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의 끝, 맥심 X 카카오프렌즈 춘식이
안녕, 에디터B다. 한때 나는 커피 굿즈에 미친 적이 있었다. ‘미쳤다’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굿즈를 판매하는 커피 브랜드를 다이어리에 쭉 적어놓고, 하나씩 지워가면서 수집했다. 마치 현상금 사냥꾼처럼. 보통은 머그잔이거나 텀블러를 샀다. 굿즈를 사기 위해 카페를 가는 경우도 많았지만, 마트에도 자주 갔다. 동서식품에서는 여름이나 겨울, 계절에 맞춰 특별한 텀블러를 출시했는데, 그게 퀄리티가 꽤 좋았으니까. 그리고 올해도 나 같은 사람들이 서운해하지 않도록 비장의 굿즈를 선보였다.
동서식품은 2018년부터 매년 컬래버레이션(이하 ‘콜라보’) 제품을 출시하는데, 올해는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게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굿즈를 출시했다. 바로 ‘맥심 X 카카오프렌즈 춘식이 스페셜 패키지’다. 일단 영상부터 하나 보고 오자. 앞으로 3,000자 정도를 더 쏟아낼 예정인데, 이 영상이 마지막 단락까지 달려가게 만드는 동력이 될 거다.
사실 춘식이는 내게 0과 1로 만들어진 카카오톡 속 이모지로 존재했는데, 귀여운 소리를 내며 눈사람 사이를 통통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친근감이 확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춘식이는 귀여운 캐릭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춘식이 덕후까지는 아닌데 이 영상을 보니 나도 모르게 귀여워서 웃음이 새어 나오더라.
춘식이 콜라보를 보니 문득 지난날의 동서식품 콜라보 굿즈가 떠오른다. 2019년에 출시되었던 맥심 X 키티버니포니 에디션. 키티버니포니를 너무 좋아해서 마트에서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무거우니까 나중에 사야지 미룬 적이 있었다. 결국 깜빡하고 행사가 끝나버린 사연. 미련이 남아서 지금도 가끔 중고장터에 검색 해 본다. 역시 한정판은 나왔을 때 바로 사야 한다.
동서식품은 이렇듯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을 잘 만든다. 시작은 2018년에 카카오프렌즈와의 콜라보, 그다음 해는 키티버니포니, 2020년에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무민, 2022년에는 미니언즈, 그리고 올해는 춘식이와 하게 된 거다.
하나만 더 언급하자면,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콜라보를 한 것도 좋았다. 믹스커피와 할리우드의 만남이 이색적이면서도, 근본과 근본 브랜드의 만남이라 궁합이 좋았다. <쥬라기 공원>, <빽 투 더 퓨처>, <죠스> 등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고전 영화 세 편을 활용했는데, 결과물이 놀라웠다. 패키지는 물론이고, 광고 영상이 좋았다. ‘좋은 커피와 좋은 영화는 오래도록 곁에 남으니까’를 키 메시지로, 배우 안성기와 고전 영화들의 포스터가 교차 편집되어 나오는 영상인데 두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적절히 활용했더라. 개인적으로 이때부터 동서식품 콜라보 잘하는구나 확신하게 됐다.
이제 올해 굿즈 얘기를 해보자. 모두 7종이다. 양말과 담요 제외하고 다섯 개를 빠르게 제공 받아서 사용해 봤다. 일단 패키지 디자인부터 앙증맞다. 춘식이가 해맑은 얼굴로 여기저기서 행복해하고 있다. 요즘에는 누군가 행복해하는 걸 보면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더라. 예전엔 내가 감성이 메마른 차가운 사람이었는데, 나이를 먹은 걸까 사람이 변한 걸까.
일단 가장 많은 인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템, ‘춘식이 브런치 식기세트’부터 보자.
머그잔과 트레이 2종으로 구성되어 있고, 재질은 세라믹이다. 컬러는 빈티지한 무드의 개나리 빛이 도는 아이보리라고 표현할 수 있다. 물 빠진 레몬 컬러라고 생각해도 된다. 일반적인 머그 대비 사이즈는 작은 편인데, 믹스 커피의 적정량이 100ml이기 때문에 믹스 커피에 최적화한 사이즈인 셈이다. 손잡이 크기는 작은 편이라 손이 큰 사람은 두 손가락을 편히 끼우지는 못할 수도 있다.
전면 프린트를 보면 영어 문구가 적혀 있다. ‘Lazy day under the blanket’이라고 반원을 그리며 적혀 있고 원 안에서 춘식이가 왼쪽 팔을 들고 “Choon Morning”이라고 인사를 건넨다. 브런치 먹을 준비를 마친 춘식이의 인사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는 구절이 갑자기 떠올랐지만 귀여우니까 봐준다.
머그잔에 그려진 춘식이가 너무 작다고 아쉬워할 필요 없다. 트레이에는 손을 번쩍 든 춘식이가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다. 여분 공간이 넓지 않아서 계란프라이, 토스트, 베이컨을 한가득 올리긴 힘들고 컵케이크나 스콘 정도면 괜찮겠다.
두 번째 마음에 든 굿즈는 ‘춘식이 주방 장갑’. 이건 실용성 면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나는 요리를 자주 하진 않지만 장비 욕심이 많아서 조리 도구 사는 건 좋아하는 편이다. 주방 도구 중에서 생각보다 자주 쓰는 게 주방 장갑이라는 걸 요리를 하며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머그잔이나 트레이보다는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 외의 장점? 마찬가지로 귀엽다는 거다.
