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뱅크런은 왜 발생하고 은행은 어떻게 파산하는가?
[이용우의 경제더하기]
대출자산의 부실로 인한 위험
예금은 단기-대출은 장기..만기 위험
신뢰상실 때 집단적 예금인출 위험
예금자 보호제도 통해 뱅크런 막아
지역특화은행의 생존력은? 고민해야
은행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존재
①편에서는 은행의 부채라고 할 수 있는 예금과 자기자본(대변)을 보았는데 이제 눈을 돌려 자산인 대출과 금융상품 운용(차변)을 통해 은행 경영의 특징을 추출해 보자.
은행이 예금을 받아서 운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대출이다. 은행이 대출을 해 준다고 해서 그 돈을 이자와 함께 돌려받을 수는 없고 일부는 떼일 수 있다. BIS 비율을 산정할 때 위험가중자산(RwA)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각각의 대출에 돌려받을 수 없는 위험(주- Basel III는 그 은행의 20년간 해당 대출액의 부도확률을 위험가중치(Rw: Risk-weight)로 사용하고 20년의 자료가 없을 때에는 표준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는데, Basel III의 표준방법 위험가중치(RW)는 신용대출 : 75%, 선순위 없는 주택담보대출: LTV에 따라 차등 비율 적용하며 은행 평균 30% 중후반 수준이다.)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대출자산은 일정한 확률로 부도가 나서 돌려받지 못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은행은 대출자산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을 대비하여 그 대출자산의 예상손실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하고 실제손실이 발생하면 그 충당금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1억원을 부동산 담보로 대출한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 대출이 부실이 될 확률이 10%, 이 대출이 부도가 났을 때 아파트를 경매하여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6,000만원이라면 대손충당금으로 '10% X (1억원-6,000만원)= 400만원'을 대손충당금으로 미리 적립해 두었다가 실제 이런 일이 발생할 때 사용한다. 부도확률(PD: Probability of Default)에 그 대출이 부도가 났을 때의 손실액(LGD: Loss Given Default)을 곱한 것이 대손충당금이다.
은행의 대출자산에서 도출되는 특징은 세가지다.
첫째, 차변의 대출자산과 대손충당금이 장부에 기재된 것보다 실제의 그것보다 컸을 때 발생하는 위험이 있다. 장부에는 100억 원으로 되어 있는데 그 대출자산의 가치가 50억 원으로 되어 있거나 이 대출자산이 부도가 나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 적립해 놓은 대손충당금이 부도에 따른 손실액을 만회하지 못하는 사례이다. 그러면 은행은 예금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은행의 이런 상태가 예금자들이 알게 되면 예금자들을 앞다투어 은행으로 달려가 예금인출을 요구할 것이지만 은행은 그 예금을 지급할 수 없기 때문에 은행이 부도나게 되는 것이다. 뱅크런(Bank-run)은 이것을 표현한 것이다. IMF외환위기는 은행이 묻지도 따지도 않고 무리하게 투자를 하는 대기업집단에 대출해준 대출자산이 은행 장부에 기재된 대출자산의 실제 그 가치에 매우 모자라는 상태가 되어 은행부도로 전개되었다. 물론 위기의 근본원인은 실물경제의 무분별한 투자와 이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정경유착 등 관계형 금융에 의한 성장에 있었지만.
2007~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위기도 미국 은행이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서브프라임 등급 대출신청자에게 주택대출을 해준 것이 부실화되어 발생했다. 대출을 갚을 수 없는 등급의 사람들에게 주택가치의 90%까지 담보대출을 했는데 대출자는 그 주택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올라야 부채를 갚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런 대출이 활성화되자 주택개발 붐이 일어 이런 주택 공급이 급증했고,결국 주택가격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주- 은행을 대출자산을 기초로 금융상품을 만들어 팔 수 있는데, 이것을 유동화라고 한다. 대출자산은 일반적으로 만기가 되었을 때 이자와 함께 현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유동화를 하면 만기 이전에도 회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추가적인 대출을 할 수 있다. 이 금융상품이 전세계적으로 판매되어 미국에서 발생한 대출부실이 전세계 금융기관으로 전염되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금융의 세계화'가 가져온 단면이다.)
