, 9회에 역전홈런을 쳐서 이겼어요. 분위기상 중요한 순간이었어요. 만약 그 경기를 내줬다면 순위 싸움이 어려워질 수 있었거든요. 제게는 그날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시즌 중반부터는 선두 자리를 쫓겼잖아요. 2위 팀이 계속 바뀌고, 2위 팀 간의 경기가 중요할 때마다 반복됐어요. 그럴 땐 선수들도 순위나 승차를 의식하고 경기하나요?
의식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물론 모든 경기에 집중해야 하겠지만, 2위 팀과의 경기는 중압감이 커서 선수들이 더 착실히 준비해왔어요. 저 역시 ‘한번 지면 순위가 뒤바뀐다’라고 의식하곤 해요. 살얼음판 순위 싸움에선 타석이나 수비 위치에서 특히 더욱 집중력을 끌어올렸고요. 그게 2위 팀 상대 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이끄는 팀이란
FA 계약 기간도 어느덧 절반이나 흘렀어요. 지난 3년을 스스로 평가해본다면요?
첫해(2022시즌)는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팀 차원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성적을 냈고 부상 없이 시즌을 풀타임으로 치렀거든요. 하지만 2023, 2024시즌은 부상 탓에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한 게 아쉽죠. 그래서 이번 비시즌에는 부상 방지를 위해서 차근차근 준비 중이에요. 스프링 캠프에서도 마찬가지일 테죠. 팬분들께서 올 시즌 절 보면서 2022년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남다르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도 ‘부상 없는 시즌’을 개인적 목표로 꼽았어요. 특별히 집중하는 부분이 있어요?
새롭게 시작한 건 없어요. 그저 훈련을 일찍 시작한 게 다른 점이죠. 저도 한 살, 한 살 먹다 보니까 신체 능력이 20대만큼은 아니더라고요. 이제 30대 중반이니까 전보다 빠르게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즌이 끝난 후 휴식 기간도 2주로 줄인 거고요.
주장일 때 우승했다는 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고 말했잖아요. 과거 주장 경험이 있긴 했지만, 이적한 팀에서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았잖아요. 부담이 크지는 않았나요?
저는 오히려 상황이 허락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장직을 맡고 싶었어요.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직책이 아니니까요. ‘또 언제 해 보겠나’ 싶었던 거죠. 제가 제 걸 우선해서 챙기는 성격인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어요. 그런 성격이다 보니까, 지금이 아니라면 팀원들을 챙기면서 이끌어갈 기회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죠. 선수들과 더 가까워지면서 팀에 녹아들 방법이기도 하고요. 주장을 맡은 후로 저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서 좋습니다.
오히려 주장이라서 본인도 사교적인 성격으로 바뀐 거군요.
많은 사람이 그렇듯이, 저도 평소 대화가 잘 통하고 스타일이 맞는 동료들끼리 함께 지내면서 편안함을 느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제게 다가오지 못하는 선수가 많아지더라고요. 제 나이도 찼고 또 주장직을 맡기도 해서 그런 거겠죠. 그래서 주장으로서 여러 선수에게 먼저 말을 걸고 적응을 돕는 걸 제 목표이자 역할로 여깁니다.
리더마다 스타일이 서로 다르죠. 본인은 어떤 유형의 주장이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인 규칙과 규율만 지킨다면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걸 추구합니다. 어릴 적부터 험악한 분위기 아래서 사람을 강압적으로 대하는 걸 싫어했어요. 그래서 언젠가 고참이 된다면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었죠. 어린 선수들 의견을 존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래야 그 친구들이 제게 다가오면서 팀도 하나가 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최근 인터뷰에서 김태군은 후배들에게 돌려 말하지 않고, 옮고 그름을 또렷하게 전달한다고 하더라고요. 본인은 어때요?
선배로서 조언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른 듯해요. 물론 선명하게 잘잘못을 전달하는 방식도 필요하지만, 저는 여러모로 챙겨주고 잘 타이르면서 소통하는 걸 추구해요. 딱딱하게만 접근하면 듣는 사람은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몇몇 선수들은 이미 결혼도 했고, 심지어 자식이 있는 경우도 다반사고요.
소위 ‘요즘 애들’이라고 하는 20대 초반 선수들과 본인이 다르다고 느끼는지 궁금해요.
