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들을 보라. 가끔 길 가다 보면 눈에 확 띄는 번호판을 한 번쯤 본 적 있을 거다. 특히 끝자리가 7777이거나 1004 이런 거 보면 저 차 주인은 어떻게 저런 번호를 받았을까’ ‘진짜 운 좋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교통 위반하면 바로 걸리겠다’ 그런 생각도 들었는데. 유튜브 댓글로 “끝자리 4자리가 ‘1111’ 같은 자동차 골드번호판은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끝자리 ‘1111’이나 ‘7777’ 같은 이른바 골드번호판을 받으려면 전문업자들에게서 거액을 주고 사거나 그렇지 않으면 정말 로또 대박날 정도의 확률로 운이 굉장히 좋아야 한다.

불행하게도 현재 골드번호판 시장은 전문 업자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뭔가 특별한데? 싶으면 어김없이 돈냄새 기가 막히게 잘 맡는 업자들이 따라다닌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일반인들이 제가 볼 때는 그걸(골드번호) 받는다는 건, 받을 수는 있는데 확률이 좀 미미하고 전문적인 업자들이 있어요. 이거 받으러 다니는 업자들이, 기업형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어느 A구청에서 만약에 ‘8888’이 며칠 내 뜰 거 같다 이러면 한 열 몇 명이 몰려 가 갖고 폐차 직전의 마티즈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거 사 가지고 번호판 바꾸는 사유로 해갖고 걔들이 아예 점령을 해버려요 거기를”

실제로 검색사이트에서 ‘골드번호’만 쳐도 자동차 골드번호를 판다는 업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주로 자동차 등록대행 업체나 중고차 딜러들인데, 어느 중고차 사이트에는 아예 차량번호 검색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번호판 발급은 각 지자체 등록사업소 담당인데 번호판을 변경하는 거 자체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사업소에서는 이걸 단속할 근거가 없고, 업자들이 골드번호를 가져간 뒤 제3자에게 팔았는지 여부도 현실적으로 추적하기가 힘들다.

한 번호판 판매업자를 접촉해봤는데 연속 숫자 4개를 ‘포커’라고 하면서 줄줄이 가격 리스트를 불러줬다. 제일 비싼 게 1111 7777 8888인데 번호판 숫자에 따라 가격도 나름 천차만별이다.

골드번호 판매업자
“제일 많이 하시는 게 무난한 게 2~5 ‘포커’에요. 똑같은 거를 2~5 사이 (고객이) 미지정 시에는 165(만원), 지정 시 180(만원), 6~9 사이 330(만원), 1번, 7번, 8번은 550(만원) 이렇게 되는데, 165(만원)하고 180(만원)짜리 그거 두 개를 제일 많이 하세요. (왱: 무작위로 지정하면 4444가 나올 수도 있는 거에요?) 4는 빼고요”

특이한 번호판을 찾는 고객들은 한 숫자가 반복되는 이른바 ‘포커’ 번호나 ‘1000’, ‘3000’ 등 ‘천 번대’ 번호, ‘1004’ ‘8282’처럼 어떤 메시지를 주는 번호, 자신이나 연인의 생일, 전화번호 뒷자리를 만들 수 있는지 묻는다고 한다. 이런 숫자들은 가장 싼 가격도 최소 100만원은 넘는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비싼거 같다고 했더니 업자는 이것저것 따지고 나면 오히려 남는게 별로 없다고 했다.
골든번호 판매업자
“저희가 이거를 일반 도매처럼 물건을 사다 파는 게 아니라 순수히 저희 수수료, 인건비다. 저희가 165만원을 받아도 165만원이란 경비가 들어갈 때도 많아요. 그 정도로 마진이 박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번호판을 얻기 위해 여러 지자체를 직접 발로 뛰어가면서 번호판을 확보해두기 때문에 비용이 생각보다 들어간다는 거다.

자동차 번호판을 발급받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끝 네 자리 번호는 내가 선택할 수가 없다. 만약 선택할 수 있었다면 이미 전국에 눈에 띄는 번호들은 다 누군가가 차지했을 거다. 그나마 최근엔 무작위로 10개의 번호를 추출한 것 중에서 내가 선택할 수는 있게 됐는데 거기에 ‘1111’ ‘7777’ 같은 골드번호가 들어있다? 일단 번호판 지르고나서 바로 로또 사러 가야된다.

혹시 우리도 업자들처럼 어느 구청에 지금 가면 어느 번호대를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을까. 서울의 한 구청 담당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서울 ○○구청 교통행정과 직원
“그 번호대를 알려주면 안 된다고 (정부에서) 공문이 내려와서 안 알려드리고 있거든요”

바로 거절당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골드번호를 얻으려면 담당 공무원과 뒷거래가 필요하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내가 아직 뭘 잘 몰라서 그런 거겠지?
도로에서 보면 그저 신기하다고만 여겼던 번호들이었는데, 실상은 이렇게 돈 주고 사들인 번호판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