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재결합, 왜 이렇게 난린데?

최용환 프리랜서 기자 2024. 9. 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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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밴드 오아시스의 재결합 소식으로 전 세계가 들썩였다. 하지만 이 와중에 ‘형제가 싸우다 화해를 했다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30년 서사부터 이 김에 꼭 들어봐야 할 노래 소개까지, 압축판으로 확인해보시길. 

8월 27일 전 세계 음악 팬들이 난리가 났다. 전설적인 밴드 오아시스가 해체 15년 만에 재결합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1990~2000년대 초중반 록 음악을 즐겨 듣던 사람이라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할 만한 소식이고, 오아시스의 팬이라면 몇 번이나 눈을 의심했다가 눈물을 쏟으며 감격할 만한 일이다.
내년 여름 5개 도시 투어 일정을 먼저 발표했는데, 순식간에 티켓이 매진됐음은 물론이고 암표 가격이 1000만 원을 넘었다는 둥, 공연 예정 도시의 숙소 가격이 3배가 뛰었다는 둥 벌써 반응이 뜨겁다. 재결합 발표 이후 오아시스의 1집 앨범은 30년 만에 다시 UK 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3위와 4위 자리도 오아시스의 과거 앨범들이 차지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시절 오아시스에 열광한 팬들은 아닐 터, 대체 왜 이렇게까지 전 세계가 열광하는가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재결합이 열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제2의 비틀스’라고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한 음악의 힘과 1990년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의 귀환이 자아내는 노스탤지어도 있을 것이고, 밴드의 중심인 형제간의 지독한 불화와 15년간의 공백 끝에 이루어진 기대하지 못했던 재결합이 주는 감동이 한몫했을 것이다.

벌써 잠깐의 이야기만 들어도 흥미가 생기지 않는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밴드이고 어떤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오늘 그들의 찬란한 커리어와 어지러운 드라마 그리고 필청곡까지 빠르게 확인해보자. 글을 읽고 노래를 듣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내년 하반기로 점쳐지는 내한 공연 뉴스를 검색하게 될 것이다. 필자 입장에서 예매 경쟁률을 높이는 것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은 건 나누는 것이 좋으니까. 오아시스의 데뷔 앨범 이름을 빌리자면, 'Definitely Maybe’?

브릿팝의 상징, 그 찬란한 전성기

1996년 8월 10일 네브워스 콘서트를 앞둔 오아시스.
1991년 결성한 오아시스는 1990년대 영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이자 이른바 '브릿팝’이라고 불리는 1990년대 영국 록 열풍을 견인한 밴드다. 블러, 스웨이드, 펄프와 묶여 '브릿팝 4대 밴드’로 불리지만, 영향력은 오아시스가 압도적이었다. 1994년 발표한 데뷔 앨범 'Definitely Maybe’는 평론가들의 찬사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85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오아시스를 스타덤에 올렸다. 그리고 이듬해 내놓은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는 전 세계에 2200만 장을 팔아치우며 UK 앨범 차트에서 10주간 1위를 지키는 기염을 토했다. 이 두 앨범은 지금도 1990년대 록 음악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명반이다.

불과 데뷔 3년 차 밴드가 된 1996년, 2장의 앨범이 터뜨린 어마어마한 열풍으로 오아시스의 인기는 이미 하나의 사회현상이었다, 초대형 공연들을 연달아 성공시킨 오아시스는 1996년 8월 영국 공연계 '꿈의 무대’로 불리는 네브워스 페스티벌에서 콘서트를 펼쳤고, 이틀 동안의 공연에 하루 12만5000명씩 총 25만 명을 동원하며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당시 티켓 예매를 시도한 인원은 무려 영국 인구의 5%인 285만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오아시스: 네브워스 1996’에서 해당 공연 장면을 살펴볼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이처럼 데뷔 이후 성공 가도를 달리던 오아시스의 커리어는 1997년이 지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팀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던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 형제 간의 갈등이 밴드 커리어에 큰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규 앨범 7장을 모두 영국 음악 차트 1위에 올리는 대기록을 세웠고, 후반기 작품들은 음악적으로도 다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06년과 2009년에는 한국을 찾아 뜨거운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8월 28일, 결국 오아시스는 노엘 갤러거가 밴드를 탈퇴하면서 해체됐다. 이후 노엘은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로 개별 활동에 나섰고, 리암은 기존 오아시스 멤버들과 '비디 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2024년 8월 27일 전까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노빠꾸’ 형제의 매력과 갈등

