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본과 사업 규모 격차가 확대되는 환경 속에서 현대차증권은 외형 확대보다 체질 개선에 무게를 둔 성장 전략을 택했다. 초대형 투자은행 진입이나 발행어음 사업 확대처럼 자본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디지털화, 자원 효율화, 리스크 관리 고도화를 통해 구조적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향이다. 몸집을 키우는 대신 운영 효율을 높여 시장 점유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현실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올해 핵심 과제로 차세대 시스템 구축과 내부통제 자동화를 제시했다. 전사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인당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자본 확충 없이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중형 증권사 전략의 전형적인 형태로 해석된다. 특히 리스크 관리 체계를 고도화해 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도 실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라는 배경 역시 전략 방향을 보여주는 요소다. 회사 측은 그룹 시너지 활용도 중요하지만 기존 시장에서 확보한 평판과 자체 운용 경험을 기반으로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퇴직연금 부문에서는 계열사 거래 비중을 장기적으로 줄이는 방향을 설정했다. 내부 거래 의존도를 낮추고 외부 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핵심 성장 축은 기업금융 가운데서도 채권자본시장 영역이다. 현대차증권은 그동안 축적한 인수 실적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일반 회사채뿐 아니라 금융채, 여전채, 자산유동화증권 등 틈새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대형 딜 중심으로 경쟁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경쟁 강도가 낮은 세부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독자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발판으로 향후 주식자본시장과 투자운용 부문까지 사업 영역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사업은 보조 성장 축으로 설정했다. 현대차증권은 토큰증권(STO) 시장 확대에 대비해 한국거래소가 추진하는 유통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반 정보 제공 기능을 강화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특히 STO 사업은 리테일 부문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영역으로 보고 개인 투자자 대상 신규 투자 자산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투자자 보호 기능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소비자 보호 시스템 구축도 병행하고 있다.
다만 내실 중심 전략은 성장 속도 측면에서는 구조적 한계를 동반할 가능성이 있다. 자본을 기반으로 투자은행과 트레이딩 사업을 확대하는 대형 증권사들과 달리 효율 개선 중심 전략은 실적 변동성을 낮추는 대신 외형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 규모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환경에서는 안정 전략만으로 시장 지위를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증권은 이에 대해 기존 사업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신성장 동력을 병행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탄소금융 등 신규 사업 모델을 검토하는 동시에 이미 투자한 해외 부동산 자산은 추가 확대보다 관리 중심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무리한 확장보다 자산 건전성과 수익 안정성을 우선하겠다는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증권의 전략을 두고 대형화 경쟁 대신 선택과 집중을 택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증권은 자본 경쟁 대신 사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회사"라며 "틈새시장 중심 전략이 실제 수익 확대와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성장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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