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심장’ 공개, 풀가동때 핵탄두 年10개 생산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
美대선 앞두고 핵 생산력 과시
정보당국 “北, 핵실험 준비 마쳐”
수천 개 원심분리기 앞에 선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긴 원통 모양의 원심분리기를 지켜보며 핵시설 관계자(추정)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원심분리기는 내부에서 분당 수만 회의 고속 회전으로 핵탄두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을 만드는 장치다. 북한은 수천 개로 추정되는 원심분리기가 빽빽이 늘어선 모습 등 핵심 핵물질 생산 시설을 13일 처음으로 관영매체를 통해 대외에 공개했다. 노동신문 뉴스1 |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들은 이날 빽빽이 들어선 원심분리기가 바짝 붙은 모습 등 핵물질 생산시설을 보란 듯 공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설을 둘러보며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며 “원심분리기 대수를 더 많이 늘리는 것과 함께 원심분리기의 개별분리기능을 더욱 높이라”고 지시했다. 또 “완성 단계에 있는 신형 원심분리기 도입 사업도 계획대로 내밀어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한층 강화하라”고도 했다.
원심분리기는 핵 개발 과정에서 우라늄 핵연료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비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과 강선에서만 원심분리기를 1만∼1만2000개가량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2000개의 원심분리기에서 연간 약 40kg의 HEU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200∼240kg의 HEU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 핵탄두 1개를 만드는 데 HEU가 25kg가량 필요한 만큼 결국 북한은 HEU로만 매년 8∼10개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1, 2개 더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그럴 경우 핵탄두 생산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2010년 북한은 미국 핵물리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영변에 초청해 우라늄 농축시설 등을 보여준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외에 전면 공개한 건 처음이다. 그런 만큼 미 대선을 53일 앞두고 미국을 겨냥해 존재감을 드러낸 동시에 향후 대미 협상까지 염두에 두고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보 당국은 이미 전술핵탄두를 소형화·표준화하는 데 성공한 북한이 사실상 핵실험 준비를 마친 상태로 보고 있다. 정보 당국자는 “풍계리 핵실험장도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하도록 복원이 끝났다”고 전했다.
HEU 추출 수천개 원심분리기 공개… “자체 핵 증강 능력 과시”
[北 우라늄 농축시설 첫 공개]
北 공개 우라늄 농축시설 사진 속… 원심분리기 연결 ‘캐스케이드’ 즐비
“파키스탄 제공 P-2형 개량한 듯… 연간 핵탄두 3개 생산 가능 규모”
증강 배치땐 ‘핵무기고’ 급증 관측
2010년 미국 핵 전문가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 초청으로 영변 핵단지 내 농축시설을 찾았다. 헤커 박사는 이후 자신이 본 핵시설에 대해 현대적이고 깨끗한 공장 내부에 1000개 이상의 원심분리기가 바짝 붙어 3줄씩 정렬돼 있었다고 했다. 원심분리기 외부는 매끄러운 알루미늄 케이싱처럼 보였고, 제어 및 관측장비도 스테인리스 튜브 등으로 깔끔하게 연결됐다고도 했다.
북한이 13일 관영매체를 통해 처음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은 헤커 박사가 증언한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깔끔하고 잘 정비된 공장 내부에 수백, 수천 개의 원심분리기를 이어 붙인 ‘캐스케이드’가 자리 잡은 모습이 확인된 것.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를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장면도 담겼다. 군 당국자는 “앞서 핵물질·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위협한 김정은이 이 말이 엄포가 아니라는 걸 과시하기 위해 미 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을 골라 핵 시설을 전격 공개한 것”이라고 했다.
● 자체 개량 원심분리기 4000개 이상 설치한 듯
캐스케이드 단계를 많이 거칠수록 우라늄 농축도가 올라가 최종 결과물인 무기급 핵물질인 HEU(농축도 90% 이상)를 얻을 수 있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농축시설에 대해 군 소식통은 “규모로 볼 때 최소 4000개 이상의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걸로 추정된다”고 했다. 4000개로만 가정해도 연간 최소 80kg의 HEU(핵탄두 3개 분량)를 생산할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원심분리기는 사진으로 볼 때 170cm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키와 비슷한 높이다. 과거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북한에 실물 원형 및 설계도 등을 제공한 P-1, 2형(높이 약 2m)보다 다소 작은 것.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북한이 P-2형을 자체 개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새 형의 원심분리기’ 도입도 계획대로 내밀어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축 능력이 더 우수한 신형 기종을 가동해 보다 짧은 기간에 더 많은 HEU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북한이 신형 원심분리기를 증강 배치하면 ‘핵무기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영변과 강선 이외에 비밀 농축시설을 곳곳에 설치해 매년 수백 kg의 HEU를 뽑아내는 게 현실화되는 것. 일각에선 북한이 2030년까지 최소 3t(핵탄두 120개 분량) 이상의 HEU를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북한이 2030년쯤엔 최소 핵무기 300개 생산 문턱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장소 강선 유력… 확장 공사한 영변 시설일 수도
북한은 이번에 농축시설의 구체적 위치는 밝히지 않았다. 군 소식통은 “규모와 내부 구조로 볼 때 헤커 박사가 방문한 영변 핵단지가 아닌 강선의 농축시설로 보인다”고 했다. 강선 농축시설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 앞에서 지목한 비밀 핵시설 가운데 한 곳이다. 다만 영변 핵단지 내 농축시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훨씬 덜 노출된 강선은 ‘비장의 카드’로 남겨두기 위해 영변 핵시설만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최근까지 영변 농축시설 확장 공사를 진행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김 위원장이 그 시설을 둘러봤을 개연성도 있다”고 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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