오아시스가 주목받은 건 날것 느낌의 밴드 사운드에 더해진 노엘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그것을 개성적으로 소화하는 리암의 매력적인 보컬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기나긴 애증 관계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밴드 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갤러거 형제는 영국 맨체스터의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아래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마약이나 범죄와 관련된 경험을 딱히 숨기지도 않으며, 데뷔 때부터 특유의 제멋대로인 성격과 직설적인 언행으로 논란이 된 적이 많다. 왕실이든, 선배 뮤지션이든 비판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태도와 특유의 시니컬하고 유머러스한 말솜씨 덕분에 그들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았다. 특히 인터뷰 중에 리암이 내뱉은 "우린 x나 예전에 끝났어. 돈 때문에 하는 거지" 같은 말은 우리나라에서도 밈으로 만들어져 많이 알려졌다.

문제는 시니컬한 태도와 고집스러운 성격이 서로를 향했을 때다. 원래부터 직설적이고 거친 언행을 보여주던 두 사람이었지만, 서로에게는 더 날카로웠다. 밴드 활동 중에도 워낙 많이 티격태격해왔기 때문에 해체를 발표할 당시만 하더라도 곧 재결합할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해체 이후 개인적 교류를 일절 하지 않았고, 인터뷰에서도 서로를 강하게 비난하며 재결합 가능성을 일축했다. 게다가 개별적인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아나가고 있었으니 '마지못한 재결합’의 여지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 나오는 희망 고문에도 더 이상 속지 않게 된 팬들이 15년 만에 함께 사진을 찍고 투어를 발표하는 형제를 보게 됐으니 놀랍고 감격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축구 팬들이라면 오아시스 재결합과 관련해 흥미로워할 만한 이야기가 있다. 두 사람은 EPL 맨체스터시티 FC의 열렬한 팬인 것으로 유명한데, 리암이 지난해 맨시티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면 오아시스 재결합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맨시티 공격수 엘링 홀란은 "내가 갤러거 형제 다툼을 끝내고, 오아시스를 하나로 모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실제로 '트레블’에 성공했으니, 오아시스 재결합에 일조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실제로 노엘이 푸마, 맨시티와 협업해 유니폼 디자인에 참여한 'Definitely City’ 키트를 내놓는 것을 보면 그것이 꼭 농담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오아시스를 알고 싶다면 꼭 들어야 할 5곡
오아시스의 커리어에서 5곡만 뽑는 것은 어렵지만, 결국 오아시스의 모든 곡을 듣게 될 여러분을 위해 작은 출발점이 될 노래들을 소개한다.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노래가 많은 만큼,
오아시스를 몰랐더라도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을 수도. 마지막 곡은 이번 재결합 서사를 완성하는 노래이니 꼭 들어보기 바란다.

Wonderwall
‌영국에서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지도를 지닌 곡이다. 스포티파이에서 무려 20억 회의 스트리밍을 넘기며 1990년대 곡 중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노래라는 대기록을 가지고 있다.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노래.

‌Live Forever
리암이 가장 좋아하는 오아시스 곡으로 꼽은 노래로, 노엘 역시 자신이 노래를 만들 때 기준이 되는 곡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어머니에게 보내는 밝고 희망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오아시스의 음악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노래로 꼽힌다.

Don’t Look Back in Anger
‌존 레넌의 'Imagine’을 연상시키는 피아노 인트로부터 비틀스에 대한 오마주가 느껴지는 이 노래는 특유의 위로를 주는 가사가 마음을 울리는 오아시스의 대표곡 중 하나다. 드물게 노엘이 보컬을 맡았는데, 곡의 정서와 아주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았다.

Champagne Supernova
‌노엘도 의미를 모른다고 밝힌 만큼 가사에 대한 해석은 각기 다르지만,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알 수 없는 강렬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곡이다. 잔잔한 멜로디로 시작해 휘몰아치는 기타 연주로 감정을 끌어올리고 다시 되돌아오는 데 7분 28초를 활용한다.

Acquiesce
‌흔치 않은 노엘과 리암의 듀엣 송. 재결합 소식을 들은 팬들이 가장 많이 기대하는 무대 곡 중 하나일 것이다. 두 사람의 파트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것도 매력적이고, 30년 서사를 알고 들으면 둘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듯한 가사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오아시스 #재결합 #노엘갤러거 #리암갤러거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소니뮤직 
‌사진출처 오아시스공식SNS

최용환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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