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농에 쌓아둔 현금 889조원…‘소비 인플레’ 터뜨리나

노무라 증권 보고서
中 코로나 거치며 초과 저축
보복소비로 수요 급증 가능성
연준·라가르드도 경계심 표출

중국 최대 명절 춘제(음력설)를 이틀 앞둔 20일 저장성 항저우 동역에서 승객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의 경제 재개 여파로 인한 수요 급증이 전세계에 또다른 폭발적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발표된 일본 노무라 증권 보고서를 인용,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중국의 가계가 7200억 달러(약 889조원)의 초과저축을 쌓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동안 억눌려 있던 중국 가계의 저축분이 위드코로나 정책이 실시되면서 보복소비로 이어지면 해당 규모에 상응한 인플레이션 충격이 전세계에 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펜데믹 기간 동안 중국은 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 달리 이동 봉쇄로 인한 피해 구제를 위해 국민들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하지 않았다. 가계 지원 대신 중국은 기업 지원을 선호해왔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수십년간 공급 측면에 초점을 맞춰온 중국은 고용주로 하여금 사회안정과 발전에 기여하도록 했다” 며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사회주의 국가의 놀라운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정부 지원으로 수천만명이 빈곤에서 벗어났지만 2조 달러 이상의 잉여 가계 저축이 생기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했지만 이러한 상황이 중국에선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노무라 증권이 중국의 은행 계좌와 소득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중국 가계에 7200억 달러 이상의 초과 저축이 축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가계는 일본, 미국, 유럽 등에 있었던 펜데믹 확산에 따른 실업 지원과 보조금 등의 혜택이 주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저축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노무라 증권의 롭 서브바라만 수석애널리스트 보고서에서 “중국인들이 리스크 예방 목적 저축을 늘렸다” 며 “중국의 부동산 침체와 청년 실업 급증이 중국 가계의 저축 동기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그는 “중국발 수요 급증을 기대하던 이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제경제 정책 입안자들도 이미 경계심을 표출한 바 있다. 지난 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된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총재는 “중국발 더 강한 수요는 환영할 일” 이라면서도 중국의 경제 재개가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게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도 미국 언론에 “중국이 경제를 재개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 할 수 있다”며 “연준은 공격적 통화정책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은 연준의 가장 공격적인 통화 긴축 지속에도 불구하고 일정 부분 저축 과잉 덕분에 소비자 지출 수준이 유지됐다. 이에 반해, 중국의 경제 재개는 시점상 중국 인민은행이 긴축 완화 모드에 들어간 시기와 겹치게 된다. 보고서는 이 같은 상황의 차이가 잠재적으로 중국의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