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vs 3억! 벤츠 GLS 580과 마이바흐 GLS 비교해보니 [시승기]

전자제품이건 자동차건 특정 가격 이상으로 비싸지면 지불한 값에 비해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워진다. '디테일'의 세계에서 차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자. 여기 1억 8150만원짜리 벤츠 GLS 580 4MATIC과 3억 1900만원짜리 마이바흐 GLS 600 4MATIC이 있다.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또 같은 마이바흐 GLS 600(좌)과 벤츠 GLS 580

같은 차를 기본으로 하지만 가격 차이가 무려 1억원 이상이다. 마이바흐 GLS는 1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가치를 할 것인지, 그리고 GLS 580은 SUV의 S-클래스라는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을지 비교해봤다.

겉모습
크고 강인한 모습을 갖는 GLS 580. 실제로 보면 더 큰 존재감을 갖는다.

'같은 차 아냐?'라고 말하기에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일반 GLS는 크고 볼륨감이 강하게 드러나지만 어딘지 모를 수수함이 느껴진다. 커다란 그릴은 가로줄 장식으로 간단하게 표현됐으며, AMG 모델을 연상시키는 범퍼로 조금은 스포티한 멋을 더했다.

23인치에 이르는 거대한 휠이 적용됐지만 차체 크기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압도적인 느낌은 없다. 달리 말하면 전체적인 차량의 비율이 잘 맞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마이바흐 GLS는 한눈에 비싸보이는 모든 요소가 적용돼 전혀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반면 마이바흐 GLS는 풍기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마이바흐만의 세로줄 그릴이 적용됐고, 범퍼에 수많은 마이바흐 로고가 모인 패널도 더해졌다. 이외에 번쩍이는 각종 금속장식이 차량 주위에 적용됐으며, 23인치 휠은 소위 '불판휠' 디자인으로 마감됐다.

분명 부분적인 디테일이 변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디테일이 모이니 전혀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1억 8천만원짜리 GLS 580이 저렴해보일 정도로 말이다. 디테일의 차이가 이정도 다른 느낌을 준다는 점이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온다.

참고로 범퍼 등 일부 디자인이 변경됐지만 전체 크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5210m의 길이, 2030mm의 폭, 1840mm의 높이는 물론 3135mm의 휠베이스까지 똑같다. S-클래스의 경우 마이바흐 사양은 휠베이스가 달라지는데 GLS 기반 모델은 똑같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실내
GLS 580의 실내. 전세대 S-클래스를 연상시키는 모습이 오히려 새롭게 다가온다.

두 모델 모두 3세대 GLS의 페이스리프트 사양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현재 판매중인 S-클래스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실내 모습을 보여준다. S-클래스처럼 첨단 느낌은 줄었지만 차분하고 권위적이면서 고급스러운 감각을 전달하는 느낌은 오히려 GLS쪽이 좋다.

차이점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투박함과 호화스러움'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GLS 580을 투박하다고 설명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하지만 그만큼 마이바흐 GLS의 실내는 일반 GLS와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마이바흐 GLS는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썼다. 사진에서는 거의 표현이 안된다.
가죽의 질감 차이는 GLS 580이 조금은 오돌토돌하고 뻣뻣한 느낌을, 마이바흐 GLS는 부드럽고 푹신한 질감을 전달한다. GLS 580은 헤드라이너 부분이 직물로 마감됐다면 마이바흐 GLS는 헤드라이너는 물론이고 도어패널과 트렁크 안쪽까지 가죽으로 감쌌다. 가야말로 손이 닿는 모든 부위에 플라스틱이 느껴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마이바흐 GLS의 2열 공간. 차량의 성격을 바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GLS 580은 3열시트를 갖추고 있으며, 마이바흐 GLS는 2열시트에 집중했다. 그만큼 시트도 다르다. 마이바흐 GLS의 2열시트는 3인승 구조를 갖지만 사실상 독립시트의 기능성을 제공한다. 열선, 통풍기능과 마사지 기능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시트 메모리 기능까지 지원한다. 시트 쿠션이나 등받이 각도, 발 받침대 등을 통해 편히 쉬는 자세도 만들 수 있다. 바른자세 기준으로 GLS 580의 시트 쿠션은 마이바흐 GLS보다 살짝 짧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차이였다.
스피커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두 차량 모두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된다. GLS 580은 13개의 스피커로 590W 출력을 발휘하는 반면 마이바흐 GLS는 29개 스피커로 1610W를 만들어낸다. 스피커가 루프 부분에도 추가 장착 됐으며, 2열시트 뒷부분에도 큼지막한 스피커를 볼 수 있다. 스피커 커버 부분의 디테일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마이바흐 GLS는 가죽 뿐 아니라 발매트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다만 공간활용 부분은 GLS 580이 앞설 수밖에 없다. 3열시트를 비롯해 2열시트까지 평평하게 접어 큰 짐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마이바흐 GLS는 트렁크 공간도 더 좁고 뒷좌석 폴딩도 안된다. 다양한 활용성의 GLS 580이냐 사람에 집중한 마이바흐 GLS냐의 차이가 여기서 나온다.

