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걸린 야마모토 복수 혈전… 오타니 가을까지 살렸다! LAD, SD 누르고 챔피언십시리즈 진출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야마모토 요시노부(26·LA 다저스)는 2023-2024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선발 최대어로 공인됐다. 이제는 미국에서도 인정하는 일본 무대를 3년 연속 평정한 최고의 투수였고, 국제 대회에서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가뜩이나 특급 선발 투수들이 부족한 지난겨울 FA 시장 상황에서 야마모토의 주가는 계속 치솟았다.
처음에는 7년 총액 2억 달러 정도가 거론되다,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 총액은 2억 달러 중반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지난해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투수 부재에 울었던 LA 다저스가 무려 12년 계약을 제시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투수 10년 이상 계약은 딱 한 번이 있었다. 투수는 계약 기간 중 팔꿈치나 어깨를 적어도 한 차례 이상 다칠 가능성이 높기에 10년 장기 계약은 하나의 벽이었다. 그러나 다저스가 이를 깨뜨렸다.
계약 기간이 12년으로 늘어나면서 당연히 총액도 높아졌다. 최종 협상 타결 금액은 무려 3억2500만 달러. 이는 게릿 콜(뉴욕 양키스)이 이적할 당시 기록한 9년 총액 3억2400만 달러를 깨뜨리는 메이저리그 투수 역대 신기록이었다. 연 평균 금액으로 보면 콜보다 못했지만 역대 투수 최대 규모 계약이라는 상징성이 있었다. 그리고 야마모토는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던져보지 않은 투수였다.
그렇게 큰 기대를 받은 야마모토지만, 오히려 첫 판부터 호된 신고식을 당했다. 야마모토는 3월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서울에서 열린 시즌 개막 시리즈인데다, 두 팀의 라이벌리, 그리고 야마모토와 오타니 쇼헤이(30)의 다저스 데뷔전까지 겹쳐 취재 열기가 엄청났다. 이처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경기에서 야마모토는 말 그대로 녹아내렸다. 모두가 당황한 붕괴였다.
야마모토는 이날 1회부터 샌디에이고 타선에 난타를 당하더니 1이닝 동안 5피안타에 4사구 2개를 내주며 5실점으로 부진했다. 샌디에이고 타선이 야마모토의 버릇을 알고 친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정도였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에 기대가 부풀었던 야마모토의 잔칫상을 완전히 엎은 셈이었다.
이후에도 야마모토는 어느 정도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하는 데 성공했지만, 유독 샌디에이고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다. 그래서 샌디에이고와 올해 디비전시리즈는 야마모토에게는 시험대였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1차전 선발로 낙점됐지만, 3이닝 5실점을 하고 무너졌다. 순번상 5차전 선발로 등판해야 하는 야마모토인데,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4차전 종료 후 선발을 미정이라고 했다. 그만큼 야마모토의 샌디에이고전 부진이 고민이었다.
하지만 드디어 야마모토가 빚을 갚았다. 개막전에서 당한 망신을, 결과적으로 샌디에이고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된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갚아줬다. 야마모토는 12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샌디에이고와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63구를 던지며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다저스는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3승2패를 기록, 샌디에이고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구단 역사상 통산 16번째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이다. 이는 뉴욕 양키스(19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고, 내셔널리그에서는 최다 기록이다.
야마모토, 그리고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의 일본인 투수 선발 맞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던 경기이기도 하다. 일본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맞대결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하필이면 두 팀의 가을이 달린 승자독식 게임이었다. 야마모토는 1차전에서 부진(3이닝 5실점), 다르빗슈는 2차전에서 호투(7이닝 1실점)해 선발 매치업에서는 다르빗슈가 더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무키 베츠(우익수)-프레디 프리먼(1루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좌익수)-맥스 먼시(3루수)-윌 스미스(포수)-키케 에르난데스(중견수)-개빈 럭스(2루수)-토미 에드먼(유격수)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오른 발목 부상으로 4차전에 나서지 못했던 프리먼이 다시 3번 타순에 복귀했다.
