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한 시장, 투자할 곳이 너무 많다? f. 이언투자자문 박성진 대표

#1 매크로 예측은 무의미하다

제가 20년간 투자를 했는데 손실이 난 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 번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가 아직은 손실 구간이며, 이상태로 가면 손실로 마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시장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이후 2020년 시장을 초등학교 산수 푸는 수준이라고 하면, 지금은 훨씬 어려워져서 수학의 정석을 푸는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치투자자들은 매크로를 거의 안보는 편입니다. 중요한 건 인플레이션과 금리와 같은 것들이 안 중요해서 안 보는게 아니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안 보는 겁니다. 매크로를 전망하거나 예측하지 않는다는 얘기지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지진을 예측할 수 없지만 지진의 피해는 대비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금리와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는 건 능력을 벗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영향을 받을 지는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워렌 버핏은 금리는 중력과 같아서 모든 자산을 끌어내린다고 표현했습니다. 미래 기업이 벌어들일 현금흐름을 예측한 다음, 적절한 금리로 할인해서 현재 가치를 구하고, 그 가치보다 싸게 사려는 게 가치투자입니다. 가치투자의 가장 핵심이 미래의 현금흐름입니다. 워렌 버핏은 10~20년 후의 현금흐름을 예측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까지는 예측하기 힘들어서 한 3년 정도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어쨌든 가치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향후 이익을 예측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걸 적절한 금리로 할인해야 합니다.

이 두 부분에 금리가 영향을 다 미칩니다. 미래에 벌어들일 돈은 자기자본뿐만 아니라 차입을 통해서도 이뤄집니다. 차입에 대한 금리가 이자비용을 결정합니다. 금리가 상승하면 그만큼 이익은 줄어듭니다. 그리고 벌어들인 수익을 할인하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지면 할인율도 높아집니다. 다시 말해 금리가 높아지는 만큼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은 줄어들고 할인율은 높아진다는 겁니다.


그러니 금리 인상기에는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자산을 많이 보유한 기업이 각광받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약간은 다른 문제가 하나 결부돼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거버넌스가 굉장히 부실한 편입니다. 기업 내부에 가지고 있는 현금이 일반 주주들에게 흘러 들어가지 않는 게 우리나라의 실정입니다. 인플레 시기에 현금이 가치를 가짐에도, 사실은 그런 기업에 투자하는 게 개인투자자들에게 그렇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금리가 영향을 미치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가치투자자들은 가장 저평가된 자산을 찾아 다니는데, 그 얘기는 여러 자산군을 비교해서 가장 싼 자산을 찾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교군 중에 결국 은행 예금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현재 은행금리가 높은 데는 4% 중반까지 올라왔습니다. 배당수익률이 3~4%가 돼봤자 아무 의미 없어지는 겁니다. 채권 수익률보다 주식수익률이 2~3배는 높아야지 매력이 있다고 얘기하는데, 은행 금리가 4% 중반이면 주식 수익률은 9%대는 나와야 매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겁니다.


지금이 70년대와 유사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당시 워렌버핏이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투자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분석한 게 있습니다.

가치투자는 기업의 오너가 된 마음으로 주식을 삽니다. 만약 기업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자신의 자본도 투입하고 차입을 통해 돈을 마련해 투입할 겁니다. 그걸 갖고서 공장도 짓고 투자하고 설비를 짓게 됩니다. 그런 자산으로 제품을 만들어서 매출을 일으키고 이익을 창출하는 게 기업입니다. 만약 자본을 자신이 통으로 다 갖고 있으면 이익이 다 자신의 수익이 됩니다. 그렇다면 수익률은 투자한 돈 대비 나오는 돈이 됩니다. 그게 바로 ROE가 됩니다.

인플레이션이 이 ROE에 영향을 줍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자산을 이용해서 매출을 일으켜야 하는데, 인건비와 원가와 같은 투입되는 비용이 상승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마진을 굉장히 떨어뜨립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그만큼 가격을 못 올리면 매출과 원가의 사이가 좁혀지게 됩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ROE가 낮아지고 그게 곧 수익률에 반영이 됩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합쳐지면 더 큰 타격을 받게 되는 겁니다.


1972년 워렌 버핏이 씨즈캔디를 인수했습니다.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일어나기 직전 시기입니다. 워렌 버핏이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워렌 버핏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거시경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거시경제 전망을 잘 한다고 해서 투자 실수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1972년 씨즈캔디를 인수한 직후, 1973년 아랍이 석유 수출을 금지하며 1차 석유파동이 발생했고, 이후 대규모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정치엔 큰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그 이후 1982년까지 인플레이션이 굉장히 심해져 우대금리가 20%까지 도달했습니다. 이런 거시경제 변수를 모두 내다봤다면 씨즈캔디 인수를 포기하고 절호의 기회를 날렸을 수도 있습니다.

가치투자자에겐 인플레이션을 예측하기보다는 훌륭한 기업을 찾아내는 안목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만약 예측을 잘 했더라도 투자한 기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별개의 얘기입니다. 가치투자자들에겐 끊임없이 싼 기업을 찾고 인플레이션이나 금리 하에 버틸 수 있는지, 그리고 회복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게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2 가치투자자가 바라보는 한국은?

미국은 시장 자체도 우리나라에 비해 방대합니다. 미국의 주 하나가 우리나라 만한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신세계가 우리나라 내수만 해서 수년동안 성장을 해왔는데, 미국은 그런 주가 수십개가 있으니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또 미국에서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당연히 훨씬 오랫동안 성장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화 돼있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일부중소형 기업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는 코카콜라와 같은 기업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기업들이 조금씩 나오고는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거버넌스와 같은 문제로 상대적으로 할인돼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동전의 양면 같은 겁니다. 그런 것들이 디스카운트 요인이긴 하지만, 만약 이게 해결되면 크게 재평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투자 기회가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삼프로TV 손은호 기자 (korgitgit@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