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플래그십 세단이 고속도로 핸즈오프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고 올 3분기 출격한다. 제네시스가 G90 페이스리프트에 레벨 2+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하며,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는 것을 전제로 핸들에서 손을 떼고 달릴 수 있는 시대를 연다.

◆ 핵심은 레벨 2+ 고도화, 기존 HDA2와 차원이 다르다
2026년 3분기 출시 예정인 G90 페이스리프트의 기술적 화두는 레벨 2+ 자율주행이다. 기존 HDA2(고속도로 주행 보조 2) 시스템이 운전자에게 지속적인 핸들 그립과 전방 주시 의무를 부과했다면, 이번 레벨 2+ 시스템은 고속도로 주행 중 핸즈오프가 가능한 수준으로 고도화된 주행보조 기술이다. 현대차는 3월 26일 주주총회에서 "운전자 개입을 최소화하고 고속도로에서 핸즈오프가 가능한 수준으로 고도화된 주행보조 기술을 올해 안에 제네시스 G90에 탑재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2년 G90 풀체인지 출시 당시에도 HDP 탑재를 예고했지만 당시 기술·법적 준비 부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약 4년의 추가 개발 끝에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 실현되는 셈으로, 이번에는 무리한 레벨 3 선언보다 실현 가능한 수준부터 양산에 먼저 적용하고 데이터와 AI 학습으로 끌어올리는 단계적 전략을 택했다.
◆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두뇌를 바꾸다
이번 기술 고도화의 핵심 동력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이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3월 엔비디아와 차세대 자율주행 솔루션 공동 개발을 공식 발표했다. 현대차그룹 첨단차량플랫폼(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 박민우 사장은 "현대차 AVP본부와 포티투닷, 모셔널의 자율주행 센서를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센서 스위트로 통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은 카메라·레이더·라이다 등 자율주행 핵심 센서와 차량용 AI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관리하는 표준 설계 구조다. 레벨 2부터 레벨 4까지 확장 가능한 아키텍처를 지원하기 때문에, 단계적 자율주행 고도화에 최적화된 기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가 엔비디아라는 반도체·AI 기술 파트너를 적극 끌어들인 것은, 자체 소프트웨어 역량과 하드웨어 최적화를 동시에 잡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 라이다 2기·3중 센서 퓨전으로 인지 정확도 높여
안정적인 자율주행 구현을 위해 G90 페이스리프트는 센서 구성부터 달라진다. 전면 그릴 양쪽에 고성능 라이다(LiDAR) 2기를 장착하고, 전방 및 측후방 카메라, 레이더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3중 센서 퓨전 시스템을 채택했다. 라이다는 레이저로 주변 환경을 3차원으로 정밀 인식하는 장치로, 기존 카메라·레이더 센서의 한계를 보완하고 악천후나 야간에도 높은 신뢰도를 보장한다.

HL 그룹과 공동 개발한 통합 ADCU(자율주행 중앙 제어 유닛)가 이 복수의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며 주행 판단을 내린다. 이는 기존 G90 대비 인지·판단·제어 전 과정에서의 연산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구조다. 복잡한 합류 구간이나 악천후 상황에서도 운전자 전방 주시 의무를 시스템이 상당 부분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한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 레벨 2+로 시작, 2028년 도심 자율주행까지
현대차는 올해 G90 페이스리프트에 레벨 2+ 자율주행을 탑재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8년에는 제네시스 GV90을 기준으로 고속도로를 넘어 도심 도로에서도 주행이 가능한 '레벨 2++'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로드맵을 공식화했다. 테슬라 FSD처럼 목적지 기반의 완전 자율주행은 아니며, 고속도로 핸즈오프 수준의 감독형 보조주행에 가깝다고 현대차는 설명한다.

핵심은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지속 업그레이드하는 구조다. 즉 G90을 구매한 오너가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자율주행 기능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올해 라스베이거스에서 모셔널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도 추진하며 레벨 4 실증 데이터를 축적 중이다.

◆ 법 제도도 뒷받침…자율주행차법 개정 효과 기대
기술뿐 아니라 법·제도 환경도 변하고 있다. 2026년 2월 국회는 '자율주행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핵심은 임시 운행허가를 받은 자동차 제작사가 자율주행 시스템 학습에 필요한 주행 영상 데이터를 익명 처리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정밀 도로지도 구축 의무를 정부에 명시한 것이다.

이 법 개정으로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학습 데이터 축적 속도를 가속화하고, 고속도로 특정 구간 중심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정교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도 주주총회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엔비디아와 협업하고 웨이모와 파트너십을 강화한다"고 직접 천명했다. 데이터 기반 AI 학습과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두 축이 맞물리며 현대차 자율주행 기술의 도약 속도가 예년보다 빠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벤츠 드라이브 파일럿과의 정면 대결
G90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드라이브 파일럿(Drive Pilot)이다. 드라이브 파일럿은 독일에서 시속 60km/h 이하, 고속도로 조건에서 레벨 3 자율주행을 허용하는 세계 최초 양산 레벨 3 시스템으로 주목받았다. G90 페이스리프트는 이와 유사한 고속도로 핸즈오프 자율주행을 국내 도로 환경에 맞게 구현하며, 국산 플래그십 세단으로서 기술적 위상을 한층 끌어올리게 됐다.

과거 레벨 3 상용화가 무산됐던 전례와 달리, 이번에는 실현 가능한 수준부터 양산에 먼저 적용한 뒤 데이터 축적과 AI 학습으로 기능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한국 완성차가 글로벌 럭셔리 자율주행 시장에서 벤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분기점이 2026년 3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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