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 옆 번개탄 흔적”…간암 투병 중 구조된 원로 배우의 안타까운 근황

“술병 옆 번개탄 흔적”…간암 투병 중 구조된 원로 배우의 안타까운 근황

‘명품 감초’로 불렸던 원로 배우 남포동이 극단적 선택 시도 후 차량에서 구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월 5일, 경남 창녕군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남포동이 의식이 없는 채 발견됐다.

당시 목격자는 “차 안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고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은 강제로 창문을 열어 남포동을 구조했다. 차 안에는 술병과 함께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남포동은 생명에 지장은 없으나, 그동안 겪어온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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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말기 선고 후, 면역력까지 무너졌다”

남포동은 2022년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 출연해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사실을 직접 고백한 바 있다. 그는 2009년 간암 말기를 선고받은 후, 동생의 간을 이식받으며 연명해왔다. 그러나 이식 수술 이후 면역력은 극도로 약화돼,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헐떡일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당시 방송에서 그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들다. 병원비도 감당 안 되고, 외롭고 막막했다”고 말했다.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외부 바이러스에 취약해 일상생활조차 위협받는다. 특히 고령의 간암 환자일수록 감염과 체력 저하로 빠르게 건강이 무너질 수 있다.

특종세상

“수십억 사기, 이혼, 생활고…삶의 희망이 무너졌다”

남포동이 삶의 끝자락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배경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이 겹쳐 있었다. 그는 과거 한 방송에서 2000년대 초반 큰 사기를 당해 수십억 원의 피해를 입고, 이후 이혼까지 하며 삶의 기반이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이후 경남 창녕의 허름한 모텔에서 10년 넘게 홀로 살아왔으며, 생계를 위해 간간이 행사나 단역 출연을 이어갔지만 안정된 수입은 없었다.

남포동은 “이 나이에 무슨 희망이 있겠나. 숨만 쉬며 사는 거지”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경제적 절망과 신체적 고통, 심리적 외로움이 반복되면서 우울감이 깊어졌고, 극단적 결심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종세상

“간이식 환자, 암 생존자에게 더 위험한 정신건강 문제”

간암과 같은 중증 질환을 겪은 환자들은 생명을 구한 이후에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극단적 사고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간이식을 받은 경우, 꾸준한 약물 복용과 합병증 관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서울의 한 암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식 환자의 상당수가 회복 이후에도 ‘생존자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몸이 버티지 못할까 두려워하거나, 사회와 단절돼 외로움을 심하게 느낀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간이식 환자의 우울증 유병률은 일반인의 2~3배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암 투병 이후 삶의 질 회복을 위해선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 대한 장기적 관리와 사회적 지지 체계가 필수적이다.

“극단적 선택 직전의 신호, 반드시 주변에서 읽어야 한다”

남포동이 구조되기 직전까지 주변에 아무런 신호를 보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앞서 지인들에게 “몸이 안 좋아서 나중엔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했고, 외로움과 생계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혼자 모텔방에 은둔하듯 살아가며 점차 사람들과의 관계도 끊긴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극단적 선택 시도자는 평소에 반복적으로 삶을 비관하거나,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싶다는 표현을 한다. 특히 만성질환자나 암 생존자, 고령층에서 이런 언급이 나오면 반드시 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