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청와대 활용, 루브르처럼 국제 공모로 건축가에 맡기자"
"청와대 역사성·상징성 살리는 마스터플랜 제시해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연작으로 잘 알려진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가 청와대 개방은 긍정적이지만 향후 활용방안에 대해선 '마스터플랜'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국제 공모를 통해 역사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마련하고 당선된 공모작을 설계한 건축가에게 청와대 전체를 맡기자는 제안이다.
유 교수는 2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청와대를 개방하는 것은 좋다"면서 "더 망가질 거야 없지 않겠나"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다만 "지금 당장 저렇게 열어 놨는데, 앞으로는 이것을 어떻게 최종 형태로 가져갈 건가에 대해서는 정부가 마스터플랜을 국민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획을 마련하는 방안으로는 국제 공모를 주장했다. 유 교수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I.M. 페이가 피라미드를 만들어서 더 유명해지듯이, (청와대도) 국제 공모를 열어서 건축가들이 멋진 아이디어를 가져오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모에서 선정할 만한 좋은 계획 요건도 제시했다. "청와대의 역사를 다 제공하고, 대통령기록관에서 가져올 수 있는 역대 대통령 사진, 대통령이 받았던 선물, 사건에 대한 기록 등을 제공해서 어느 건물을 헐고 어느 건물을 복원하고, 어디에 어떤 걸 배치해서 그 역사성과 품위, 어떤 면에선 아쉬움까지도 포괄할 수 있는 계획을 뛰어난 건축가가 하면 제일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때 광화문 이전 백지화, 비용 문제 때문"
유 교수는 용산 대통령실 이전이나 현재 청와대 상태에 대한 평가엔 말을 아꼈다. 그는 "개방된 청와대에 가 보지 않았다"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냐고 나보고 물어볼까 봐 가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이전에 자문 의견을 낸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한다 해놓고 이전 안 했냐, 이런 질문이라도 혹시 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문재인 정부 때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는 공약을 수행하기 위한 '광화문 대통령시대 위원장'을 맡았지만 최종적으로 공약이 백지화된 바 있다.
그는 문 전 대통령 당시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계획을 "문 대통령이 낭만적으로 한 공약"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이전이 실패한 것에 대해선 "현재 헐기로 돼 있는 민속박물관과 (청와대를) 바꾸는 방안을 생각했다. 그건 바꾸면 됐다. 그런데 당시 야당에서 광화문에 나와 소통한다더니 궁에 들어가냐고 비판했다. 그래서 정치적 논쟁이 될 것 같아 확 접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경복궁 경내에서도 도로에 인접한 근현대 건축물인 국립민속박물관과 국립고궁박물관을 대통령 집무시설로 바꾸자는 안이 제시됐으나 이내 사라졌다.
유 교수는 "대통령 집무실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가려면 당시도 지금처럼 비용이 많이 들게 되니까, 결국 문 대통령이 어차피 집무실이 세종으로 가지 않겠는가. (중복 투자가 되니) 차라리 공약을 어겼다고 사과하고 접어버리는 게 낫겠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산공원은 집무실과 별개... 이미 계획안 나와 있다"
유 교수는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공동위원장도 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용산공원도 조성계획에 영향을 받으리라는 예측이 제기돼 묘한 상태가 됐지만 유 교수 본인은 "대통령 집무실과 용산공원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용산공원을 어떻게 할 건가는 국제 공모를 통해 당선된 안이 있다"면서 "그 실시설계로 들어가야 하는데, 미군이 아직 반납을 덜해서 일부 계획이 확정된 부분만 개방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앞서 유 교수는 지난 10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신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도 청와대 활용 방안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문화재청장과 문재인 정부 때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장을 지냈기 때문에 청와대 개방 문제에 개인 의견을 내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유 교수는 내년에 '답사기' 시리즈의 첫 책 발간 30주년을 맞아 "지역이 아닌 시대 중심으로 쓴 글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명 '국토박물관 순례'라고 해서 구석기시대의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 시작해 독도에서 끝나는 여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독도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지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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