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마트폰' 참전하는 애플, '아이폰 16' 가격 고심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15 프로'. /사진 제공=애플

애플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첫 스마트폰 출시를 앞둔 가운데 전작 대비 전반적인 성능 개선에도 가격 인상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정체됐고, 중국에서 애플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출하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고려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애플의 신작 스마트폰인 '아이폰 16' 시리즈의 가격이 전작인 '아이폰 15' 시리즈와 동일하거나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오는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아이폰16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이다.

아이폰 16 시리즈는 전작과 같이 일반 모델인 '아이폰 16'과 '아이폰 16 플러스', 고급형인 '아이폰 16 프로'와 '아이폰 16 프로 맥스' 등 총 4가지 제품군으로 출시된다. 모든 제품에는 신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18'과 'A18 프로'가 탑재된다. 이는 일반형에 구형 프로세서인 'A16'을, 고급 모델에는 새로 선보인 'A17 프로'를 장착했던 전작과 차이점이다.

트렌드포스는 애플이 새 스마트폰의 일부 모델에 이전 세대 프로세서를 재사용하는 관행을 벗어난 이유는 A17 프로를 양산한 TSMC의 3나노미터(㎚) 기반 공정인 'N3B'가 신형 AP인 A18과 A18 프로가 생산되는 'N3E'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N3B는 애플 전용으로 개발됐으나 공정이 복잡하고 수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애플이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과 비용 효율성을 고려해 후속 공정으로 전환을 추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AI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메모리반도체 채용량 확대도 예상된다. 전작인 아이폰 15 시리즈는 일반형에 6기가바이트(GB), 고급 모델에는 8GB의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 D램이 탑재됐다. 신제품에는 차세대인 LPDDR5X(7세대) D램이 장착되고, 용량도 전 모델이 8GB로 소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저장공간 역시 고급형을 기준으로 기본 용량이 기존 128GB에서 256GB로 상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는 최고 모델인 '아이폰 15 프로 맥스'에서 기본 256GB 저장공간이 제공됐다.

신제품의 핵심은 애플 인텔리전스다. 인터넷을 통한 서버 연동 없이 스마트폰 내부에서 AI 기능을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AI'로 구동된다. 올 초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를 통해 '갤럭시 AI'라는 이름으로 먼저 선보였다. 다만 애플은 후발주자임에도 폐쇄형 생태계와 자체 프로세서, 강력한 앱 제어 등의 특징을 바탕으로 높은 통합 성능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음성비서인 '시리'에 '챗GPT'를 적용해 AI 성능을 끌어올리고, 사용자가 주로 사용하는 앱의 편의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관건은 가격이다. 신제품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메모리 가격 상승을 비롯해 폴디드줌 카메라 등 첨단 부품 탓에 제조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뚜렷한 수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인 데다 중국에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애플은 가격 책정에 신중한 모습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출시되는 아이폰 16 시리즈의 가격이 전작과 동일하거나 소폭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렌드포스가 전망하는 아이폰 16 시리즈의 올 하반기 생산량은 8670만대다. 전년 대비 8%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공개될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한 시장 평가는 아직 회의적이다. 애플이 준비하고 있는 AI 기능은 올 하반기부터 일부가 제공되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으로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올 초부터 13개 언어 실시간 통역 기능을 출시한 삼성전자에 비해 시장에 공개되는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평가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