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끌기 더 교묘해져… 기재기간 확대 등 사후조치 강화해야”

조희연 2023. 3. 19. 19:3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 같은 불복절차로 학교폭력(학폭) 징계를 늦춰 봤자 헛수고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이덕난 입법조사연구관은 19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학폭 사태로 가해 학생이 징계조치를 지연하는 데 소송전이 이용되는 소위 '학폭 시간끌기 작전'을 두고 이같이 강조했다.

이 연구관은 "재판으로 시간을 끌어 봤자 소용없다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며 "학폭 사후조치를 강화하는 게 시간끌기 작전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덕난 입법조사연구관 인터뷰
“억울한 가해자 방지제도지만 악용
고교 학폭위 징계 지연 사례 많아
대학진학 후에도 재심사 받게 해야”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 같은 불복절차로 학교폭력(학폭) 징계를 늦춰 봤자 헛수고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이덕난 입법조사연구관은 19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학폭 사태로 가해 학생이 징계조치를 지연하는 데 소송전이 이용되는 소위 ‘학폭 시간끌기 작전’을 두고 이같이 강조했다. 대한교육법학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 연구관은 10년 넘게 이 문제를 연구해온 ‘학폭 전문가’로 꼽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연구관은 “학폭위 불복절차로 시간을 끄는 작전은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만 학폭 처분이 기재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렸거나 가해자는 맞는데 과중한 처분이 내려진 가해 학생의 권리보호를 위해 만든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소송과 대입의 연관성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11개 교육지원청이 무소속 민형배 의원실에 제출한 2021∼2022년 학폭 관련 행정소송 자료에 따르면, 유독 고등학교에서 행정소송으로 인해 학폭위 처분이 장기간 지연된 사례가 많았다. 학폭위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낸 경우 징계가 이행되기까지 초등학교는 평균 4개월, 중학교는 3개월이 걸렸지만, 고등학교는 8개월이나 소요됐다. 12개월 이상 소요된 사건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각각 1건씩 있었던 반면 고등학교에선 7건이나 있었다. 대입을 앞둔 고등학교에서 학폭위 불복소송을 더 오랜 기간 끌고 간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도 학폭으로 2018년 3월 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면서 다음 해 2월에야 전학을 가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이덕난 입법조사연구관.
이 연구관은 “재판으로 시간을 끌어 봤자 소용없다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며 “학폭 사후조치를 강화하는 게 시간끌기 작전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말한 ‘사후조치 강화’는 학교생활기록부에 학폭 기재 기간을 확대하고, 대학 진학 시에는 재판 중이었던 학폭위 처분도 확정판결이 나오면 입학점수에 벌점을 매겨 재심사받게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입학취소까지 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가해 학생의 불이익을 강화하면 오히려 학폭위 처분에 불복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피해 학생의 피해도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 변호사 논란으로 많은 사람에게 시간끌기 작전이 알려진 만큼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 연구관의 생각이다. 그는 “앞으로 시간끌기 작전을 시도하는 사람이 늘고 수법이 더 교묘해질 수 있다”며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 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가해 학생의 시간끌기 작전을 방지하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조희연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