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 침체, 상징 기업도 흔들렸다
국내 건설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며 대형사조차 수주 감소와 실적 부담에 직면했다. 현대건설 역시 2025년 상반기 수주 감소, 공사 실적 둔화가 이어지며 “한물갔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고, 금리·원자재·인건비 삼중 부담이 현금흐름과 수익성에 중첩 압박을 가했다. 산업화의 상징적 레거시를 가진 기업이라 해도 내수 주택·인프라 사이클의 급랭을 홀로 상쇄하기는 어려웠다.

텍사스 ‘700만 평’ 하이브리드 전력 단지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미국 텍사스 대규모 민간 전력망 캠퍼스 참여 협약이었다. 약 700만 평(약 2,300헥타르)에 달하는 부지에 대형 원전을 축으로 가스·태양광·저장장치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력 인프라를 조성하고, 데이터센터군에 안정 전력을 직공급하는 구상이다. 단순 시공을 넘어 기획·설계·조달·시공·운영 일부까지 아우르는 통합형 접근으로 글로벌 톱티어 기술 신뢰를 입증했다.

‘원전+AI’ 수요, 세계 최대급 민간 전력망
미국 재산업화와 AI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팽창하면서, 기저전원 역할의 원전과 유연 전원의 조합이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원자로 다기·복합화력·재생에너지·대규모 ESS를 하나의 전력 아키텍처로 묶어, 도매 전력시장 변동과 송전망 병목을 우회하는 BTM(계량후단) 모델을 지향한다. 에너지 믹스 최적화와 수요지 인접 공급이라는 두 과제가 동시에 풀리는 설계다.

EPC를 넘어 개발·운영 가치사슬 확장
현대건설은 초기 단계부터 사업 기획·FEED(기본설계)·EPC 로드맵을 함께 설계하며 개발형 역량을 드러냈다. 통합 계약 구조는 공정·비용·품질·안전 책임을 단일 창구에 집중시키는 대신, 사업자의 리스크 관리·자금조달·공정 최적화 능력을 전면으로 요구한다. 원전·복합화력·송배전·재생·저장·데이터센터 유틸리티를 하나로 통합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링이 곧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글로벌 수주 포트폴리오 재정렬
텍사스 수주를 교두보로 북미 원전 부흥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결합 시장에서 파이프라인 확대가 가능해졌다. 유럽의 에너지안보·탈탄소, 중동의 복합발전·수소, 아시아의 송·배전망 현대화 수요와도 연결성이 높다. 내수 주택 사이클의 변동성을 해외 에너지·인프라로 상쇄하는 ‘바이폴라’ 포트폴리오가 현실화되며, 환율·원자재 헤지와 금융조달 다변화로 수익성 방어 여지도 넓어진다.

위기를 수주 경쟁력으로 전환하자
이번 계약의 실질 가치는 착공-인허가-자금조달-공정관리의 리스크를 통제하며 일정·예산·품질을 동시에 달성하는 데서 결정된다. 국내에서는 원전·송전·재생·저장·데이터센터 유틸리티의 통합 설계 인력과 공급망을 확충하고, 해외에서는 규제·인가·현지 파트너십을 표준화된 매뉴얼로 체계화하자. 내수 침체를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도약의 발판으로 바꾸는 실행으로 ‘한국 건설의 신뢰’를 다시 증명하자. 마지막 한 문장으로, 위기를 성장의 설계도로 바꾸는 한국형 통합 인프라 역량을 세계 무대에서 확고히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