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전유성을 추모하며 [삶과 문화]

2025. 10. 1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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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코미디언 전유성의 별세 소식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하지만 전유성의 죽음은 내게도 옛날 기억들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전유성이 주로 맡은 역할은 주역이라기보다 조역이었다.

전유성의 장기는 프로그램 기획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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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고 전유성의 노제가 치러진 28일 서울 영등포구 개그콘서트 녹화장인 KBS 공개홀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있다. 뉴시스

지난달 25일, 코미디언 전유성의 별세 소식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1호 개그맨'이라 불렸던 희극인이다. 언론 보도를 보니 많은 코미디언과 개그맨들이 오열하며 동료이자 선배의 가는 길을 추모했다. 연예인들의 삶은 나와 먼 세계의 일이다. 하지만 전유성의 죽음은 내게도 옛날 기억들을 떠올리게 했다.

10대였던 1980년대 중반부터 주말 저녁에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했다.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수박이나 귤을 먹으면서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월요일에 학교를 가면 끼 있는 친구들이 유행어를 따라 했고, 또 그렇게 교실에서도 다 같이 폭소가 쏟아졌다. 권위주의 시대에서 민주화 시대로 이행하던 그때, 정치 풍자 코미디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활력이 넘쳐흘렀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전유성이 주로 맡은 역할은 주역이라기보다 조역이었다. '유머 1번지'의 '남 그리고 여'에 나오는 어수룩한 아저씨, '쇼 비디오 자키'의 '네로 25시'에 나오는 '당숙리우스' 등이 대표적인 캐릭터들이었다. 주역을 맡았던 심형래, 최양락, 김형곤 등보다 작게 주목받았지만, 그의 느릿하면서도 개성 있는 말투는 콩트에 잘 녹아들어 잔잔한 웃음을 선사했다.

전유성의 장기는 프로그램 기획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99년 처음 방송된 '개그 콘서트'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한다. '개그 콘서트'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하던 공개 코미디 형식을 지상파 방송으로 끌어들여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후배 양성에도 힘썼고, 코미디 무대를 전국적으로 넓히는 데도 앞장섰다. 웃는 사람들은 물론 웃음을 주는 사람들까지 모두 그의 덕에 많이 웃었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허구의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웃음은 예술이고, 배운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는 세상의 문'이라고 주장했다. 웃음은 감정이 메마르고 팍팍할 때 공감을 통해 잠깐의 휴식을 준다. 또 누군가가 생각지도 않던 유머를 던지면 웃음이 터져 나오고, 그때 문득 상투적인 고정관념을 돌아보게 된다. 웃음의 힘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성난 사회'였던 것으로 보인다. 사방을 둘러보면 크고 작은 분노들이 가득하다. 분노의 원인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게 좋은 사회다. 동시에 '웃음 넘치는 사회' 역시 좋은 사회의 조건 중 하나일 것이다. 웃음은 소통의 활력은 물론 인간적인 친밀감을 안겨줄 수 있다.

생전에 전유성은 후배 남희석에게 묘비명으로 "웃지 마, 너도 곧 와"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자신의 죽음마저 개그로 승화시킬 만큼 웃음과 함께 하는 삶에 진심이었다. 돌아보면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웃음으로 빚진 셈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뒤늦게나마 그의 영원한 안식을 빈다.

성지연 작가·‘다시 만난 여성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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