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평형 넓은 아파트는 한물 갔습니다. ''좁은 10평대가 유행하는'' 이유

1~2인 가구 급증, 주거 시장을 바꾸다

한국의 인구 구조가 빠르게 ‘1~2인 가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27년에는 전체 가구 중 1~2인 가구 비율이 무려 67.7%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불과 5년 만에 5%p 늘어난 수치이며, 실제로 2022년 62.7%에서 꾸준히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혼자 사는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 은퇴 세대까지 다양한 1~2인 가구가 늘며, 주거공간에 대한 선호 역시 기존의 대형보다는 작은 평형대로 옮겨가고 있다.

중대형에서 소형으로, 분명해진 수요의 이동

과거에는 가족 단위 생활이 많아 중대형 아파트가 분양시장의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시장의 온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식구가 적은 만큼 넓은 공간보다 관리비와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작고 알찬’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2024년 한 해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 중 전용 60㎡ 이하 소형이 17만6492건으로 전체의 39.2%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공급된 소형 아파트는 27.4%에 불과했으니, 오히려 공급보다 수요가 앞서가는 현상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중대형 면적 대비 배열도 더 많지 않음에도 불구, 소형 타입이 훨씬 활발하게 거래되는 단지들도 많다. 수년 전만 해도 희귀 평형이었던 소형 아파트가 이제는 주택 시장에서 ‘주인공’이 된 셈이다.

공급보다 높은 실수요, 경쟁률이 증명한다

소형 아파트 선호는 분양 청약 경쟁에서도 극명하게 확인된다. 지난 12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 ‘힐스테이트 등촌역’ 분양에서 전용 59㎡ 타입은 무려 평균 42.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단지 84㎡ 타입 경쟁률이 18.37대 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실수요자들이 얼마나 작은 평형에 몰렸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처럼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 발표 전까지는 신규 분양 소형 아파트에 대한 ‘로또 청약’ 열풍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수요 및 투자 수요 모두 ‘작고 실속 있는 집’에 매력을 느끼는 가운데 소형 단지의 희소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거래와 분양 현장, ‘작은 평수’ 거래가 더 활발하다

서울 은평구의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를 비롯해 수도권 다수 신축 단지에서 소형 아파트의 거래 건수가 중대형을 앞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보면, 이 단지 2024년 전용 60㎡ 이하 거래는 28건, 중대형은 24건이었다. 전체 가구 대비 소형 비율이 42%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거래 비중은 상당히 높은 걸 알 수 있다.

전국 아파트 시장에서도 연령 불문, 가구 형태 불문 소형 평형 선호는 분명한 추세로 자리 잡았다. 서울뿐 아니라 광역시, 수도권 신도시 곳곳에서 나타나는 변화다.

다양한 계층이 주도, 소형 아파트의 이유 있는 인기

이런 소형 아파트의 매력은 단순히 MZ세대나 1인 청년 가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성이 높고 관리가 편하다는 강점 덕분에 은퇴 고령층,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중장년, 신혼부부까지 수요층이 다양하다. 특히 가격 급락기에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빨리 붙는 ‘가격 방어력’도 소형 평형의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소형 아파트가 “화려한 투기 상품이 아니라 시장이 위축될 때마다 꾸준히 거래되는 기본 수요 상품”이라고 강조한다. 실수요 기반 콘텐츠의 힘이 강하다는 점, 그리고 시장이 하락해도 실거주·임대 쪽에서 수요 탄탄함을 보여준다는 게 이유다.

앞으로도 매물 부족과 인기 행진은 계속될까

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인 가구의 증가와 시장이 체득한 ‘가성비’ 추구 성향, 관리 편의성, 실수요 기반 수요 등 구조적인 변화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추가 공급 정책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희소성과 가격 방어력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추가 공급 확대 등 정책 변수에 따라 단기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가구 유형의 구조적 변화가 “소형 아파트의 대세화”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몇 년간은 소형 아파트 강세 현상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