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폭락에 돈 건다..서학개미들 '스큐(SQQQ)' 거래만 3조

김은정 기자 2022. 9. 28. 17: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스닥 하락 폭의 3배만큼 수익
한 달 새 스큐 거래 3조 넘어
"변동성 큰 장세, 시장 방향성 예측 위험"
/일러스트=박상훈

회사원 박모(49) 부장의 또 다른 하루는 퇴근 후 밤 10시부터 시작된다. 미국 나스닥 지수 하루 상승 폭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일명 티큐(TQQQ)와, 나스닥 하루 하락 폭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일명 스큐(SQQQ) 중 어느 곳에 베팅할지 초 집중 상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저울질한다. 미국보다 먼저 개장하는 유럽 시장 분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미국 개장 전 뉴스 등을 훑어본다. 최종적으로 스큐와 티큐 중 어느 쪽에 거래 주문이 많이 쌓였는지를 본 뒤 더 많은 투자자가 베팅한 쪽이 그날의 시장 분위기라고 보고 다수 쪽에 베팅한다.

박 부장은 “미국 연준이 경기 침체가 와도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겠다고 하니, 주가가 더 빠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당분간은 매일 스큐에 베팅할 것”이라며 “스큐로 돈 벌어서 한국 주식시장에서 잃은 돈 만회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국채 금리가 치솟고 환율이 요동치면서 연일 폭락장이 이어져 개미들의 투자 심리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가운데, ‘야수의 심장’을 가진 용감한 서학개미들이 지수 하락률의 배 이상 수익을 좇는 레버리지 상품에 수조원대 베팅에 나서고 있다.

◇불바다 뛰어든 서학개미들… ‘스큐’ 3조원대 거래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 거래액 1위 종목에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쇼트 QQQ’(일명 스큐·SQQQ)가 이름을 올렸다. 이 상품은 나스닥100 지수 하루 하락 폭의 3배만큼 수익을 얻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ETF)로, 초고위험 투자 상품이다. 운 좋으면 지수 움직임의 3배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운 나쁘면 3배만큼의 큰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서학개미들의 최근 한 달간 스큐 거래액은 약 22억3900만달러로, 우리 돈으로 3조2000억원이 넘는다. 매수액이 1조5600억원, 매도액이 1조6600억원으로 팽팽하다. 새로 이 종목에 투자한 사람도 많지만, 이미 스큐에 베팅해 놨던 투자자들이 최근 한 달 사이 주가가 크게 하락하며 수익이 나기 시작하자 차익 실현에 나선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거래 2위 종목은 스큐와 반대로 나스닥 지수 상승 폭의 3배만큼 수익을 얻는 3배 레버리지 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로, 3조100억원 넘는 거래가 이뤄졌다. 10위권 안에 이처럼 지수 상승·하락의 2배·3배만큼 수익을 추구하는 고위험 상품이 6개 종목이나 포함됐다. 최근 주가가 하락하면서 기존 보유 종목으로 상당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이를 일거에 만회하려고 과감한 베팅에 나서는 것이다.

◇“추가 하락 가능성 크지만… 투기적 매매 우려”

그러나 최근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시장 방향성 예측에 기댄 개인들의 투기적 매매 행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루에도 시장 색깔이 여러 차례 엎치락뒤치락하는데,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환매하지 못한 채 앉아서 큰 손실을 볼 수 있어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마저 넘어선 상황에서 환율 부담까지 감수한 베팅이어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단 시장 전망은 당분간 주가가 더 내려간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올해 하락장을 예견한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수석전략가는 S&P500이 3000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27일 S&P500 종가(3647.29포인트)에서 18%는 더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실적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7일(현지 시각) 투자자 노트에서 “경기 연착륙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대부분의 주식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단기 채권에 돈을 대피시키라는 것이다.

투자은행 웰스파고가 2차 대전 이후 11차례 약세장(S&P500 지수가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때)을 분석했더니, 평균 주가 하락률은 35.1%에 달했다. 현재 S&P500 지수는 연초 고점 대비 24%가량 하락한 상태다. 역사에 빗대 보면 바닥은 아직 멀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연준이 경기를 너무 심하게 꺼뜨리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연준이 상황을 보고 금리 급등을 멈춰야만 할 것이라는 관측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