디테일을 알면 깨물어 주고 싶어진다. 코와 볼에는 폴리에스터를 사용해 부들부들한 느낌으로 만들어 놓아서 괜히 쓰다듬고 싶고, 심지어 주방 장갑이면서 귀까지 달려 있다.
이렇게 귀여운 주방 장갑을 귀여운 사람이 사용한다고 생각해보자. 춘식이를 좋아하는 귀여운 사람에게 좋은 선물이 될 거다. 웬만한 사람들은 집에 머그잔이 충분히 있을 테니, 주방 장갑은 선물하기에 좋은 핑계이자 구실이 된다. “너, 이거 없지?”
나의 세번째 픽은 ‘춘식이 무드등’이다. 실리콘으로 만든 무드등인만큼 대단한 기능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귀여움도 스펙이고 이 굿즈의 기능이란 귀여움, 그것이 전부다. 속이 텅 비어 있기 때문에 볼이나 앞발을 만지면 말랑말랑 촉감 놀이가 가능하다. 밝기는 춘식이를 톡톡 치면서 조절할 수 있다. LED가 춘식이 복부에 있기 때문에 얼굴보다 복부가 밝다.
디테일을 보자. 춘식이 러버라면 땡땡이 무늬 잠옷과 꼬리를 보고 심장이 안 아플 수가 없을 거다.
네 번째는 겨울에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핸드워머 쿠션이다. 핸드워머 쿠션이란 말 그대로 손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쿠션. 양옆으로 손을 쏙 집어넣으면 된다. 직접 사용해 보니 생각보다 많이 따뜻하더라. 배터리로 온열 기능이 작동하는 것도 아닌데 충분히 따뜻했다. 책상에서 엎드려 잘 때 손 집어넣고 자면 딱이겠다 싶었다.
물론 쿠션이기 때문에 소파나 의자 위에 올려 두어도 된다. 겨울에는 핸드워머로 쓰다가 날이 풀리면 인테리어용으로 소파 위에 귀엽게 올려두자. 이렇게 하면 사계절 사용 가능하다.
마지막은 춘식이 파우치다. 오늘 소개한 굿즈 중에 내가 가장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파우치라 마지막 순서에 넣었다. 그런데 주변 반응을 보니 다들 파우치를 좋아하는 눈치다. 아무래도 무드등이나 핸드워머 쿠션은 사용 공간이 제한적이지만, 파우치는 평소에도 들고 다닐 수 있으니까.
동서식품이 지금까지 다섯 번의 콜라보를 선보였지만 이렇게나 많은 제품군을 선보인 적은 없었다. 종류는 더 다양해졌고, 퀄리티는 더 좋아졌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들 굿즈 구경을 즐겁게 했다면, 이제 커피 맛을 즐겨보자. 내가 요즘 아메리카노를 자주 마시다 보니 믹스 커피와 소원해진 경향이 있는데, 오랜만에 마시니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맛있었다. ‘그래, 내가 좋아하던 커피의 맛은 원래 이런 거였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셨다. 달콤한 케이크와 익숙한 믹스커피 맛, 그리고 커피스틱에 그려진 춘식이 일러스트 덕분에 쉽게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이라는 게 이렇게 쉽게 좋아질 수 있다니. 내게 줄 수 있는 단순하고도 확실한 선물이다.
일단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슈프림골드부터 얘기해 보자. 가장 기본적인 노란색 모카골드에 비해 커피의 향, 당도, 심지어 색깔까지 더 진하다. 모카골드에서는 고소함이 잘 느껴진다면, 슈프림골드에서는 전체적으로 맛이 진하고 강렬하다는 느낌이다. 한때 홍대 부근에서 유명했던 은하수 다방이라는 곳이 있다. 그 카페에서 은하수 다방 커피라는 걸 팔았는데, 그 커피가 모카골드보다 더 맛이 진했다. 비율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그때 마셨던 은하수 다방 커피처럼 모든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괜히 슈프림이라는 말을 쓰는 게 아니다.
두 번째 커피, 모카골드 마일드는 호불호 갈리지 않고 다들 좋아할 만한 커피가 아닐까. 모카골드 의 맛을 설명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세 말하면 구글 데이터 센터에 탄소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다. 달고 부드럽고, 한 모금이 그다음 모금을 부르는 중독성 높은 커피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슈프림골드를 마신 후, 모카골드를 마시니 다소 점잖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은 화이트골드다. 모카골드와 비교했을 때 들어가는 원료가 다르기 때문에 맛에서도 확실히 차이가 있다. 무지방 우유가 들어가서 우유의 고소함이 느껴지고, 모카골드 대비 덜 달다는 느낌이다. 한 모금 마시고 입 안에서 살짝 느껴지는 고소함이 있다. 그게 모카골드와 화이트골드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믹스커피에서 슴슴함을 추구한다면 화이트골드로 가는 게 좋다. 믹스커피 맛이 어쩌고저쩌고 적어놓았지만, 어떤 커피든 찬 바람이 부는 테라스에서 호호 불며 마시니 다 좋았다.
지금 뭐 하냐는 친구의 말에 ‘맥심 X 카카오프렌즈 춘식이 스페셜 패키지’ 촬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굿즈를 찍은 사진을 보내주니 난리가 났다.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는지, 실물은 뭐가 제일 귀여운지 질문이 쏟아졌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춘식이의 팬은 많고, 팬이 아닌 사람조차 실물을 보면 귀여움에 반할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다. 개인적으로는 동서식품이 내가 애정하는 브랜드와 앞으로 많은 협업을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투표라도 받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데.
*이 글에는 동서식품의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