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계 ‘사랑꾼’으로 주목받던 선수, 김세현의 데뷔와 전성기
김세현(개명 전 김영민)은 한때 KBO 리그에서 이름을 알린 투수로, 긴 시간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하지만 그의 투혼과 끈기로 결국 2016년 세이브왕까지 오르며 선수 커리어에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는 프로 데뷔 당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투수로 활약했으며, 팬들 사이에서는 성실한 노력파로 불릴 정도로 인내심이 강한 이미지였다.
이 시기 그는 레이싱모델 출신 방송인 김나나와의 열애 사실을 공개하며 스포츠계 대표 ‘공개 커플’로 주목받았다. 김나나는 화려한 외모와 방송활동으로 이미 연예계에서 주목받던 인물이었고, 김세현은 자신의 모자, 글러브, 유니폼 곳곳에 아내의 이니셜을 새기며 사랑꾼 이미지로 큰 호감을 샀다. 그렇게 두 사람은 5년 열애 끝에 2012년 결혼식을 올리며 공식 부부가 됐고, 야구와 사랑 모두를 잡은 ‘성공한 남자’로 불리기 시작했다.

SNS 공개 실수로 뒤바뀐 인생, 반성문 사태 전말
하지만 2015년, 한밤중 올라온 SNS 게시글 한 줄이 김세현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해당 게시물은 ‘불륜을 반성하는 내용’으로, 조심스럽게 읽다 보면 마치 자필 반성문을 디지털화한 듯한 고백문이었다. 내용에는 아내 몰래 퇴폐업소 출입, 용돈을 속여 챙긴 사실, 휴대폰 2대 사용 등 충격적인 사생활이 낱낱이 적혀 있었다. 무엇보다 이 글은 김세현 본인의 계정에서 올라왔고, 수 분 만에 삭제됐지만 이미 캡처된 스크린샷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구단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숙소에서 와이파이 연결 중 SNS 비공개 설정을 실수로 잘못 누른 것”이라는 해명이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김세현 본인의 타이핑 스타일과 일치하는 점, 게시글의 구체적인 묘사 등으로 인해 많은 팬들은 그의 불륜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였다. 당사자인 김나나 역시 SNS를 통해 “우리는 잘 살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김세현의 ‘사랑꾼 이미지’는 깨진 뒤였다.

병마와 싸우며 바꾼 이름, 그리고 다시 잡은 야구공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인 같은 해 9월, 김세현은 충격적인 진단을 받는다. 복통으로 찾은 병원에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외부의 논란과 내부의 병마가 동시에 그를 덮쳤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새 인생을 살겠다”는 각오로 이름까지 ‘김영민’에서 ‘김세현’으로 개명하며 재기의 의지를 다졌고, 이후 팬들 사이에선 ‘재기의 상징’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병마를 이겨낸 뒤 김세현은 다시 마운드에 올라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2016 시즌에는 당당히 세이브왕에 오르며 “아직 김세현의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는 아내 김나나의 말처럼 인생의 두 번째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KIA 타이거즈, SSG 랜더스 등으로 이적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적어도 외부에서 보기엔 두 사람의 관계도, 그의 커리어도 안정적인 듯 보였다.

예능으로 알려진 이혼 소식,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양가적
하지만 2023년, 티빙의 예능 <결혼과 이혼 사이 시즌2>를 통해 두 사람은 이미 협의 이혼을 결정했음을 밝히며 세간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예능에서 김세현은 아내와의 관계 회복을 원했지만, 김나나는 담담히 이혼의 필요성을 말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다행히 두 사람은 갈등 없이, 아이들을 위한 공동 양육을 약속하며 성숙한 이별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능 출연을 계기로 김세현은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불륜 반성문 선수’라는 꼬리표는 그를 따라다녔다. 야구계에서도 그를 향한 시선은 양가적이다. 뛰어난 투수였지만, 사생활 논란이 짙게 남은 이력이 그의 이미지에 그늘을 드리운다는 평가도 있었다.

SNS 한 줄의 무게, 그리고 인생을 바꾼 선택의 흔적
한때 사랑꾼, 유망주, 백혈병 극복 스타로 떠올랐던 김세현. 그는 SNS 한 줄의 실수로 인생의 궤도를 바꾸는 경험을 한 인물이다.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고 싶었던 건지, 실수였는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 한 문장이 가져온 파장은 결코 작지 않았다.
현재 그는 공식적으로 선수 은퇴를 선언하고 방송 활동과 가족 중심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큰 논란과 병을 딛고 일어선 그의 인생은 여전히 파란만장하지만, 그 안에서도 후회와 반성, 새로운 시작의 흔적이 묻어난다. SNS 한 줄로 모든 걸 잃을 뻔했던 그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말 한마디, 글 한 줄이 인생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