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사회 초년생의 죄충우돌 성장담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기자를 꿈꾸는 주인공이 얼떨결에 패션지 편집장의 세컨드 어시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최근 20년 만에 돌아온 속편과 함께 두 주연 배우의 내한으로 화제를 불러 모이기도 했는데 속편 감상 전 본편을 다시 보기 하는 관객들도 많지 않을까.

영화는 군더더기 없는 각색, 매력적인 캐릭터,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호평과 함께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했는데 실제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의 모티브가 된 '미란다'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 '앤디'는 저널리스트 지망생이자 패션에는 일절 관심 없는 캐릭터로 앤 해서웨이가 맡아 생존을 위해 패션계에 적응해 나가며 세련된 외모 변화와 함께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앤 해서웨이의 경우 최근 유퀴즈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당시 캐스팅 후순위였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의지를 어필, 마침내 앤디 역할을 거머쥐게 되었다고 한다.
패션계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영화에는 유명 브랜드의 컬렉션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데 협찬이 쉽지 않은 샤넬의 2006년 컬렉션은 물론이고 발렌티노의 경우 디자이너가 직접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발렌티노는 평소 메릴 스트립의 열열한 팬이었다고 밝히며, 그녀를 위해 극 중 자선 파티 장면에서 착용할 드레스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했다고 한다.

최고의 패션 매거진 ‘런웨이’에 입사한 앤드리아. 평소 패션에는 관심도 없는 그녀에게 화려한 세계는 낯설기만 하다. 원래의 꿈인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1년만 버텨보기로 결심하지만, 그녀가 모셔야 하는 상사이자 런웨이 편집장 미란다와 일하는 것은 그녀의 일상마저 지옥으로 만든다. 24시간 시도 때도 없이 호출을 일삼는 미란다로 인해 남자친구의 생일도 챙길 수 없고, 심지어 그녀의 쌍둥이 딸들의 방학 숙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앤디에게 ‘런웨이’에서의 사회생활은 저널리스트라는 꿈과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다. 앤디는 미란다의 질타와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으로 가득한 전쟁 같은 런웨이에서 사회 초년생 딱지를 떼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영화의 흥행과 별개로 주인공 앤디의 채용 과정이나 지금의 사회 문화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 같은 업무 지시, 앤디가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 등 억지스러운 부분도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열광하며 공감하게 되는 이유는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초년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몸 고생, 마음고생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앤드리아의 성장 과정을 통해 소소한 위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인 디 에어>는 월터 컨의 소설 『업 인 디 에어』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비행기와 호텔을 집으로 삼아 1년의 대부분을 하늘 위에서 보내는 ‘해고 전문가’라는 독특한 직업의 세계를 그렸다. 영화는 '기업을 대신에 직원에게 해고 통보를 전하는 베테랑 해고전문가가 당돌한 신입사원과 동행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며 흥행 성공, 유머가 깃든 통찰력 있는 대사와 메시지로 작품성까지 잡으며 호평받았다.

원작 소설가는 우연히 비행기에서 만나게 된 승객이 1년의 대부분을 여행으로 보내기 때문에 집을 팔아 큰 짐은 임대창고에 보관하고 호텔을 집 삼아 생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40대 중반이지만 잦은 출장으로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주인공 라이언을 탄생시켰다. 감독은 원작 소설을 접한 후 6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각색 작업을 완성했는데‘주인공이 해고 전문가이며 비행기 마일리지 천만 마일을 모으기 위한 여정 중’이라는 설정만 같고함께 출장을 다니게 되는 신입 후배, 라이언의 로맨스, 가족과의 에피소드, 2008년 경제 위기 등은 모두 각색 과정에서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진 부분이다.
영화는 주인공 알렉스를 연기한 조지 클루니의 인상적인 연기 변신으로도 종종 언급된다. 섹시한 매력을 발산하는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조지 클루니가 ‘품위 있게 절망을 선사하는 해고 전문가 라이언'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인생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는 찬사를 받았다. 조지 클루니의 캐스팅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부분으로 감독은 출연을 설득하기 위해 이태리에 있는 조지 클루니의 집까지 날아가는 성의를 보이며 “조지 클루니 덕분에 영화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닌 까칠한 냉소와 인간미가 가미된 작품이 되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영화에 등장하는 해고대상자는 모두 영화 출연을 자진한 일반인으로 당시 취업난이 극심했던 지역의 광고란에 실직자 구인광고를 내걸고 모집했다고.😲 감독은 이들에게 해고통지를 받은 날 뭐라고 답했는지, 아니면 뭐라고 대답하고 싶었는지를 묻고 이를 카메라에 담았는데 “카메라 앞에서 긴장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던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솔직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건 영화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장면 중 하나다”라며 영화에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착안한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1년 322일, 미국 전역을 여행하는 최고의 베테랑 해고 전문가 라이언 빙햄. 그의 특기는 완벽한 비행기 여행이요, 삶의 목표는 천만 마일리지를 모아 세계 7번째로 플래티넘 카드를 얻는 것이다. 텁텁한 기내 공기와 싸구려 기내식에 평온함을 느끼고, 남들은 질색하는 출장 생활이 집보다 편한 그는 12살 때 할머니가 양로원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사람은 혼자 죽는다’라는 걸 이미 깨달았을 만큼 냉소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천만 마일리지 달성을 앞둔 어느 날, 온라인 해고시스템을 개발한 당돌한 신입사원 나탈리가 나타나며 라이언의 삶의 방식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라이언은 ‘품위 있는 해고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신입 후배와 함께 생애 처음으로 동반 출장을 떠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탈리는 해고전문가라는 직업의 진실을 깨닫는다. 반대로 라이언은 자신의 삶의 방식이 무너지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는데... 과연 목적지 없이 떠도는 라이언의 인생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인 디 에어>는 ‘해고 전문가’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정착하는 삶과 떠돌아다니는 삶을 모두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해보게 한다. 개인적으로 TV 영화 채널에서 조지 클루니의 연기와 처음 들어보는 직업군에 이끌려서 접하게 된 작품이었는데 추천작 중 한 편만 고르라면, 주저 없이 선택하고 싶을 만큼 사회 초년생뿐만 아니라 베테랑 사회인들에게도 울림을 전하는 작품이다.
<굿모닝 에브리원 (Morning Glory)>

