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만기 ‘보험사 퇴직연금 30조’...채권시장 새 도화선 되나
내달 만기도래…자금이탈 눈앞
환매자금 마련 위해 채권매도땐
금리상승·유동성 경색 우려
업계 “과당경쟁 부메랑될 수도”
평소 보험사들은 고객에게서 받은 돈으로 우량채권을 매수해왔는데 올 하반기부터는 채권시장에서 매도자로 돌아섰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새 회계기준(IFRS17)에 맞춰 자금 확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사 유동성 리스크의 진짜 뇌관은 당장 내달로 예정된 ‘퇴직연금 머니무브’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올 2분기 기준으로 퇴직연금 자산은 생명보험 71조7873억원, 손해보험 34조9504억원 등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30%가 내달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30조원 이상의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금리 추이를 보면 고객 입장에서는 중도해지를 해서라도 수익성이 높은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이득이다. 금리 차이가 많게는 5%까지 나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의 금리는 2%대 중반이었다. 그런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은행권은 최근 5% 후반대 이자를 내세워 퇴직연금을 유치하고 있다. 퇴직연금 자산운용과 상품판매를 같이 하는 퇴직연금 사업자와 달리 상품 판매만 하기 때문에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퇴직연금 비사업자들은 최고 7~7.5%(1년 만기)를 제시하며 시장을 흔들고 있다. 5년 만기 상품도 6%대 이율을 보장한다.
이는 보험 업계가 절대 따라갈 수 없는 금리다. 한 생명보험 업계 고위 관계자는 “표면상으로는 채권시장 불안으로 자금 조달이 안되는 것만 보이지만, 진짜 문제는 불과 한 달 안에 보험 업계에서 조 단위 자금이 빠져나간다는 점”이라며 “얼마가 움직이느냐에 따라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중소 보험사는 물론 대형사까지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험 업계 유동성 리스크는 채권시장 불안으로 직결된다. 보험사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내다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17일 간담회를 열어 사업자들에게 과도한 유치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2012년부터 가입자가 급증한 저축보험 해지도 늘고 있다. 통상 가입기간이 7~10년으로 최근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이 많은데, 이자에 만족하지 못한 고객들이 저축보험을 해지하고 은행권 고금리 예적금으로 갈아타고 있다.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보험계약대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생보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가 집계되진 않았지만, 최근 저축보험 해지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게다가 요즘에는 금리가 낮은 보험계약대출을 받아 그냥 은행 예금에 넣기만 해도 이익이다보니 약관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래저래 보험사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일만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퇴직연금 비사업자들이 규제 허점을 노리고 과당경쟁을 부추기면서 시장 부실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업자들은 4영업일 전 홈페이지에 금리를 공시해야 하지만 비사업자는 제한이 없다. 전년도 말 적립금의 30%로 제한된 상품제공 한도 규제도 비사업자는 적용받지 않는다. 업무보고서나 사업자 공시의무도 없다. 현재 퇴직연금 사업자로 허가받은 금융기관은 43곳, 허가를 받지 않고 판매하는 비사업자는 41곳으로 거의 비슷하다. 비사업자는 보험사와 증권사, 은행, 저축은행 등 업종 구분없이 다양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사업자들이 사업자 금리를 컨닝한 뒤 조금 더 올리는 방식으로 꼼수영업을 하고 있다. 금액 한도도 분산 제한도 없다보니 자금 유치에만 급급해 자금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이 2~4%대인데, 비사업자들은 최근 7%가 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지속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또 다른 부실 뇌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 업계는 이같은 비사업자 규제 불균형을 해소하고 일시적 자금 경색에 대비할 수 있도록 환매조건부 채권(RP) 발행 등 단기 자금 확보 창구를 열어달라고 당국에 요청하고 있다. 앞서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이행을 연기했다가 다시 행사하기로 번복한 흥국생명도 당국이 모호한 규정을 명확히 해 RP발행 길을 열어주면서 사태가 해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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