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맹견 사육 허가 신청률 저조…"비용 부담 서류 절차 까다로워"
맹견을 키우는 견주는 정부로부터 사육 허가를 의무로 받아야 하지만 대구에서 허가 신청을 한 견주는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까다로운 허가 절차를 감수할 만한 유인책이 없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6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지역 맹견의 9%만이 신청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가 파악하고 있는 허가 대상 맹견은 모두 52마리, 견주는 25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4명의 견주와 5마리의 개만 적법한 절차를 밟겠다고 나섰다. 시는 맹견의 행동 반응이나 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해 사육 허가를 내리는 기질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평가 지침을 마련했지만, 신청률이 저조해 첫 회의가 언제 열릴 지는 미지수다.
신청률이 저조한 이유로는 비용 부담이 꼽힌다. 맹견은 기질 평가를 받기 전 중성화 수술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대형 맹견은 수술 비용이 100만원을 호가해 견주가 감당하기에 부담이 큰 실정이다. 또 기질 평가를 받는 데 마리 당 25만원의 수수료까지 지불해야 하는 등 한 명이 여러 마리를 기르는 경우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인 탓에, 2마리 이상을 기르는 견주 중 신청 의사를 밝힌 이는 단 1명 뿐인 실정이다.
지난 4월 맹견사육허가제가 도입됨에 따라 기존에 맹견을 키우던 견주는 오는 26일까지 사육 허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견주들은 신청서와 함께 동물등록증, 중성화 수술 증명서, 맹견책임보험 가입서, 정신질환자나 마약류 중독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의사의 진단서를 구비해야 하며, 신청 이후 맹견들은 기질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맹견사육허가제 대상 견종은 도사견 및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과 그 잡종의 개다.
개정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허가를 받지 않고 맹견을 기를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기질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맹견을 인도적으로 처리하지 않거나, 기질 평가를 받지 않은 견주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행 맹견사육허가제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정착이 어렵다고 보고,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기창 대구보건대 반려동물보건학과 교수는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급하게 제도가 도입된 탓에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대구 내 모든 동물병원과 중성화 수술 비용을 일부 감면하는 MOU를 맺는 등 지자체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시는 맹견사육허가를 받는데 드는 비용 부담이 상당한 데다, 정신질환자나 마약류 중독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의사 진단서 등 구비 서류가 지나치게 많은 점을 신청을 꺼리는 배경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적극적인 유인책을 고안하기에는 관련 예산이 없어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종오 대구시 농산유통과장은 "예산이 부족해 추가적인 유인책은 마련하지 못하지만 기질 평가에 필요한 준비는 마쳤다.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다 구비하지 못했더라도 26일까지 신청서만이라도 제출할 수 있도록 견주들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두나 기자 dun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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