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이별의 슬픔 알려주는 묵직한 한국 영화

조회수 2024. 5. 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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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지수> ⓒ (주)인디스토리

[영화 알려줌] <미지수> (Unknown, 2024)

글 : 양미르 에디터

미지수는 '방정식에서 구하려고 하는 수', 또는 '그것을 나타내는 글자'를 이르며, '예측할 수 없는 앞일'을 뜻하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방정식을 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미지수' 때문일 터. 예측할 수 없는 사건과 사고, 느닷없이 찾아온 이별, 예기치 못한 헤어짐은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틀어놓는다.

2023년 24회 전주국제영화제, 49회 서울독립영화제 초청작인 <미지수>는 그런 예측불능의 세상을 살아내며 상실의 슬픔과 이별의 아픔, 그리움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통해 삶의 치유와 사랑의 회복을 전하는 묵직한 울림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미술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지수'(권잎새)는 자기 자신보다 더 소중히 여긴 연인 '우주'(반시온)를 그리워하면서도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속내를 쉬이 털어놓지 못한다.

여기에 더해 치킨집을 운영하는 '기완'(박종환)과 '인선'(양조아) 부부와 한 가정의 어머니로 평범한 삶을 꾸려가는 '신애'(윤유선)까지, 그들의 얼굴에는 수수께끼 같은 짙은 슬픔이 서린다.

<미지수>는 남들처럼 별일 없이 살아가던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 갑자기 들이닥친 변화와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이별의 슬픔을 겪고 있는 다섯 명의 인물을 통해 "산 사람은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저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와 같은 진심 어린 조언과 속내, 고백을 담은 대사들은 관객들의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낸다.

영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이 겪은 상실과 이별에 대해 애도와 함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도 북돋는다.

또한, 극의 초반 일파만파 알 수 없는 파국으로 내달리던 사건이 이돈구 감독이 사려 깊게 고안한 '맥거핀'이었음이 밝혀지는 순간, <미지수>는 다른 차원의 영화로 점프한다.

'지수'는 그리고 싶은 사람의 얼굴을 어째서 떠올리지 못하는지, '기완'은 왜 비가 오는 날이면 배달 주문을 받지 못하고 우주선 발사 뉴스에 집착하는지, '인선'은 그런 기완을 왜 질책하는지, '신애'는 무슨 이유로 베란다에 장총을 두고 살아가는지, 전혀 닿을 것 같지 않던 네 인물의 마음이 이해되는 '우주'의 비밀이 모두 밝혀지고 난 후에는 거대하고도 깊은 감정의 여운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나아가 관객은 비로소 <미지수>가 수수께끼를 푸는 영화가 아닌 미지수 같은 인간의 감정을 함께 견디고 공감하는 영화임을 깨닫게 된다.

모두가 한 번쯤 경험해 본 가슴 아픈 이별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로는 형용할 수 없던 감정과 남들이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던 행동, 그 모든 것은 실은 그리운 사람을 향한 깊고 넓은 우주 같은 그리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운다.

영화의 후반부, '우주'의 전 여자친구 '지수'에게 따뜻한 밥 한 상을 차려주고, 지수의 힘듦을 헤아려주는 '신애'의 따뜻한 포옹은 상실과 이별의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이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를 담았다.

이런 <미지수>를 연출한 이돈구 감독은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죄의식을 밀도 있게 다룬 초저예산 장편 데뷔작 <가시꽃>(2013년)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진출한 바 있다.

이어서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가족의 내밀한 상처를 다룬 두 번째 장편 <현기증>(2014년) 역시 19회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상찬받았다.

장르적인 쾌감이 폭발하는 반전의 밀실 스릴러 <팡파레>(2020년)는 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2관왕을 차지하며 영화제 화제작으로 주목받았고, 네 번째 연출작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한탕을 노리는 조폭 큰형님의 웃픈 가족극인 손현주 주연의 <봄날>(2022년)이었다.

특히 <봄날>은 장르적인 긴장감이 가득했던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매력과 분위기를 담아낸 작품이었다.

이처럼 이돈구 감독은 인간의 어둡고 복잡한 내면을 세밀하게 다룬 스토리텔링에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장르적 화법의 영화를 주로 만들어 온 '장르 마스터'였는데, <미지수>는 그가 만든 '멜로 장르'가 포함된 첫 영화다.

<미지수> 연출 계기에 대해 이돈구 감독은 "사실 사회적 이슈를 통해 영감을 받는 사람은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 안에 사회적 메시지가 묻어 있다면 자연스레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면서, "개인적인 이별 후 상실감을 느꼈고, 또 한편으론 그 사람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 감독은 "물론 영화 속 엄마의 모습이나 젊은 청년의 죽음은 사회적 이슈를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모두에게 큰 상처였으니까,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머니로서의 상실감은 어떨지 궁금했고, 그런 사건들을 찾아보고 공감하면서 써 내려가기는 했다. 관객들이 각자의 소중한 무언가를 회상하고 추억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별'과 '우주'라는 소재의 조합에 관해서 이돈구 감독은 "우주는 끝을 알 수 없고, 우리에게 막연한 호기심을 준다. 죽음에서 느끼는 감정이 곧 우주 같았다. 아무것도 느낄 수도 볼 수도 없는 끝을 알 수 없는 영역, 영화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의 고통과 그리움이 답도 없고 끝도 없는 그때 그곳에 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우주를 영화에 가져오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이 감독은 "영화에서의 '기완'이나 '인선'도 자책하며 괴로워하고 또 한편으로는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들이 이별한 이후의 삶을 사는 사람들과 느끼는 공허함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미지수
감독
출연
안성민,이혁주,김도의,이돈구,서연경,이돈구,심해어,김준,심해어,홍성준,김철환,김도의
평점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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