달리기
생김새와 구성만큼 주행감각도 두 모델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GLS 580은 벤츠 라인업 중 최상급에 위치하는 SUV다. 8기통 엔진에서 나오는 여유로우면서 강력한 힘과 에어서스펜션을 바탕으로 한 부드러운 승차감, 각종 신기술까지 모두 집약됐다. 특히 '8기통 엔진'이 탑재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남들과 다른 차별점을 갖는다.
부드럽지만 어느정도 충격도 전달했던 GLS 580

의외로 나긋하지않고 어느정도 고집스런 성격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긴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출렁거리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그 속에 노면 상태를 꽤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이따금 요철이 큰 도로에서는 의외로 큰 충격을 전달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승차감이 안좋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언제나 그렇듯 벤츠다운 고급스럽고 편안한 감각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충격이 발생해도 날카롭고 신경질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느긋하면서 지그시 눌러주는 감각으로 넘어간다. 특히 과속방지턱을 넘고 난 후 차량이 흔들리지 않고 바로 제 자리를 잡는 모습은 '역시'라는 말을 하게 된다.
마이바흐 GLS는 방지턱 자체를 사라지게 만드는 마술을 부린다.

반면 마이바흐 GLS는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과정부터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부드러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보도블록 길을 스폰지 밟듯 지나간다. 노면의 요철도 그냥 무시하는 수준이다. 이정도면 타이어에 바람이 없는 느낌 수준인데 그 와중에 출렁거림 없이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아준다.

마이바흐 GLS의 가장 놀라운 점은 서스펜션이 늘어난 후 다시 수축되는 과정에 있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고급차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어떻게 상쇄시키느냐에 초점을 맞춰 섀시를 발전시켰다. 부싱을 어떻게 썼느냐, 댐퍼에 밸브를 몇 개 추가하느냐 등등이 그렇다.
마이바흐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은 운전할 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이바흐 GLS는 충격은 충격대로 최소화 시키면서 서스펜션이 늘어난 후 다시 수축되는 감각까지 없앴다. 이 느낌이 상당히 묘하다. 노면의 생김새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감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연구원들이 심혈을 기울여 신기술을 만들어내면 제조사는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하지만 대부분 실험실 안에서 유의미한 변화 혹은 전문가 정도만 알아차리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체감 변화는 크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마이바흐 GLS는 누가 경험해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변화의 폭이 크다. 이것이 기술적으로 대단한 점이다.
두 모델 모두 고속 안정성은 단연 최고다.

공통점은 있다. 두 모델 모두 고속주행 안정성은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큰 차체와 시트가 높은 SUV 특성상 속도 체감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여기에 벤츠 특유의 고속 안정성까지 더해지니 속도는 더 더디게 느껴진다. 100km/h에서도, 200km/h에서도 벤츠는 언제나 차를 믿을 수 있는 안정감을 탑승자에게 전달한다. GLS에서는 이것이 더 부각된다.

정리하며
둘 다 가성비를 논할 수 없는 영역에 위치한 모델이다. 2억원에 육박하는 GLS 580이나 3억원을 넘는 마이바흐 GLS 모두 차량의 가성비나 완성도와 별개로 내가 갖고 싶고 내가 좋으면 사는 그런 차들이라는 것이다.
평가라는 표현이 어색해지는 그런 모델들이지만 굳이 언급을 하자면 마이바흐 GLS는 큰 돈을 지불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모델이다. 거대한 존재감, 남들과 다른 디자인, 마이바흐라는 브랜드, 사치스러움을 전달하는 실내 마감, 다른 차에서 느낄 수 없는 승차감까지 겸비했기 때문이다.

애매해진 것은 GLS 580이다. 위로가면 전혀 다른 느낌의 마이바흐가 존재하는데 1억원 이상의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 S-클래스 세단이라는 대안도 있지만 GLS를 접근하는 소비자는 애초에 SUV를 원하기 때문에 세단이 대안이 되긴 힘들다. 그리고 옆을 바라보면 더 저렴한 가격과 6기통이라는 적당한 패키징을 갖는 BMW X7이 있다. GLS는 8기통 580 아니면 3.0리터 디젤밖에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오리지널 마이바흐 대신 바이바흐 브랜드를 서브 브랜드로 편입시켰을 당시 많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었다. '이름 바꾸고 고급 가죽으로 마감한 다음에 비싸게만 받으려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 말이다. 초창기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모델은 딱 그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제 마이바흐는 기본 차체만 공유할 뿐 전혀 다른차라고 말해도 될 만큼 달라졌다. 디테일의 차이로 외적으로 호화스럽게 보이는 포인트를 정확히 짚었다. 실내는 벤틀리나 롤스로이스만큼 사치스러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일반 벤츠 모델을 볼품없이 만들어버릴 정도로 럭셔리하다. 여기에 주행감각에서 느껴지는 차이는 현격하다.

자동차를 찾는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더 높은 가치를 향해 나아간다. 국산차에서 수입차로, 대중브랜드에서 프리미엄, 여기서 다시 럭셔리 브랜드로 넘어가려 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벤츠에서 타 브랜드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마이바흐'라는 브랜드로 소비자들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전략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강남과 같은 일부 도로를 마이바흐 모델들이 수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이바흐 다음은 무엇일까? 벤츠는 고민하겠지만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즐거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