201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부산저축은행 사태처럼 유사한 일이 발생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실물경제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 불황기에는 호황기에 판단한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져 은행의 대출자산 가치가 떨어져 은행 대출자산의 장부가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 경기변동은 경제에 고유한 현상이기 때문에 은행이 이 변동을 예측하여 대출자산의 건전성 관리를 통해 믿음을 훼손하지 않도록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은행 경영의 핵심중 하나다. 은행의 예금자는 그 예금을 대출로 운용하는 은행이 자신의 예금 인출 요구에 맞춰 즉시 지급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은행에 돈을 넣지만, 이런 믿음이 깨지면 뱅크런으로 이어지게 된다. 은행업 자체의 고유한 특성에서 유래되는 이 믿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대출자산의 만기 문제이다. 은행의 예금은 본질적으로 단기자본이다. 요구불예금, 정기예금 등 만기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3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대출은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장기금융상품이다. 은행은 시중의 소액 단기 자금을 모아서 중장기 사업에 대출하는 자금중개기능을 갖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단기자금의 장기 전환을 은행의 본질적 특성중 하나라고 한다.
뱅크런이 발생하면 은행은 대출자산이 건전하다고 할지라도 예금자의 인출 요구에 대응할 수 없다. 대출자산을 회수하여 예금을 지불하여야 하는데 회수할 수 없는 대출자금이 프로젝트에 묶여 있으면 회수하기 곤란해진다. 만일 1년 만기 1억 원의 예금을 은행이 받았다면 은행은 1년짜리 1억 원 대출을 한다면 만기 불일치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이익으로 얻을 수 있지만 은행경비를 충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모든 예금자가 일시에 예금을 인출하지는 않을 것(주- 중앙은행은 은행이 총예금 중 예금자들이 인출하는 것에 대비하여 현금을 일정비율을 항상 준비하도록 규제하는 지급준비율 제도를 운영한다.)이기 때문에 은행은 예금의 평균만기보다 대출의 만기보다 길게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달 후 은행이 대출을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100억 원이고 그 자산이 매우 건전하다고 할지라도 오늘 10억원의 예금인출을 요구받았을 때 지불할 현금이 없으면 부도다. 예금의 만기와 대출의 만기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자산부채관리(ALM: Asset Liability Management)가 은행경영의 핵심인 이유다.
우리나라의 IMF 위기 원인 중 하나로 종합금융사의 동남아시아 대출이 거론된다. 당시 종합금융사는 국내 기업의 외화 기업금융을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해 인가된 금융사였다. 외화자금 조달의 특권을 준 것이다. 그런데 종금사가 이 자금을 동남아시아의 장기 프로젝트에 대출을 했고 이 프로젝트가 부실화돼 단기조달자금의 회수 요구에 대응할 수 없었다. 은행이 예금으로 조달한 자금을 대출한 잔액은 금융자산운용에 사용되는데 이 경우에도 자산운용의 엄격한 제한이 따른다. 그 핵심은 금융자산의 가중평균만기(duration) 한도와 그 자산운용에 편입되는 상품의 신용등급 등을 규정하는 것이다.
은행은 대출자산의 건전성과 만기의 특성에 따라 항상 불안정성을 갖고 있는 존재다. 은행이 부도가 나면 그 은행을 통해 일어난 많은 거래가 제대로 일어날 수 없는 유동성 문제를 만든다. 경제활동에 필요한 중개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경제위기를 가속화하는 것이다.
셋째, 은행이 본질적으로 갖는 이런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예금자보호제도'와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은행제도는 거래에 대한 믿음이 상실되면 경제의 불안정성을 더욱 가중시키고 위기의 골을 더욱 깊게 한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국가(또는 국가와 관련된 공공적 기관)가 은행에 예치된 예금을 위험한 상황이 올지라도 책임지고 지급보장한다는 장치이다.
