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보엠에서 렌트까지, 백 년을 건너온 답장 [공소남 시즌2]

라보엠은 19세기 파리의 젊은 예술가들을 무대로 불러올렸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자유롭고, 추위 속에서도 농담을 건네며 사랑에 빠진다. 죽음조차 비극의 장식처럼 다뤄진다. 푸치니의 음악은 이 청춘의 농도를 뻑뻑하게 만들었다. 가난은 아프지만, 아직은 노래가 된다.
조너선 라슨은 이 설정을 그대로 가져오되, 바닥을 훨씬 아래로 내렸다. 렌트의 무대는 1990년대 뉴욕 이스트빌리지. 여기에도 예술가들이 모여 살고, 사랑하고, 싸운다. 다만 이들의 가난은 낭만이 아니다. 집세를 못 내면 바로 거리다. 병은 상징이 아니라 현실이고, 내일은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렌트는 시작부터 외친다. “No day but today(내일은 없어. 오늘뿐이야)”. 이 황홀한 문장은 오늘을 버텨야만 하는 사람들의 생존 선언이다.

마르첼로에서 마크로 이어지는 변화도 흥미롭다. 화가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사람이 됐다. 그는 여전히 관찰자다. 하지만 렌트의 마크는 더 냉정하다. 해결되지 못할 고통을 그저 기록할 뿐이다. 이 거리감이 렌트 특유의 쓸쓸함을 만든다.
쇼나르와 콜리네가 엔젤과 콜린으로 바뀌는 대목에서는 라슨의 시선이 강하게 느껴진다. 라보엠에서 친구였던 이들이 렌트에서는 사랑의 중심으로 이동한다. 주변에 있던 인물들이 이야기의 한복판으로 들어오면서, 작품의 초점은 사랑에서 연대로 옮겨간다.


라슨은 렌트에서 낭만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낭만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라보엠의 젊은이들은 가난해도 미래를 꿈꾼다. 렌트의 젊은이들은 미래를 말하지 않는다. 오늘을 선택해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라슨은 이 선택을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오늘을 버틸 것인가. 그의 답은 공동체였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다.

렌트 속에서 라보엠의 흔적을 찾는 일은 이 작품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된다. 크리스마스이브로 시작하는 시간 설정, 허름한 거처에 모인 예술가들, 사랑과 다툼이 반복되는 구조, ‘Goodbye Love’ 같은 장면에서 느껴지는 원작의 잔향까지. 렌트는 라보엠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여기에서 왔다고. 그래서 라보엠을 알고 렌트를 보면, 이 작품은 리메이크가 아니라 대화처럼 다가온다. 그것은 백 년의 시간을 건너 이어진 질문과 답변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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