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 웃고, 슈퍼는 울고’…소비쿠폰에 갈라진 자영업자 온도차

‘30억 이하만 OK’ 소비처 제한에 형평성 논란…“같은 시장, 다른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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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표 경기 회복의 첫 발판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 시행을 앞두고 현장에선 일부 자영업자와 소비자 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사업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구조 탓에 일부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반면, 소비자들은 쿠폰 쓸 곳이 정해졌다면 시장을 더 자주 찾겠다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전 국민에게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45만원까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이 쿠폰은 전통시장, 동네마트를 포함한 식당, 의류점, 미용실, 안경점, 교습소, 학원, 약국, 의원 등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 사업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사용처가 명확히 제한되면서 대형 유통업체는 일제히 제외됐다. 스타벅스처럼 100% 본사 직영 체계로 운영되는 업체는 쿠폰 사용이 불가하다. 다만 교촌치킨, 다이소, 파리바게뜨처럼 직영과 가맹 방식이 혼합된 브랜드의 경우 가맹점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맹점 여부를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소비쿠폰 사용 가능’ 스티커를 부착하도록 할 계획이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반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부터 쿠팡·마켓컬리 등 온라인 쇼핑몰, 코스트코·트레이더스 같은 창고형 매장, 백화점, 면세점, 배달앱 등은 모두 사용이 제한된다.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채널은 지원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비처 제한 소식이 전해지자 같은 시장 내에서도 업종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업종의 자영업자들은 반색하는 반면 사용 대상에서 제외된 업종의 소상공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슈퍼마켓에서 근무 중인 황수연 씨(41·가명)는 “아직 눈에 띄는 매출 변화는 없지만, 쿠폰이 본격 지급되면 식재료 가격이 큰 차이 나지 않는 만큼 고객들이 시장으로 발길을 옮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영동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동근 씨(54)는 “고객들 사이에선 ‘소비쿠폰 받으면 돼지고기 말고 소고기를 사먹겠다’는 농담도 돌고 있다”며 “고물가로 지갑을 닫았던 손님들이 쿠폰 덕에 시장을 다시 찾게 되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소비자들 역시 일정 기간 동안 전통시장 쪽으로 소비처를 옮기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쿠폰 사용처가 제한된 만큼 슈퍼마켓이나 대형 유통업체보다 시장을 먼저 찾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 논현역 인근에 위치한 기업형 슈퍼마켓에서 식재료를 구매하고 있는 손님의 모습. ⓒ르데스크

논현역 인근의 기업형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던 박화연 씨(65·여)는 “지금은 마트가 익숙하지만 쿠폰을 받으면 다 쓰기 전까진 전통시장을 먼저 갈 것 같다”며 “사람들이 자주 찾으면 시장도 더 좋은 상품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소비 진작에 긍정적이지만, 혜택이 특정 업종에 집중되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소비 여력을 높여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소비처가 제한된 상황에서 특정 업종에만 수요가 쏠리면 시장 왜곡과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수요 분산을 유도할 수 있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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