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 리콜' 변수 맞은 태광산업…애경산업 인수에 미친 파장은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가를 기존 대비 약 5% 낮춘 4475억 원으로 조정하고, 거래 종결일을 3월 26일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사진은 태광산업 전경 /사진 제공=태광산업

태광산업이 ‘2080 치약 리콜’ 변수에 따라 애경산업 인수가를 5% 낮추고 잔금 납입일을 3월 말로 연기했다. AK홀딩스의 재무 여건을 고려해 협상 주도권을 확보한 가운데, 확정 실적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재점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월 말 내부 결산 수치로 리콜 여파를 재검증한 뒤 그 결과에 따라 거래 조건이 재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9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인수 대금을 기존 4700억원에서 4475억원으로 약 225억원(4.8%) 감액 확정했다. 주당 인수가 역시 2만8190원에서 2만6840원으로 낮아졌다. 당초 2월 19일이었던 거래 종결일은 3월 26일로 연기됐다.

거래 조건이 급변한 배경에는 실사 과정에서 불거진 2080 치약 리콜 사태가 거론된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합의했으나, 1월 애경산업의 중국산 2080 치약 제품에서 사용 금지 성분이 검출되며 전량 회수 조치가 이뤄졌다. 감액 결정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리콜 비용과 재고 폐기 등 우발채무를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조정과 일정 연기를 계기로 협상 구도가 매수자 우위로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도자인 AK홀딩스는 제주항공 기단 현대화와 그룹 전반의 채무 상환을 위해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2025년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390%에 달한다.

더구나 AK홀딩스는 이번 딜 대상 주식에 설정된 2115억원 규모의 근질권을 해소하기 위해 이미 태광산업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기존 채무를 상환했다. 해당 차입금은 향후 잔금 지급 시점에 상계되는 구조로, 매각 대금 일부를 선차입해 담보를 해지해야 할 만큼 자금 여력이 빠듯한 상황이다. AK홀딩스가 태광산업의 일정 연기나 가격 조정 요구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은 처지다.

이 같은 협상 구도 속에서 태광산업은 거래 종결 시점을 늦추며 추가 점검에 나섰다. 거래 종결 직전까지 변수를 확인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통상 1분기 공식 보고서는 5월에 공시되지만 3월 말이면 1~2월 확정 매출과 리콜 관련 직접 비용이 내부 결산에 반영된다. 추정치가 아닌 확정 데이터를 통해 리콜 영향의 실체를 판단할 수 있는 시점이다.

태광산업은 해당 기간 주요 유통 채널의 발주 감소 폭뿐 아니라 수익성에 직결되는 핵심 지표를 집중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리콜 사태 이후 브랜드 신뢰도 회복을 위한 광고선전비 등 판관비 지출이 확대되거나,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한 프로모션 강화로 평균판매단가(ASP)가 하락할 경우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 자체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회성 우발채무 보전을 넘어 기업가치 재산정 문제로 확장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3월 말 내부 결산 결과가 기대치를 밑돌 경우 추가 보완 조건이나 가격 재조정 논의가 불가피할 수 있다”며 “리콜 이후 브랜드 신뢰 회복 속도와 애경산업의 유통 채널 관리, 소비자 대응 전략이 실적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Copyright © 블로터