<굿모닝 에브리원>은 앞서 소개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각본가가 집필하고 <노틸 힐>의 로저 미첼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미국 방송계의 시청률 전쟁을 대표하는 아침 모닝 쇼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신입 PD의 생존기를 그렸다.

영화는 해리슨 포드, 다이앤 키튼, 레이첼 맥아담스까지 배우 라인업이 화려한데 특히 해리슨 포드의 꼬장꼬장하고 성질 고약한 앵커로 분한 연기 변신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영화를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건 레이첼 맥아담스! 영화를 통해 레이첼 맥아담스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사랑스럽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달까.🥹 주인공 ‘베키’ 캐릭터는 연기에 따라 관객들에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나 보다 설득력 있게 그려질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

뉴저지의 지방방송국 PD로 일하던 ‘베키’는 프로그램 폐지와 함께 해고되고, 어렵게 뉴욕의 메이저 방송국에 재취업한다. 그러나 그녀가 책임 프로듀서를 맡게 된 프로그램은 경쟁사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만년 꼴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닝쇼 ‘데이 브레이크’로 그녀에게는 책임지고 시청률을 올려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어떻게든 시청률을 사수하기 위해 베키는 전설의 앵커 ‘마이크’를 영입하지만, 그녀의 결정은 사회생활에서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만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고집만 부리는 마이크는 팀원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데... 베키는 사사건건 문제만 일으키는 마이크와 팀원들을 다독이고 무사히 프로그램을 이끌 수 있을까?

<굿모닝 에브리원>은 동일한 각본가가 집필한 작품이라 방송국 버전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전작과 비교하면 엉성한 부분도 있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아류라고 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혹평을 쏟아낼 만큼 별로는 아니기에 추천작으로 골라봤는데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열정 넘치는 신입 사원이 산전수전 다 겪은 고집 센 상사를 상대하며 사회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인턴 (The Intern)>

<인턴>은 재능도 있고 의욕도 많은 30대 여성 CEO가 세월의 연륜과 직장생활의 노하우까지 두루 겸비한 70세 노인을 인턴으로 채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감독은 뉴스를 통해 은퇴한 노인들이 재미 삼아 교육이나 자원봉사 등 다른 일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영화는 프라다를 입은 악마 뒤에서 종종거리던 앤 해서웨이가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고군분투하는 CEO '줄스' 역을, 로버트 드니로가 모두가 의지할 수 있는 멋지게 나이 든 시니어 인턴 '벤' 역을 맡아 캐릭터에 깊이와 설득력을 더하며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선보였다. 참고로 영화는 최근 최민식, 한소희 주연의 한국 버전으로 리메이크되어 개봉일을 기다리는 중이다.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 신화를 이룬 줄스. TPO에 맞는 패션 센스와 업무를 위해 사무실에서도 끊임없이 체력 관리를 하고, 야근하는 직원도 챙기고 고객을 위해 박스포장까지 직접 하는 열정적인 CEO다. 한편, 수십 년 직장 생활에서 쌓은 사회생활 노하우와 나이만큼 풍부한 인생 경험이 무기인 70세의 벤은 줄스의 회사에 시니어 인턴으로 고용되어 출근하게 되는데... 과연 30대 CEO와 70세 시니어 인턴이라는 어색한 조합은 어떤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게 될까?

영화에는 낸시 마이어스 감독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의 삶과 나이 듦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 주인공 줄스를 통해 여성이 집 안과 밖에서 겪는 고충을 들여다보며, 일과 가정 어느 것 하나 쉽게 얻어지지 않는 삶의 딜레마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무엇보다 영화가 지닌 공감과 위로의 정서를 완성하는 것은 '벤'이라는 캐릭터로 상대에게 건네주기 위한 손수건을 챙겨 다니는 신사이자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는 정년퇴직자, 그러나 새로운 경험과 사랑 앞에서 주저하지 않는 인물이다. 감독과 로버트 드니로가 완성한 벤은 베테랑 사회인이자 품격이 베어나는 참된 어른으로, 어쩌면 시대를 막론하고 젊은 세대가 사회에서 만나 의지할 수 있는 이상향의 모습을 담아낸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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