이에 맞서는 샌디에이고는 루이스 아라에스(1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매니 마차도(3루수)-잭슨 메릴(중견수)-잰더 보가츠(유격수)-데이비드 페랄타(지명타자)-제이크 크로넨워스(2루수)-카일 히가시오카(포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4차전에서 무득점 패배를 당하면서 좋았던 공격의 흐름이 꺾인 샌디에이고는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이어진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중요한 날이었다.
경기 시작부터 야마모토의 호투가 이어졌다. 실투가 아예 없는 컴퓨터 피칭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에 힘이 있었다. 전력을 다해 던진 야마모토의 이날 최고 구속은 시속 98.2마일(약 158㎞)이 나왔고, 평균도 95.5마일(약 153.7㎞)에 이르렀다. 1차전에서 스플리터 실투가 장타로 맞아 나가며 고전했던 야마모토는 이날 초반에는 스플리터를 잘 던지지 않고 다른 구종을 버텼다. 우타자 상대로는 슬라이더, 좌타자 상대로는 커브를 효율적으로 던졌다.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해 덤비기보다는 최대한 바깥쪽 코스로 던지며 신중하게 경기에 임했다.
야마모토가 1·2회를 잘 넘기자 다저스가 대포를 터뜨렸다. 가을 사나이인 키케 에르난데스가 해냈다. 다저스는 2회 선두 맥스 먼시가 볼넷을 골라 나갔지만 윌 스미스가 병살타를 치며 분위기가 가라 앉았다. 하지만 여기서 키케 에르난데스가 다르빗슈의 몸쪽 패스트볼을 기가 막히며 앞에서 잡아채며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때렸다. 키케 에르난데스의 올 포스트시즌 첫 홈런이자, 개인 통산 포스트시즌 14번째 홈런이기도 했다.
야마모토는 3회 1사 후 카일 히가시오카와 루이스 아라에스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이했지만 다저스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야마모토는 다저스 킬러이자 이번 시리즈 들어 1~3회 장타력이 가공할 만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3루수 병살타로 처리하고 위기를 넘겼다. 그렇게 5회까지 달려주며 바턴을 최고의 활약을 펼친 불펜 투수들에게 넘겼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5회를 마치고 내려오는 야마모토를 안아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샌디에이고 타선은 체력 부담 탓인지 방망이가 무거웠다. 다저스는 6회 에반 필립스가 상대 중요 타자들을 꽁꽁 묶은 것에 이어 7회에는 필립스가 아웃카운트 두 개, 그리고 알렉스 베시아가 하나를 처리했다. 샌디에이고는 출루조차 어려웠다. 고군분투하던 다르빗슈도 실투에 울었다. 7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에게 바깥쪽 슬라이더 유인구를 던진다는 것이 회전이 풀려 안쪽으로 들어갔고, 또 하나의 에르난데스가 이를 놓치지 않고 좌측 담장을 넘겼다. 던진 순간 실투임을 안 다르빗슈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타구는 담장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다저스는 8회에 앞서 몸을 풀던 베시아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강판됐으나 마이클 코펙이 긴급 투입돼 8회를 잘 막고 승기를 잡았다. 9회는 블레이크 트라이넨이 책임졌다. 그렇게 다저스가 3승2패로 샌디에이고를 탈락시키고 뉴욕 메츠가 기다리는 챔피언십시리즈로 향했다. 2022년 디비전시리즈에서 샌디에이고에 1승을 한 뒤 3연패해 탈락했던 그 비극을 갚아줬다.
오타니 쇼헤이는 이날 다르빗슈를 맞이해 3타수 무안타, 그리고 자신에게 유독 강한 태너 스캇에게 삼진을 당했다. 총 4타수 무안타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팀이 이겨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만회할 기회를 잡았다. 오타니의 디비전시리즈 타율은 0.200, OPS(출루율+장타율)는 0.623이다. 다저스는 14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뉴욕 메츠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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