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산이 방산부문 매각을 중단한 가운데 앞으로 어떤 처분을 내릴지 주목된다. 방산부문 매각 없이 승계에 나설 경우 오너3세인 류성왜 씨가 그룹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류 씨는 류진 회장의 장녀다. 남동생인 로이스 류(한국명 류성곤) 씨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과 달리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어 방위사업체를 물려받는 데 법적 문제가 없다.
지배력의 핵심 '풍산홀딩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풍산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풍산홀딩스(지주사)→풍산(사업회사)→국내외 계열사 등으로 형성됐다. 풍산홀딩스를 지배하면 풍산을 비롯해 탄약 신관류를 개발하는 풍산FNS와 미국 내 구리소재 생산기지 PMX, 스포츠탄 판매회사 PMC 등의 계열사를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오너일가가 가진 풍산홀딩스 지분은 48.7%다. 류 회장이 37.6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그의 아내 헬렌 노 씨가 5.41%를 쥔 2대주주다. 또 류 회장의 장녀인 류성왜 씨와 장남인 로이스 류 씨가 각각 3.25%, 2.43%를 소유했다.
최근 풍산의 방산부문 매각 시도는 상속과 관련돼 있다고 해석됐다. 한국의 방위사업법상 방위사업체의 경영권은 한국 국적자만 가질 수 있으나 장남은 21세 때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한국 국적 회복도 어려워 보인다. 국적법 제9조 제2항에 따르면 병역 기피 목적의 국적상실자는 국적 회복이 불가능하다.
방산부문 매각이 이슈였던 올해 3월 초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류 회장의 장남은 미국 국적자라 경영권 상속이 어려운 만큼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방산 호황기에 탄약사업부를 높은 가치로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현재 풍산은 방산부문 매각을 공식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이달 초 공시에서도 '기업가치·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탄약사업 매각과 관련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법적 제약 없는 유일한 후계자
방산부문 매각이 중단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그 중 하나는 방산부문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장녀가 그룹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류 회장은 1958년생으로 만 68세다. 고령에도 기업을 이끄는 오너가 많은 만큼 승계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대외 행보에도 적극적이며 2023년 8월에는 한국경제인협회장으로 취임했다. 이달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으며 '한·인도 비즈니스포럼'에서는 조선 분야 협력을 강조하기도 힜다.
추후 승계가 진행된다면 법적 제약이 있는 아들보다는 딸에게 지분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풍산그룹 오너일가는 서애 류성용 선생의 후손으로 유교적 가풍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지는 않는다. 창업주인 고(故) 류찬우 회장은 4남매 중 장남이지만 오너2세인 류진 회장은 고 류 회장의 2남2녀 중 막내아들이다.
류 씨는 1990년생으로 미국에 귀화한 어머니나 남동생과 달리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즉 아버지로부터 풍산홀딩스 지분을 넘겨받아 방산부문을 포함한 계열사를 소유해도 법적인 제약을 받지 않는다.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방법도 있다. 최대주주로서 소유권과 지배력만 확보하고 신동부문과 방산부문 등 사업 운영은 경영인에게 일임할 수도 있다.
다른 기업집단에서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사례가 있다. 대방산업개발은 구교운 대방건설 회장의 딸인 구수진 씨와 며느리인 김보희 씨가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경영은 구 씨의 남편인 윤대인 대표가 맡고 있다. 넥슨은 창업주인 고 김정주 회장의 두 딸이 지주사 지분을 상속받은 최대주주지만 경영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류성왜 씨의 풍산홀딩스 지분율은 3.25%로 남동생보다 0.82%p 많다. 2022년 초까지는 남매가 각각 2.24%씩 소유했으나 아버지에게 넘겨받아 남동생을 앞지를 수 있었다. 당시 류 회장은 딸에게만 지분을 증여했다.
나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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