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기대 "'초일회', 민주당 내 억눌린 목소리 터뜨릴 '불씨'"
"'비상식 정권' 교체 목표…'외연 확장' 경쟁은 필수"
"현재 민주당은 견해 달라도 말할 수 없는 분위기"
"한국정치 가장 큰 문제는 '尹'...사실상 식물 대통령"
[아이뉴스24 김주훈·라창현 기자] "초일회는 '반명'(반이재명)계 모임이 아닌, 유능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플랫폼입니다."
비명계 전직 의원들의 모임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치권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내놓은 입장이다. 4·10 총선 당시 이른바 '비명횡사'로 공천에 탈락한 이들은 '낙선거사 친목모임'이라는 비아냥거림에도 '더 큰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당내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 분위기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양 전 의원은 24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아이뉴스24>와 만나 베일에 싸인 '초일회' 정체에 대해 설명했다. 초일회는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새롭게 정진한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지난 6월 구성원 15명으로 첫 모임을 시작한 초일회는 민주당의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결성됐다. 구성원들 면면을 보면 대부분 굵직굵직한 인사 들이다. 박광온·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윤영찬·김철민·신동근 전 의원 등 3선 중진부터 대권 잠룡,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행비서 출신, 2선 광명시장,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소통수석 등 화려한 이력을 뽐내고 있다.
양 전 의원은 초일회의 목표에 대해 "국가적 위기라는 초유의 난제를 풀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국가 비전·철학을 가진 유능한 대통령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유능한 대통령 후보를 만들기 위해선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이 담보되어야 한다"라는 전제가 관철되어야 한다는 것이 초일회의 입장이다. 현재 당대표 재선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가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지만, 경쟁 없이 이뤄진 단일 대선 후보는 정권교체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위해선 당내 대권 잠룡의 활동 범위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재명 일극체제'하에선 이견을 드러내도 지지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언에 제약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일극체제 우려를 줄곧 전달한 김두관 전 의원은 사실상 혼자 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전 의원은 향후 초일회가 "현재 민주당은 견해가 달라도 말할 수 없는 분위기"라면서 "초일회가 여러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나가면, 이들이 우리와 소통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성과 역동성이 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노력해도 원외라는 한계는 현실"이라며 "하지만 우리를 통해 다수 인사들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만큼, 초일회는 민주당의 '불씨'이자 플랫폼으로서 인식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양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초일회 출범 배경을 설명해 달라
"지난 4·10 총선에서 '비명횡사'를 당한 이후 서로 위로와 격려의 시간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총선 당시 우리가 같이 힘을 모아 당내에서 함께 목소리를 냈다면 처참한 비명횡사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공천 당시 모두 경쟁력이 있다는 자신감에 '각자도생' 생각으로 임했지만, 뭉치지 못해 비명횡사 당한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이뤄졌고 한번 바꿔보자는 생각이 초일회 시작 배경이다. 이 대표나 친명계에 원한을 가지거나 복수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는 각자도생에서 벗어나 뭉쳐서 무엇인가를 해보자는 마음뿐이다. 우리에겐 새로운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진단하나
"윤석열 정권이다. 윤 대통령은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가고 있고 레임덕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4대 개혁으로 내세운 '연금·노동·의료·교육' 중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다. 4대 개혁은 국회와 함께 논의해야 하는 일이지만, 다수당인 민주당과 전혀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의료대란에 따른 국민 생명 위협, 국민 피부에 닿지 못하는 민생 방치, 김건희 여사 방탄,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등 국민 상식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인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 초일회의 첫 번째 목표다. 다만,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국가적 위기라는 초유의 난제를 풀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국가 비전·철학을 가진 유능한 대통령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초일회가 지지하는 대권 주자가 있는 것인가
"유능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시작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것이 단순히 이 대표 견제라는 의미는 아니다. 민주당은 야권의 최대 주주로서 좋은 대선 후보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야권의 가장 강력하고 유력한 후보는 이 대표지만, 차기 대선까지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유능한 후보를 만드는 민주당이 되어야 한다. 현재 외부에는 김부겸·김동연·김경수·박용진 등 쟁쟁한 인사가 있다. 이런 분들이 민주당 안에서 정말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역량을 키워 결국 '더 큰 정권교체'로 간다면 민주당은 더욱 발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으로선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에 부족한 점이 '경쟁'이라고 보는가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각 진영이 뭉치기 때문에 지난 대선 당시 0.74%p 차이로 패배하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중도층을 잡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수적 열세에 있는 것은 우리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초일회는 이 대표를 비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시대정신이 정권교체라면 중도층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모두 힘을 모아 공정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이 담보되어야 중도층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더욱이 민주당은 민주 정당 아닌가.
