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야구 왜 인기 있나··· 키워드는 ‘2030’ ‘여성’ ‘팬덤 문화’[프로야구 1200만 관중 시대]

심진용 기자 2025. 10.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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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가 2025년 출범 44년 차를 맞았다. 지난해 최초 1000만 관중을 달성한 프로야구는 올해 누적 관중 2억 명, 단일 시즌 12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도 얼굴에 쿨링 패치를 붙이고 손선풍기를 든 관중들로 전국 5개 야구장이 전석 매진되는 날이 잦았다. 과거 중년 남성 팬이 주를 이뤘던 야구는 어떻게 ‘국민 스포츠’로 거듭났을까. 스포츠경향은 프로야구 1200만 관중 시대를 연 야구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확장된 팬층과 달라진 팬 문화를 마주한 각 구단의 시선을 들여다본다.


KBO리그가 2000년대 초반 ‘암흑기’에서 벗어난 계기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올림픽 금메달 쾌거를 발판 삼아 그해 KBO리그는 1995년 이후 13년 만에 평균관중 1만명·총관중 500만명을 달성했다. 이후 KBO리그는 꾸준히 평균관중 1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 지위를 확고히 했다.

SSG와 롯데가 맞붙은 지난 2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양팀 팬들이 어깨동무하고 응원전을 벌이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꾸준히 우상향하던 KBO리그 관중은 최근 다시 크게 도약했다. 코로나19 파동이 진정된 2023년 총관중 800만명을 회복하더니 2024년은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기록했다. 올해는 거기서 더 성장해 총관중 1200만명에 평균관중은 1만7000명으로 치솟았다. 역대 최다 관중을 끌어모았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10% 이상 관중이 늘었다.

■ 1200만 관중의 비결 “야구가 그저 재미있다.”

프로야구 흥행에 성적은 당연히 중요하다. 이번 시즌 유일하게 관중이 감소한 KIA의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KBO리그는 1200만 관중을 동원했지만 KIA는 지난해 대비 홈 관중 200만명이 줄었다. ‘디펜딩 챔피언’이 5강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팬들의 실망이 컸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적 외에 야구장을 가는 행위 자체에서 재미를 더 찾는 흐름이 보인다.

KBO는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전문업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야구팬 8000명을 대상으로 성향 조사를 실시했다. KBO리그에 대한 관심 변화를 묻는 말에 응답자 49.7%가 ‘지난해보다 관심이 늘었다’고 답했다. 관심이 커진 이유(복수 응답 가능)로 53.3%가 ‘경기가 재미있다고 느껴져서’라고 답했다. 그 다음이 ‘특정 구단의 인기, 성적, 관중이 늘어서’(38%)였다. 성적보다 재미를 꼽는 응답이 더 많았다. 그 외 ‘다른 볼거리보다 재미있어서’가 34.7%,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25.5%로 나타났다.

‘직접 관람 이유’를 묻는 설문에도 ‘재미’를 이유로 드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 92.4%가 지난해 1차례 이상 야구장을 찾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60.2%가 ‘야구 자체가 재미있어서’라고 답했다. ‘응원 문화’(52.1%), ‘다양한 먹거리’(36.1%)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까지 2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가 올해 9위로 추락한 두산은 29일 기준 홈 관중 143만432명을 동원했다. 지난해 기록한 구단 최다 관중 기록(130만1768명)을 경신했다. 롯데는 후반기 충격적으로 순위가 떨어졌지만, 관중 동원은 굳건했다. 5강 바깥으로 밀려난 9월에도 사직 구장에는 매 경기 2만명 이상 들어찼다.

2023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4월 개막하는 KBO리그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결과는 달랐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800만 관중을 단번에 회복했다.

■ ‘2030’ 그리고 ‘여성’, 야구장까지 퍼진 팬덤 문화

LG와 한화가 맞붙은 지난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국제대회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고 응원하는 팀이 하위권으로 처져도 꾸준히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과거보다 늘었다.

변화를 주도하는 건 20~30대 젊은 세대와 여성팬이다. 지방 구단 한 마케팅팀 관계자는 “2010년대까지 야구장을 주로 찾았던 남성 팬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성적에 예민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로 관중 구성도 성향도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20~30대 여성팬이 주요 관중이 되면서 성적보다도 팀 자체를 응원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성비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키움의 고척돔 ‘온라인 예매자’ 기준 55.6%가 여성이다. 최근 3년 모두 여성 예매자가 50%를 넘었다. 20대 여성이 가장 많다. 지난해 29%, 올해 26%를 차지했다. 그다음인 20대 남성(2024년 13.9%, 2025년 14%)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게 난다.

다른 구단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두산은 지난해 기준으로 홈 여성 관중을 52% 정도로 추산한다. 올해 홈 관중 125만명으로 구단 기록을 새로 쓴 SSG는 여성 비중을 6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젊은 여성 팬들이 다수로 자리 잡고 아이돌 팬덤 문화가 야구장에도 확산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젊은 스타들의 영향력도 그만큼 커졌다.

올해 홈 161만 관중으로 KBO 신기록을 세운 삼성 관계자는 “이재현, 김지찬, 김영웅 등 젊은 선수들이 팀 주축으로 성장한 덕이 큰 것 같다. 아이돌 팬덤 문화와 비슷한 현상이 야구장 관중들한테도 보인다”고 짚었다. KIA는 지난해 ‘슈퍼스타’ 김도영의 유니폼 매출이 100억원을 넘었다. 구단 유니폼 매출 전체의 60%를 김도영 혼자 올렸다. 올 시즌 KIA의 관중 감소는 단순히 성적 추락 때문만이 아니라 김도영의 부재가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구장 직관 인증이 SNS에서 유행처럼 퍼진 것도 관중 폭발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KBO리그 흥행 돌풍을 주도하고 있는 한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구단 유튜브 구독자 수 KBO리그 1위다. 시즌 개막 전까지 36만6000명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50만명이 넘는다. 올해 LG까지 10개 팀 중 절반인 5개팀이 유튜브 구독자 수 30만명을 넘었다.

수도권 한 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선수들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면서 구단의 히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하다. 바이럴은 항상 중요하다. 뉴미디어에서 선수와 구단이 긍정적으로 이야기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쓴다”고 전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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