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집 18억원 신고가 믿고 16억원에 샀는데 어떡하나요"
잇딴 실거래가 허위 신고에 철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 최고가에 거래됐다가, 1년 가까이 지난 후 취소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집값을 띄우기 위한 시도인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이런 행위를 했다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1년 훌쩍 지나 거래 취소
2021년 8월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전용면적 85㎡가 18억원에 거래된 일이 있었다. 당시 서울 마포구의 같은 평형과 거의 비슷한 가격이었다. 수도권 집값이 모두 급등하는 상황이긴 했지만,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가 많았다.
18억원 거래 사례는 결국 작년 12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취소됐다고 올라왔다. 아파트 거래는 통상 계약 후 잔금까지 3개월 정도 걸리는데, 해당 거래는 신고로부터 무려 1년 4개월여 지나 돌연 취소됐다.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13억원을 밑돈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취소된 거래에 대해 “시세를 띄우려는 목적의 허위 거래고, 뒤를 이어 집을 산 사람들이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실제 수원의 해당 단지에선 18억원 거래 이후 16억원 실거래가 거래가 몇 이뤄졌었다.
의심은 이 아파트 뿐 아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는 2021년 1월 15억3000만원에 거래됐다가 13개월이 지난 작년 2월 취소된 것으로 신고됐다. 동작구의 한 아파트는 2021년 8월 최고가인 18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신고됐다가 작년 11월 취소됐다. 두 건의 거래 모두 해당 아파트의 역대 최고가였다.
◇실거래가 신뢰 악용
이런 거래들에 대해 부동산 업계에선 매수자들이 ‘호가’ 대신 실거래가를 더 신뢰한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집주인과 부동산 중개업소가 짜고 ‘실거래가 띄우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 의혹이 맞는다면 집주인이 ‘호가’를 높여 부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시장 교란 행위’인 것이다. 허위 신고를 통해 실거래가를 부풀린 후 다른 매물을 높은 가격에 팔아치우는 식의 시장 교란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2022년 계약됐다가 취소된 서울 아파트 거래 2099건 중 918건(43.7%)은 계약 당시 역대 최고가 거래였다.
부동산 시장 한 관계자는 “최고가 거래를 통해 무주택자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긴 후, 그보다 조금 낮거나 같은 가격에 집을 처분하고 최고가 거래는 취소하는 게 실거래가 띄우기의 전형적인 행태”라며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분석하면, 실거래가 띄우기로 의심되는 거래 취소 사례가 부지기수로 나온다”고 했다.
2018년에도 실거래가 허위 신고를 통한 시세 부풀리기가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러자 정부는 관련 법령을 개정해 2020년 2월부터 실거래가 신고 기한을 계약 체결 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고, 계약 해제도 신고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실거래가 부풀리기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집값 띄우기 했다간 형사처벌
정부는 지난 3월부터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2021년 1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이뤄진 아파트 거래 중 장시간 경과 후 계약을 해제했거나 특정인이 신고 및 해제를 반복한 경우, 투기 지역의 고가 거래 해제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계약서 존재 여부, 계약금 지급 및 해제 시 배상 여부를 점검하고 거래 과정에서 명의 신탁, 탈세 같은 위법이 있었는지도 조사 중이다. 조사는 7월까지 5개월간 이뤄진다.
처벌도 강화한다. 최근 국회에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기존 제재 수단은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에 불과했다. 이때문에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앞으론 ‘집값 띄우기’를 했다가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처벌 수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이른다. 집값을 띄울 목적으로 실거래가를 허위 신고했다가 해제하거나, 거래 신고 후 계약이 해제되지 않았는데도 해제 신고를 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또 시세 조작, 대출한도 상향, 탈세 목적으로 실거래가를 거짓 신고하는 ‘업·다운계약’의 과태료 상한액을 취득가액 5%에서 10%로 높이기로 했다. 바뀐 법은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정순우 객원 에디터, 박유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