나아가 당내에는 대선 후보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이 자유롭고 공정하고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 안에선 토론과 이견이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면에 나설 수 있겠나. 초일회가 반명계 모임으로 인식되는 것은 알지만, 우리는 여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민주적인 대선을 치를 수 있도록 초일회가 역할을 해보자는 생각뿐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는 1997년 대선에서 낙선한 뒤 당을 일극체제로 장악해 5년 내내 DJ 정부를 비판만 하다가 2002년 대선에 다시 출마했지만, 또 낙선했다. 경쟁 없는 대선 후보 선출은 본선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초일회는 이 대표가 이회창의 데자뷔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2002년 경선은 한국 정치사에 남을 아름다운 경선이었다. 다양한 의견과 대안이 표출됐고, 대화와 토론이 보장됐으며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했다. 초일회는 민주적인 대선을 치를 수 있는 민주적인 정당을 만들 수 있도록 역할을 해보자는 것이다."
-초일회가 민주당 내 억눌린 의견을 분출시킬 '불꽃'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현재 민주당 안에는 견해가 다른 사람도 불만이 있는 분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초일회가 여러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나가서, 이들이 우리와 소통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성과 역동성이 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초일회는 민주당의 '불씨'이자 플랫폼으로서 인식되고 싶다"
"실제 초일회 출범 이후 접촉해오는 당내 인사가 많다. 오는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고려하는 인사들은 현재 민주당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있다. 이번 지선에서도 비주류에 대한 '비명횡사'가 이뤄지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를 비롯해 초일회 여러 인사에게 소식을 묻거나 소통하려고 한다. 이들 입장에선 당내에서 기댈 수 있는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초일회마저 와해된다면 주류에 대한 견제 세력은 사라지는 셈이다. 그래서 우린 사명감을 가지고 초일회에 임하고 있으며 '불씨'가 되길 바라고 노력할 것이다"
-정성호 의원은 '낙선거사 친목모임'이라고 평가한다
"정치권에서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우리는 단순히 공천에 불만을 가지고 비주류 의원들이 모여 푸념이나 하는 모임이 아니다. 정 의원 입장에선 견제 내지는 평가절하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향후 우리 강연에 초청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초일회 내부에선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언급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비명·반명계라도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언제 현실화될지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지 않다. 초일회는 그동안 여러 자기반성과 성찰을 통해 우리의 역할을 찾았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 실망과 아픔을 회복하기 위해 중도 확장을 통해 좋은 대통령 후보를 만들겠다는 것이 우리가 정리한 큰 틀의 생각이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것은 어떻게 보는가
"초일회가 아닌 개인 입장으로는 윤 대통령의 정적 제거 느낌을 받았다. 검찰도 이 대표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종합적으로 윤석열 정부와 검찰이 '이재명'이라는 차기 대권 주자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은 사법부로 넘어갔다. 그렇다면 사법부를 압박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 아닌 사법부의 공정한 법 집행을 기다리면 된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민주당도 '법 왜곡죄' 등을 통해 사법부를 압박하는 인상을 국민에게 줘선 안 된다. 이 대표도 민주당도 정치권 모두가 일단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초일회는 향후 어떤 행보는 보일 것인가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정례 모임을 가지려고 한다. 정치 지도자 또는 원로 정치인 등 각계 전문가를 초청해 얘기를 들어보고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단순히 원로를 초청하자는 의도보단, 국가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어떤 인사를 초청할지에 대해 내부에선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 미국 대선이 11월에 있는 만큼, 초일회 첫 초청 강연자는 외교 전문가를 모실 생각이다.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와 안보, 대응 방안 등 사안을 중심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아울러, 초일회 구성원 간 입장이 일치해야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 대표를 비롯해 정 의원, 이준석 의원 등 여야를 막론하고 누구든 환영이다. 초일회는 민주당의 좋은 대통령 후보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어떤 인사라도 괜찮다. 민주당에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면 누구든지 부를 수 있고 의견을 청취할 생각이 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라창현 기자(ra@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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