분명 다르다는 게 느껴집니다. 과거에는 선배들과 있을 때 하면 안 된다고 여겨졌던 행동이나 말을 하는 모습들을 보고는 해요.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체감하죠. 하지만 시대가 변하는 걸 제가 막을 수는 없으니, 그 흐름에 적절하게 따라야 한다고 봐요. 후배들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면 선배로서 타이르면서 바람직하게 조율해야 하는 거죠.
최근에 마음을 쓰고 있는 후배가 따로 있어요?
말을 안 들어서 그런 거라기보다는, 살짝 튀어서 눈길이 가는 선수가 있죠. (공개할 수 있나요?) 예, 뭐… 박찬호, 최원준… (웃음) 그 선수들이 주전이기도 하고, 앞으로 KIA 타이거즈를 이끌어야 할 재목들이잖아요. 지금 보여주는 개성적인 생각들이 나쁜 건 아니지만, 앞으로는 팀을 이끌어간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조금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죠.
만약 둘 중 한 사람에게 주장직을 물려줘야 한다면, 누구를 고르겠어요?
하… 힘든데… (웃음) 하지만 막상 그 친구들이 주장이 되면 책임감도 함께 주어지니까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요?
지난 시즌 우승을 경험한 후배들이죠. 새 시즌에 앞서 강조하고 싶은 게 있을까요?
큰 어려움 없이 한 시즌을 잘 보냈어요. 하지만 아무리 잘하는 팀도 조금씩은 힘들고 어려운 점을 안고 있는 법이거든요. 그런 문제들로 인한 부담이 적어졌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작년처럼만 한다면 올해도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 선수단 구성에 변화가 있었죠. 외국인 선수 아담 올러와 패트릭 위즈덤이 새 식구가 됐고, 조상우도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어요.
상우는 친분이 있어서 적응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거예요. 나이도 제법 찼고요. 그냥 KIA가 어떤 팀인지 알려주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푭니다. (양)현종이 형이 투수조 고참 역할을 잘해 주시기도 하고요. 외국인 선수는, 제가 비록 영어는 안 되지만… (웃음)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되거든요. 어려움이 있다면 통역사들의 도움을 얻기도 하고요. 그래서 통역을 포함한 구단 직원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저희 팀엔 제임스 네일 선수가 있으니까, 그 선수가 솔선수범해서 잘 소통하리라고 봅니다. 그러다가 어렵고 부족한 점이 생기면 제가 메우면서 돕는 거죠.
#다시 한번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다소 늦게 시즌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첫 한 달을 OPS 0.828로 시작한 뒤 날이 더워질수록 컨디션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였는데, 변화를 준 게 있었나요? (8월 타율 0.338 OPS 0.916, 9월 타율 0.303 OPS 1.048)
항상 똑같이 준비합니다. 시기에 따라 변화를 주는 건 따로 없어요. 선수들의 컨디션은 144경기를 치르면서 오르락내리락해요. 특히 타자가 더욱 그러죠. 타격감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는데, 슬럼프를 최대한 얕게 만들고 짧게 끝내는 게 가장 중요해요. 너무 깊고 길어지면 곤란하니까요.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슬럼프를 빠르게 끝내기 위해서 몸 관리에 신경을 씁니다.
작년 여름에 SBS Sports 이순철 해설위원과의 인터뷰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의 양을 예전보다 줄였다고 답한 적이 있어요. 여전히 과거보다는 적게 하는 건가요?
맞아요. 과하지 않게 기본적인 것들만 해요. 예전엔 주변에서 너무 심하다고 말할 정도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어요.
아마추어 시절부터 체격을 늘려놓았던 것으로 유명했잖아요. 인바디 점수는 얼마나 나오는지 궁금한데요?
측정하는 기계에 따라 다르긴 한데, 제 몸에 비해서는 점수가 높아요. 100점은 넘으니까요. (100점이 넘게 나올 수도 있어요?!) 저도 100점 만점이라고 아는데, 간혹 100점을 넘기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점수 좋은 다른 선수들도 90점과 100점 사이로 나와요. 하지만 그건 체형에 따라 부여되는 점수라, 낮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고 봐요.
근육량을 키우고 싶은 헬스 초보자에게 조언을 건네줄 수 있어요?
꾸준해야 해요. (그게 제일 어려운 건데…) 어려우니까 그만큼 중요해요. 하루 힘들게 운동했다고 해서 그다음 날 쉬어버리면 원상 복구되는 거죠. 적게라도 운동을 쉬지 않는 게 의미가 있어요. 단기간에 근육량이 극적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목표를 장기적으로 설정해서 꾸준히 이어가는 게 중요해요.
