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과 제주항공의 ‘잘못된 만남’…무슨 일이?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4. 12. 3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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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어가는 지난 29일 오전, 전남 무안 망운면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81명 중 179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일각에선 무안공항 비극이 국제선 기근에 시달린 무안공항과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제3허브화 전략을 편 제주항공 간에 안전성이 뒷전이 밀린 '잘못된 만남'이 가져온 예견된 사고라는 시각도 있다.

이들의 '만남'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서남권 허브공항을 꿈꾸던 무안국제공항과 국제선 확대전략을 펼친 저비용항공사(LCC) 선두주자 제주항공 측 사정부터 먼저 파악해야 한다.

진에어는 대한항공, 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로 모회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제주항공은 중요한 MRO를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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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없는 무늬만’ 무안국제공항의 현실적 고민
제3허브화 추진, 국적 저비용항공사 1위 제주항공
일부 ‘안전성 뒷전’ 위험한 만남…예견된 사고 시각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한해가 저물어가는 지난 29일 오전, 전남 무안 망운면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81명 중 179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무안국제공항(이하 무안공항)은 최근 개항 이래 17년 만에 정기 국제선이 취항했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돼 대형 참사가 났다. 갑작스런 제주항공 참사 소식은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일각에선 무안공항 비극이 국제선 기근에 시달린 무안공항과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제3허브화 전략을 편 제주항공 간에 안전성이 뒷전이 밀린 '잘못된 만남'이 가져온 예견된 사고라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둘은 어떻게 만났을까 그리고 어쩌다가 역대급 항공 참사를 낳았을까. 이들의 '만남'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서남권 허브공항을 꿈꾸던 무안국제공항과 국제선 확대전략을 펼친 저비용항공사(LCC) 선두주자 제주항공 측 사정부터 먼저 파악해야 한다.

12월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망운면 피사리 무안국제공항 상공에 시커먼 먹구름이 끼어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17년 전 장밋빛 청사진 내놨지만…지금 현실은 '딴판'

무안공항은 호남의 유일한 국제공항이다. 개항 당시만 해도 꿈에 부풀었다. 국토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연간 519만 명 수용 규모의 여객터미널을 갖춘 국제공항으로서 서남권의 허브공항 역할을 할 것이다." 개항할 무렵 정부 당국자들이 자신 있게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이다. 

서남권 거점 공항을 목표로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착공해 2007년 개항했다. 인근에 공항이 있는데도 선심성 공약으로 추진돼 당시 사업을 주도한 한화갑 국회의원의 이름을 따 '한화갑 공항'으로 불린다. 정부는 인천·김해국제공항과 함께 항공교통망의 삼각 축을 형성하고자 1999년 착공해 국비 3000억 원을 투입했다. 시설과 여객 처리 능력 등을 기준으로 국내 공항 가운데 다섯 번째 규모로, 개항 당시 동북아 전진 기지 역할을 기대했다.

시설 규모만 보면 국제공항으로서 손색이 없다. 연간 14만회 이착륙이 가능한 2800미터 활주로와 항공기 9대가 동시에 주기 할 수 있는 계류장(9만여㎡)을 갖췄다. 주차장(2095대 주차 규모), 여객터미널(연간 519만명 수용 규모)도 크게 만들었다. 활주로는 인천과 김포공항보다는 짧지만 청주와 대구공항보다는 길다. 

무안공항은 '서남권 거점공항'이란 상징성을 되찾기 위해 최근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2022년 활주로 연장사업이 확정돼 2025년까지 활주로가 현재 2800m에서 3160m로 연장되고 유도로와 착륙대가 360m씩 증가한다. 약 2조 5000억원을 투입해 KTX 호남선에 무안국제공항역을 신설하고 활주로 역시 2800m에서 3160m로 늘리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무안공항이 현재는 어려움을 겪지만, KTX 호남선이 경유하고 장기적으로 목포-제주 해저터널을 통해 KTX가 운행되면 명실상부한 서남권의 허브공항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반쪽자리 국제공항' 오명에 절박…"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심정"

그러나 17년이 지난 무안공항의 현실은 정부의 기대와는 완전히 딴판이 됐다. 서남권 허브공항 도약의 구상은 온데간데 없이 '동네공항', '반쪽짜리 국제공항'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지 오래다. 활주로 이용률은 꾸준히 전국 꼴찌 수준이다. 이용객이 없어 활주로에서 주민들이 고추 말리는 장면이 목격돼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도 불렸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2년엔 활주로 이용률 0.1%에 그쳤다. 그 이전에도 5%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 공항 건설 전 연간 992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던 무안공항의 지난해 이용객은 24만6000명에 불과했다.

운항편도 적어 국제공항의 지위마저 위태로운 지경이었다. 김포, 인천 노선도 없다. 국제공항은커녕 반쪽자리 국내 공항이란 말을 들을 법하다. 이용객이 적다 보니 2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텅 비어 있다. 이곳에서 주차비를 받지 않는 것을 두고도 외지인들은 "얼마나 공항이 한산하면 요즘 같은 시대에 주차비가 무료냐"라며 코웃음 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매년 적자도 100~200억 원씩 늘어 누적 순손실이 1000억 원을 웃돈다. 국토 서남권 허브공항 역할은커녕 언론에 국책사업 혈세낭비 현장으로 자주 오르내렸다. 미래도 버겁다. 2029년엔 전북에 새만금국제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별다른 경쟁자가 없는 지금도 애물단지 신세인 무안국제공항은 설 자리를 아예 잃을 수도 있다. 갈수록 위기감이 커지는 대목이다. 