지난 2022년 노벨 경제학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역임한 벤 버냉키(Ben S. Bernanke)와 더글러스 다이아몬드(Duoglas W. Diamond), 필립 딥비그(Philip H. Dybvig) 교수가 선정되었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되기 전 버냉키 교수는 1930년대 대공황을 분석한 결과 은행의 부도 또는 지급불능이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기 때문에 은행의 부도를 막고 자금중개를 원활히 해야 금융위기가 실물로 옮겨가지 않고 빠른 경기회복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버냉키 연준의장은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의미하는 양적완화와 은행살리기로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정책을 구사해 성공했다.(주- 이 결과 금융위기는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지만 불평등의 심화, 대량공급된 유동성으로 실물자산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고, 현재 이 공급된 자금을 경기악화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회수하는 것이 금융정책의 큰 과제가 되었다.)
다이아몬드 교수와 딥비그 교수는 공동논문(주- 1983년 유명 저널 중 하나인 '저널 오브 폴리티걸 이코노미'(Journal of Political Economy)에 기고한 '뱅크런, 예금보험 그리고 유동성'(Bank Runs, Deposit Insurance, and Liquidity))에서 "뱅크런에 관한 논문의 '다이아몬드-딥비그(D-D)' 모형이 폐쇄경제 하에서 은행은 항상 뱅크런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을 밝혔다. 뱅크런은 금융시장에서 은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동시에 상실돼 갑자기 유동성 회수 사태가 일어나고,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자금중개 기능이 무너져버리는 현상이다. 은행이 좋은 효과와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예금주들이 자신의 예금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두려움이 근거 없이 확대되면 뱅크런이 발생해 금융 시장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D-D 모형은 은행이 좋은 역할을 유지하려면 예금보험제도와 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모형이다.
이와 같이 은행 재무상태표의 자산항목인 대출과 자금운용의 차변으로 볼 때 대출자산의 건전성 유지와 만기관리가 은행경영의 핵심이지만 본질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예금자보호제도다. 미국에서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Federal Deposit Insurance Company), 우리나라에서 예금보험공사(KDIC: Korea Deposit Insurance Company)가 그 기능을 수행하며 미국의 예금보호한도는 개인당 25만달러, 우리나라의 예금보험한도는 5,000만원이다. 즉 은행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모든 예금고객은 5,000만원까지 지급을 보장받는다는 의미이다.
지역특화은행은 생존이 어렵다
은행의 부실은 그동안 대출을 받은 사람이나 기업이 대출을 갚을 수 없어 대출자산이 부실화된 것이 주원인이었지만,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Silycon Valley Bank)의 뱅크런은 우리가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은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 1983년 10월 출범한 실리콘밸리은행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로부터 예금을 받고 대출 및 투자를 하는 등 혁신생태계 형성·발전 지원에 특화한 지역은행으로, 미국내 자산 기준 16위(총 자산 2,090억 달러, 총 예금은 1,754억 달러)다.
앞의 그림, 즉 은행의 재무상태표를 통해 그 원인을 알아 보자. 그림에서 빨간색 부분이 SVB의 재무상태표이다. 이 은행의 주된 고객(예금 및 대출)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중의 유동성은 매우 풍부했고 이 자금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 대한 대규모 벤처투자로 이어졌다. 이로 이해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의 자금은 넘쳐났고 이를 SVB에 예치했다. 스타트업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가까운 곳의 은행이 전국적 규모의 은행보다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2010년 후반 SVB는 급성장하게 된다.
문제는 유치된 예금을 운용하는 부문에서 발생했다. 대규모 투자유치를 받은만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대출수요는 크지 않았기 때문에 SVB는 금융자산운용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이 결과 재무상태표에서 볼 수 있듯이 다른 시중은행이 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과는 정반대로 SVB는 자금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자금운용에서 가장 안정적인 금융상품인 미국 국채에 주로 투자했기에 리스크도 매우 낮았다.
문제는 만기관리에 있었다. 예금자에게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금리의 대출자산 확대가 쉽지 않았고 국공채 금리는 일반 회사채 금리보다 낮기 때문에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마지막 수단은 장기 국채에 투자해 금리수익을 높이는 것이다. 가장 안정적인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한 것이 위기를 가져온 것이다.
SVB 파이낸셜 그룹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예금은 1731억달러로 총부채 1955억달러의 89%를 차지했고, 총자산은 2118억달러로 이 가운데 대출은 736억달러(35%)에 불과하고, 유가증권이 1201억달러(57%)에 달했다. 유가증권 중 만기 10년을 초과하는 유가증권 비중이 79%에 달했는데, 이는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들의 듀레이션을 10년으로 가정하면 금리 1%p 상승 시 100억 달러 이상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위험성이 내재돼 있었다.