사람마다 운동하는 이유가 제각각이잖아요. 어떤 사람은 운동에 재미를 붙여서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이 필요해서 하는 선수도 있고요.
그래서 운동 스타일은 사람마다 달라야 하는 거라고 봐요. 몸이 마른 선수들은 강압적으로라도 운동량을 늘려야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이어왔다면 부족한 부분만 찾아서 체계적으로 운동에 접근해야 하죠.
정규 시즌의 아쉬움은 뒤로 하고 한국시리즈에서는 0.350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어요. 2020년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우승할 때도 무려 0.458의 고타율이었죠. 시리즈 준비를 위한 루틴이 있었던 거예요?
딱히 그런 건 없어요. 단지 2020시즌과 2024시즌 모두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했기 때문에, 시리즈를 준비할 3주 정도의 여유가 있었던 거죠. 그 기간 초반에는 그동안 부족했던 운동에 열중하고, 한국시리즈가 다가오면 컨디션 조절에만 신경을 썼어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하는 팀은 필연적으로 힘에 부치게 되는데, 정규 시즌 1위를 하면 이점이 분명하죠.
최근 인터뷰에선 “(김)도영이와 비슷한 수준의 활약을 펼치도록 하겠다”라고 했더라고요. 과거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자로서 약간 의식하고 있었던 건가요?
도영이는 지난 시즌 퍼포먼스가 워낙 대단했고, 어린 나이에 다양한 기록을 세웠잖아요. 물론 도영이는 대졸인 저와는 다르게 고등학교에서 바로 프로 무대로 왔지만, ‘내가 저 나이 때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사적으로도 그런 선수는 거의 없었으니, 대단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다른 팀들도 도영이를 면밀하게 분석했을 거고, 그래서 더 어려울지도 몰라요. 그래도 지난해 자기만의 방법을 터득했을 테니,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낼 거예요. 아쉽게 달성을 못 했던 40홈런-40도루 클럽에도 가입할 수도 있고요. 제가 기록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는 선수라, 그저 부럽죠.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뭐예요?
팀 차원에서는 당연히 우승이고, 가능하다면 ‘왕조’를 만들어서 우승 반지를 최대한 모으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다치지 않는 것, 그리고 중심 타자 역할을 잘 수행하는 거예요. 예전에는 3할-30홈런-100타점을 종종 기록하다 보니까 어렵게 여기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달성하지 못하다 보니까 그제야 어려운 기록임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다시 착실히 준비해보려 합니다.
통산 1,700안타, 272홈런. 대단한 기록이잖아요. 달성을 앞둔 기록 중 2,000안타와 300홈런 중 어떤 게 더 욕심나나요?
저는 300홈런을 선택하겠습니다. 솔직히… 타자는 홈런이거든요. 안타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팀을 구해내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는 홈런만큼 좋은 게 없어요. 그래서 은퇴 전까지 홈런을 최대한 많이 치고 싶습니다. (근데 300홈런은 올해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28개 남았으니까, 올해 30개 쳐서 300홈런을 넘기고 싶네요.
뱀띠(1989년생)잖아요. 공교롭게도 프로 무대에 데뷔했던 2013년도 뱀의 해였고, 올해 다시 뱀의 해가 됐어요.
그런가요? 전혀 몰랐어요. 올해는 주변에서 응원도 크게 보내주시고 저도 스스로 기대하고 있어요. 제 퍼포먼스가 좋았을 때를 떠올리면서 성적을 올리고 싶고요.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부상으로 고생하다 보니 약하다는 소리를 처음 들어봤어요. 원래는 잘 다치지 않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 싫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강하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하고 싶습니다.
어느덧 30대의 전환점을 돌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꾸준한 선수죠. ‘나성범은 어느 정도의 기록을 세울 수 있는 선수’라는 인식이 생기면 좋겠어요. 그래서 꾸준한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변함없이 응원할 타이거즈 팬 여러분께 한마디 부탁해요.
2024년, 정말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저희가 통합 우승도 이뤄냈고요. 2025시즌에도 다시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팬분들도 작년처럼 자주 찾아와주세요. 저 또한 부상 없이 시즌 잘 마무리해서 멋진 성적을 내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6호 (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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