정부와 전남도는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국제선 노선을 늘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전남도가 무안공항 활성화 정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무안공항이 가진 '근본적 한계' 때문이다. 전남도 출신 한 공무원은 "워낙 국제노선이 부족한데다 이용객마저 적어 항공당국과 지자체 등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활성화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B737-8 기체 모습 ⓒ제주항공

손 내민 '제주항공'…무안공항에 집착한 까닭은

이 같은 무안공항의 절박함은 때마침 장기적인 성장 기반에 마련을 위한 제주항공의 '지방공항 허브화 전략'과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 양측의 합은 곧바로 약효가 나타났다. 무안공항은 2018년 이용객 56만 명을 돌파해 화제를 모았다. 시들어가던 무안공항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 것은 ​저비용항공사(LCC) 선두주자 제주항공이었다. 광주지역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제주항공의 '무안공항 제3허브화' 전략 시행으로 국제선 정기노선 취항이 속속들이 이뤄지면서다. 

허브 공항(Airline hub) 또는 거점 공항은 개별 항공사가 거점을 두고 주로 이용하는 공항을 뜻한다. 마치 프로야구의 지역연고와 비슷한 성격이다. 제주항공은 김해공항(제2허브화)에 이어 지난 2018년부터 지방국제공항 기점의 국제선 확대전략인 무안공항의 제3허브화 전략을 펴고 있다. 

제주항공은 무안공항에 집중했다. 국제선 허브공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인데 첫해 4월, 무안~오사카 노선 취항을 시작으로 다낭, 방콕, 타이베이, 세부, 코타키나발루, 마카오, 도쿄, 블라디보스토크 등에 취항했다. 다음해 7월부턴 무안~후쿠오카 노선에 취항했다. 1년 새 10개 가량의 국제선에 취항한 것이다. 무안공항에서 11개 노선을 운항했다. 이 중 제주 노선을 제외한 10개 노선이 국제선이었다. 하지만 다낭, 세부, 울란바토르, 간사이를 제외한 나머지 노선의 탑승률은 7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항공이 낮은 탑승률에도 무안공항을 집착하는 까닭이 뭘까. 전문가 사이에선 주요 공항의 슬롯(공항별 항공기 이착륙 허용 능력)이 포화상태라는 점을 근거로 들며 제주항공이 어쩔 수 없이 무안공항에서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를 이어나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제주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가장 규모가 큰 항공사다. 그러나 가격 측면에선 매력적이지만 많이 나아졌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안정성이 낮다는 꼬리표를 채 떼지 못하고 있다. 물론 LCC라고 해서 곧바로 '안전성에 문제 있다'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대형항공사(FSC)와 마찬가지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안전 기준과 점검을 동일하게 받고 사고율 또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베트남 민간LCC 비엣젯항공의 경우 호주 항공 안전·품질 평가기관 에어라인레이팅스(Airline Ratings)가 올해 초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20대 저가항공사'에 이름을 올렸다. 

안전성 우려 안은 '제주항공'의 제3허브화 전략

그럼에도 제주항공은 각종 지표상 이용자의 안전성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국토교통부가 '2023년 항공교통서비스 평가' 중 '항공운송서비스 평가' 결과, 국적 LCC 가운데 이스타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의 안전성이 'A++'에 오른 반면, 제주항공은 최하위급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LCC 항공기안전장애 14건 중 8건이 티웨이항공, 3건이 제주항공에서 발생했다. 항공정비(MRO)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점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LCC는 대형 항공사에 비해 정비사가 부족하고 자체 항공정비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 국내 항공사 중 자체 항공정비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뿐이다. 진에어는 대한항공, 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로 모회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제주항공은 중요한 MRO를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제주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여객기 평균 기령이 가장 높아 안전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 보유 42대 항공기 평균 기령은 13.8년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김포발·방콕발 항공기가 이륙 중 엔진 결함으로 긴급 회항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항공 정비를 주기적으로 진행해 운행에 지장이 없다"며 "신규 항공기가 순차적으로 들어오고 있어 평균 기령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오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 ⓒ시사저널 정성환

이번 참사로 무안공항은 다시한번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무안공항 제3 허브화'를 구상한 제주항공 또한 장기 전략 사업 자체가 물거품될 위기에 처했다. 물론 피해 규모, 사고 원인, 공항 관리 등에 대해 다양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 등 정부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은 아직 파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항공 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조류 충돌에 따른 엔진 이상 등으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점이 지목되고 있다. 새떼가 1차적으로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다른 엔진과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점은 의문을 제기되고 있다. 기체결함 여부도 사고 원인의 하나로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사고기 기령(비행기 연령)이 15년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노령화 문제라기보다는 기체 자체나 정비 보수의 문제점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다 제주항공의 무리한 운항 스케줄이 기능 저하와 결함을 불렀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항과 항공사 측의 무리한 노선 확장 전략도 사고 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정부는 사고기인 보잉 737-800기종에 대해서는 국내 항공사를 상대로 우선 특별점검을 진행해 정비 체계를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항공안전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기종의 가동률, 운항 전후 점검 및 정비 기록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안전성 점검을 진행할 것"이라며 "항공사의 정비 체계가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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