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바로 인종차별 아니면 뭔가' 2AS 맹활약에도 비난받는 손흥민, 아시안 캡틴 혐오증인가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도저히 두고볼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이 또한 '인종차별' 의식에서 나온 태도라는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지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 캡틴 손흥민(32)에 대한 영국 현지 언론의 냉소적인 태도와 일부 토트넘 팬들의 격앙된 반응이 도를 넘어섰다.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플레이로 한 경기에서 도움을 2개나 기록하며 팀을 역전승으로 이끌었음에도 혹평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자신감 부족'과 '지나친 거만함'으로 골을 못 넣었다며 헐뜯고 있다. 애초부터 '자신감 부족'과 '거만함'은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그럼에도 이런 표현들이 공존한다는 건 처음부터 합리적인 비판이 아닌 감정적인 헐뜯기에 불과하든 증거다.
손흥민은 지난 21일 밤(한국시각) 영국 토트넘의 토트넘 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렌트포드와의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팀의 3대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리그 2연패를 끊으며 승점 7점(2승 1무 2패)으로 리그 10위로 올라섰다.
이날 손흥민은 팀의 주장이자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결승골과 쐐기골이 모두 손흥민의 발끝에서 비롯됐다. 시즌 첫 어시스트는 1-1로 맞선 전반 28분 브레넌 존슨의 역전골을 이끌었다. 제임스 매디슨에게 볼을 받아 존슨에게 날카롭게 건넸고, 존슨이 이를 골로 완성했다.
이어 손흥민은 후반 40분에 이날 두 번째 도움을 기록했다. 2-1이던 상황에서 빠르게 역습을 치고 나간 손흥민은 박스를 돌파한 뒤 수비의 다리 사이를 꿰뚫는 환상적인 패스로 왼쪽에서 달려들던 매디슨의 발 앞에 공을 밀어줬다. 매디슨은 절묘한 칩 샷으로 쐐기골을 터트렸고 토트넘은 3대1 승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팀의 역전골과 쐐기골을 모두 어시스트한 손흥민은 이날 여러 지표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키패스 7개에 패스성공률은 86%였다. 빅찬스 창출 횟수는 2회, 드리블과 롱패스도 각 1개씩 성공했다. 결국 경기 후 공식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지지율은 52.9%에 달했다. 2라운드에 이어 이번 시즌 두 번째 최우수선수 등극이었다.
객관적으로 손흥민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기록상으로나 임팩트 상으로 볼 때 손흥민이 좋은 활약을 펼쳤음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기록을 전문으로 다루는 축구 통계전문업체들은 하나같이 최고의 평가를 했다. 풋몹은 평점 9.0을 줬고, 후스코어드닷컴은 8.3점을 줬다. 소파스코어도 8.7점이었다. 모두 팀내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게 정상적인 기준점이다.
그런데 다른 영국 축구매체 90min은 겨우 6점이라는 어이없는 평점을 줬다. 그러면서 "손흥민이 노는 날이었다. 전반에 플레켄을 뚫지 못하고 득점기회를 놓친 뒤 자신감이 부족해보였다. 그래도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다분히 편파적이고 악의적인 내용이다. 특히 어시스트 2개는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된다는 듯한 태도마저 배어 있다. 토트넘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스퍼스 웹 또한 "손흥민이 마크 플레켄 골키퍼 앞에서 황금 같은 기회를 잡았지만 공을 너무 오래 끌었다. 골이 나왔어야 하지만 거만함과 자신감이 이를 막았다"고 혹평했다. 팀 승리를 이끌어낸 2개의 도움 기록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오로지 실수만을 부각하며 '캡틴' 손흥민을 끌어내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일부 현지 매체의 태도는 토트넘 구단의 손흥민에 대한 홀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구단과 일부 매체의 태도가 일부 팬들에게까지 이어져 손흥민을 '역대 최악의 주장'이라고 혹평하는 데 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까지 손흥민이 해온 누적 기록과 임팩트를 볼 때 이런 비난은 매우 부당하다. 그는 지금까지 토트넘의 레전드가 될 만한 활약을 꾸준히 이어왔다. 하지만 손흥민에 대한 예우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정도로 꾸준히 활약을 펼치며 팀의 레전드급 임팩트를 보여준데다 늘 건실한 이미지로 팬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며, 팀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선수는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손흥민을 계속 깎아내리려는 태도의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의심할 수 있는 건 딱 하나 뿐이다. 손흥민이 아시아인이라는 점. 그래서 '축구종가'의 자부심을 지닌 일부 영국인들에게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 외에는 딱히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이다.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깔려있는 무시와 비하야 말로 손흥민이 마주하고 있는 인종차별의 현실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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