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비롯해 교역국에 대한 관세를 추가로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현지시간) 경제전문 매체 CNBC는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 중 16.8%가 한국과 일본에서 생산됐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산은 8.6%로 최대 규모였고 일본산은 8.2%를 기록했다.
한국의 경우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에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은 멕시코를 제외하고 미국에 가장 많은 차량을 수출했다. 일본과 캐나다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멕시코는 미국으로 수출된 자동차의 16.2%를 차지했다.
최근 몇 년간 일본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은 감소한 반면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 및 판매량은 2019년 약 84만5000대에서 지난해 137만대 이상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도요타자동차, 닛산, 혼다 등을 비롯한 일본산 자동차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지난해 미국에서 약 131만대의 일본산 자동차가 판매됐다. 한편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과 일본산 트럭에는 25%의 고관세가 부과된다.
글로벌데이터의 제프 슈스터 자동차 연구 글로벌 부사장은 “확실히 현대차의 노출도가 가장 높다”며 “그다음이 비교적 대량의 생산 모델을 보유한 GM”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잠재적인 위험이 많지만 사실상 이 두 업체에 국한된 문제”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했다. 당시 그는 이를 통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이 개선됐다고 강조했지만 미국으로의 한국산 자동차 수출에 대한 무관세 적용은 유지됐다. 또 국제무역위원회(ITA) 자료에 따르면 FTA 재협상 이후 한국으로의 미국산 자동차 수출은 실제로 약 16% 감소했다.
현재 현대차가 미국에 자동차를 가장 많이 수출하며 GM과 기아차가 그 뒤를 잇는다. 특히 GM은 지난 몇 년간 한국산 차량 수입을 크게 늘렸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GM이 미국에서 판매한 한국산 차량은 2019년 17만3000대에서 지난해 40만7000대 이상으로 급증했다. 한국 제조 산업의 최대 외국인 직접 투자 기업이다. 2002년 한국에 사업장을 설립한 이래 총 9조원을 투자했다.
GM은 한국에서 뷰익 앙코르 GX, 뷰익 엔비스타 크로스오버,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생산하고 있다. 회사는 해당 모델들이 저마진 엔트리급 시장에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제품이라고 강조한다.
포드의 무역 전문가를 지낸 시러큐스대학교의 테렌스 라우 법과대학 학장은 관세가 도입되더라도 자동차 산업이 이에 적응할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자릿수의 관세는 골칫거리 정도에 그칠 수 있지만 10% 이상일 경우 추가 비용이 마진이나 제품 가격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포드자동차의 짐 팔리 CEO는 트럼프가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세를 도입할 것이라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국가에 대해 포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특정 국가에만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수입 경쟁업체들에게 유리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팔리는 현대차와 도요타를 직접 언급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매년 수십만대의 차량이 미국으로 수입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는 세계 각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각서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어떤 국가가 상호 관세의 대상이 될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도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국가별로 일대일로 다룰 것”이라며 이와 관련된 트럼프 행정부의 연구가 4월1일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