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가득한 농구 미생들의 도전 응원한다”

김경수 기자 2024. 4. 24. 09: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독 인터뷰] 《턴오버》 프로그램 통해 희망 전하는 ‘한국인 최초 NBA리거’ 하승진

(시사저널=김경수 기자)

하승진은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한국인 최초 NBA리거다. 압도적인 신체 조건(221cm)을 앞세운 막강한 센터로 평가받는다. 엄청난 키와 몸무게에서 나오는 피지컬과 기술은 덩치 큰 외국인 선수조차 막기 버거워할 정도였다. 2004년 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KBL에서 2018-2019시즌까지 뛰면서 소속팀인 KCC에 2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안겼다. 2020-2021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그가 최근 자신이 가장 열심히 했던 농구를 통해 재능기부를 하는 모습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의 《턴오버》 프로젝트를 통해 프로 입단을 꿈꾸는 농구 미생들을 가르치면서 재기의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 있다. 《턴오버》는 프로 입단의 기회를 놓친 청년들이 연습을 통해 다시 '2024 KBL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선수 시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하승진. 이제는 '농구 전도사'로 변신해 농구 미생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그를 만나봤다.

한국인 최초 NBA리거 하승진. ⓒ시사저널 김경수

농구 미생들에 기회를 주다

《턴오버》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부터 나눴다. 서문세찬, 전정민, 정연우, 최성현(이상 가드), 이승구, 정현석(이상 포워드), 이상현, 정성훈, 정희현, 하승윤(이상 센터) 등 10명의 선수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며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하승진이 재능기부 활동을 본격적으로 구상한 건 지난해 9월쯤이다. KCC 선수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으며 인연을 맺은 전태풍 선수(2019-2020 은퇴)와 대화를 나누던 중, 농구와 멀어진 후배들에게 다시 기회를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승진은 "프로젝트를 준비할 당시에는 '까마득한 후배들을 이용해 조회 수 높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라는 주변의 조롱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농구와 그들을 위한 가치있는 일이었기에 앞만 보고 나아갔다"며 "선수들이 농구의 룰을 다시 배워나가고, 팀 전술을 이해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흐뭇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팬들의 반응이 이렇게까지 뜨거울 줄은 몰랐다. 농구인들도 많이 도와주고 있다.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선뜻 나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희망'이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찾아온 모든 선수가 프로농구를 꿈꾼다. 그러나 전부 다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하승진은 농구를 가르치는데만 국한하지 않고 있다. 설령 농구를 그만두게 됐을 때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도 같이한다.

그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충분히 뽑힐만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있다고 본다. 드래프트까지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단점을 보완해 스스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면서도 "탈락하는 선수들도 생길 텐데 낙담할 이유는 없다. 선수들이 농구를 좋아한다면, 농구와 연계해 다양한 비전을 찾아 그 길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4월22일 오후 한국인 최초 NBA리거 하승진이 경기 과천시의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김경수

"농구에 진심이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파"

농구팀을 만드는 것. 어쩌면 농구를 사랑하는 모든 농구팬의 로망일 것이다. 특히 사연이 있는 농구팀은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턴오버》가 그렇다. 부상이나 개인 사정 등으로 인해 농구 선수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만들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미래를 위해 도약하는 하나의 스포츠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한국 농구계를 바라보는 심정은 어떨까. 하승진은 은퇴하고 보니 무엇보다 농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다만 아직도 성적에만 몰두하는 농구계 현실은 안타깝다고 한다. 이로 인해 즐겁게 운동하면서 개인 기량을 발전시켜야 할 어린 선수들이 여전히 '성적지상주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도자들은 또 어떤가. 성적에 따른 부담감, 과도한 업무 환경, 처우 또한 상당히 열악하다. 결국 시스템 부재가 낳은 총체적 난국이다. 하승진은 후배 선수들을 비롯해 현역에 있는 농구 지도자들이 오늘 보다는 내일을, 그리고 먼 미래를 위한 꿈을 갖고 농구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하승진은 "1990년대 《마지막 승부》, 《슬램덩크》 등 우리나라에서 제일 인기 많은 스포츠를 꼽으라면 단연 농구였다. 수원 삼일상고 시절, 동료들과 즐겁게 농구하며 우승했던 기억은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는다"면서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유소년 선수들이 농구를 많이 사랑하고 즐겼으면 한다. 그러면 개인 기량은 더욱 발전해 성적은 자연스레 뒤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힘든 환경이지만,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선수가 오늘 당장 좋은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보다는 일정 기간 목표를 세우고 선수가 성장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줘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하승진은 "대중들이 농구를 쉽게 이해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는 내 모습에 만족한다.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농구를 진심으로 대했던 하승진'으로 기억되고 싶다. 우리나라 농구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작은 힘이라도 보태 이바지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