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메한 날, 스웻팬츠를 입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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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한때 집 앞 편의점에 갈 때나 입던 스웻팬츠가 가장 세련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슬랙스나 데님의 대체재가 아니다. 룩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풀어주는 장치에 가깝다. 편해서 입는 바지가 아니라, 스타일리시해 보이기 위해 일부러 고르는 바지. 스웻팬츠의 위상은 그렇게 달라졌다.



여기서 잠깐, 누구나 입을 수 있지만, 아무나 멋있어 보이진 않는다. 스웻팬츠를 세련되게 소화하는 건 결국 감각의 문제다. 그래서 여전히 소수의 패션 피플만이 이 아이템을 '스타일'로 완성한다.




변화의 핵심은 실루엣이다.
얇고 흐물거리던 트레이닝복 이미지는 사라졌다. 대신 밀도 높은 코튼과 헤비 저지, 탄탄한 조직감의 원단이 중심에 섰다. 발목을 조이던 조거 팬츠 대신 스트레이트 혹은 와이드 핏이 주류가 됐고, 길이 역시 바닥을 스치듯 길어졌다. 더 크고 느슨하지만 인상은 오히려 단정하다. 이제 스웻팬츠는 '홈웨어'가 아니라 '테일러드 팬츠'처럼 보인다.



브랜드의 움직임도 빠르다.
스포츠웨어의 영역이던 스웻팬츠는 컨템퍼러리 레이블과 디자이너 브랜드, 럭셔리 하우스까지 확장됐다. 캐시미어 블렌드, 프리미엄 코튼, 정교한 패턴 설계 등 소재와 완성도를 끌어올리며 고급스러운 질감을 입혔다. '추리닝'이라는 단어 대신 '라운지 팬츠'와 '애슬레저'가 자리 잡은 이유다. 편안함과 품위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시장은 이미 체감하고 있다.


스타일링 공식도 분명하다.
상의는 구조적으로, 하의는 느슨하게. 블레이저와 롱코트, 레더 재킷, 캐시미어 니트처럼 힘 있는 아이템과 매치하면 균형이 맞는다. 슈즈는 로퍼나 부츠, 때로는 힐까지 넘나든다. 드레스업과 드레스다운을 동시에 가져가는 믹스매치 전략이다. 힘을 뺀 하의가 오히려 룩 전체를 더 세련되게 만든다.


여기엔 동시대의 태도가 반영돼 있다.
몸을 조이는 실루엣 대신 나를 따라오는 옷, 하루 종일 입어도 흐트러지지 않는 편안함을 선택한다. 일과 휴식, 외출과 귀가의 경계가 흐려진 시대. 스웻팬츠는 가장 현실적인 럭셔리이자 새로운 드레스 코드가 됐다.


결국 기준이 바뀌었다.
집에서 입던 옷을 왜 입고 나왔냐는 질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잘 입으면 된다. 차이는 디테일, 단 한 끗이다. 지금 가장 '현재적인' 바지, 그리고 가장 쿨한 선택이 스웻팬츠다.
하은정 기자 hah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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