미국 연준이 2022년 2월 0.25%에서 2023년 2월 4.75%까지 기준금리를 4.5%p 인상하자 SVB가 보유한 유가증권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또 IT산업 호황이 끝나면서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의 예금이 큰 폭으로 인출됨에 따라 SVB는 유가증권을 대량으로 매각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만기보유증권의 미실현 손실은 170억달러에 달했고 매도가능증권 매각으로 18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주-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가증권의 경우 매도가능증권(260억 달러)과 만기보유증권(913억 달러), 그리고 비시장성증권(27억 달러)으로 구성됐다. 매도가능증권은 시장가격으로 평가하여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면 자산가치가 바로 재무상태표에 표기되지만 만기보유증권은 매입가격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이 재무상태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급격한 인출 수요가 있을 때에는 이것을 매각해야 하고 손실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시장에서 이것에 주목하고 SVB의 예금지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SVB의 뱅크런은 일반 은행처럼 은행으로 예금자들이 달려가는 뱅크런과는 달리, 모바일뱅킹으로 일시에 많은 고객이 버튼 하나로 예금인출을 신청할 수 있었다. 대규모 예금인출이 시작된 지 이틀만(3월 9일 인출사태, 10일 FDIC에 의한 은행폐쇄)에 예금정지사태가 발생하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역시 그 핵심은 은행자산에 대한 고객의 믿음이 무너질 때 뱅크런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SVB의 위기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깊게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지역특화은행의 성공 가능성이다. SVB의 예금고객과 대출자산은 당연히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기업이었다. 문제는 그런 고객이 가치사슬(Value Chain)로 연결되어 있어 지역경제의 활성화 여부가 지역 기업 거의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요컨대 지역은행의 대출자산들간의 상관계수가 높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러스트밸트, 즉 미국 중서부의 자동차/철강산업에 특화된 가상의 지역은행을 상정해 보자. 이 가상의 은행은 미국 자동차산업이 활황일 때에는 대출자산의 부실률도 낮기 때문에 크게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이 쇠퇴한 지금 이 은행이 대출자산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대출자산의 부실률이 크게 높아졌고 이 은행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SVB와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지역특화은행의 대출자산의 포트폴리오 집중도가 높아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클 수 밖에 없다.
러스트밸트와 실리콘밸리에서 동시에 영업하는 은행은 대출자산이 자동차관련산업 부문과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부문으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줄어든다. 어떤 은행이 살아 남을까? 미국 은행은 20세기 초반 각 지역에 특화된 은행으로 주(州) 경계를 넘어서 영업을 하는 것이 제한됐다. 몇 번의 불황과 대공황을 거치면서 미국의 은행이 주의 경계를 넘어 영역을 확장한 것이 이런 이유였다. 경제논리로 볼 때 지역특화은행은 은행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SVB는 한 때 우리나라에서 지역특화은행 설립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벤치마크 대상이었다. 아직도 지역에 특화된 은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유효한지, 그 은행의 지속가능성이 있을지 깊게 따져볼 일이다.
시중은행 전환된 대구은행의 걱정
한편,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은행의 경쟁촉진을 위해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구은행을 IM Bank라는 시중은행 전환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대출 포트폴리오가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예금기반도 대구/경북으로 제한적인 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고 은행간 경쟁이 촉진될까?
예금 확대를 위해 예금금리를 올려야 하고 대출확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신규 대출을 확대해야 하는데 이는 대출금리를 경쟁은행보다 낮게 제공할 때 가능하다. 예금금리는 올리고 대출금리를 낮추고 은행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아울러 규모 확대를 위해서는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한데 일본계 저축은행이 대주주인데 이게 가능할까? 깊은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이용우는 제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주로 정무위원회와 연금개혁특위 등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대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거래 이슈 관련 입법 활동을 많이 했다. 아울러 기후위기 등 대전환의 시대에 주목하여야 하는 ESG 제도 정립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최초로 문제제기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활동을 하였다. 국회의원 전에는 현대그룹, 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CIO,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고, SAIS(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 Johns Hopkins University Visiting Scholar(방문학자)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